[비즈니스 포커스 : ‘짝퉁’화장품]
‘설안수’, ‘수여한’ 등 모조품 기승…아예 한국 기업인 척하는 브랜드도
'짝퉁'과의 전쟁 시작한 화장품 업계
[한경비즈니스=김영은 기자] 중국 최대 온라인 쇼핑몰 타오바오에서는 한국 화장품 브랜드의 위조품(짝퉁)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아모레퍼시픽의 설화수는 ‘설안수’나 ‘설연수’로 둔갑해 팔리고 있었고 LG생활건강 수려한의 짝퉁 이름 ‘수여한’을 검색하자 100페이지가 넘는 상품이 등장했다. 패키지나 상품 구성이 정교해 한국 사람이 봐도 구분하기 힘들 정도다.

중국은 화장품 시장 규모 면에서 세계 2위 수준이다. 시장 규모 증가율은 세계 1위다. KOTRA에 따르면 중국 소비자의 57%가 외국 화장품을 사용하는 것으로 조사될 만큼 외국 화장품에 대한 관심이 높다.

하지만 온라인 시장이 커지면서 위조 화장품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중국소비자·인터넷협회가 발표한 ‘중국 화장품 안전지수 보고’에 따르면 온라인몰에서 판매된 유명 화장품 브랜드 제품 중 20%는 짝퉁 화장품인 것으로 조사됐다.

◆340억원 짝퉁 유통업자 잡혀

중국의 ‘짝퉁’ 논란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최근 국내 화장품 브랜드도 심각성을 인지하고 적극적인 대응에 나섰다.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보복으로 가뜩이나 한국 화장품 판매가 부진한 상황에서 짝퉁으로 인한 브랜드 이미지 훼손까지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년간 아모레퍼시픽의 주요 브랜드인 ‘설화수·이니스프리·라네즈·헤라·아이오페’ 등 위조품을 생산·유통한 현지 업자들이 잇따라 징역형을 받았다.

KOTRA와 특허청에 따르면 최근 2년간 중국 당국이 아모레퍼시픽의 ‘설화수·이니스프리·헤라·라네즈’ 등의 상표와 디자인을 베낀 위조 화장품을 생산·판매한 업자들에 대한 형사처분 사건이 적어도 4건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허청과 KOTRA가 공동으로 2012년부터 2016년까지 종결된 판결문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위조 화장품 사건은 총 1509건이며 이 중 민사사건은 1350건, 형사사건은 159건으로 나타났다.

이는 중국 IP하우스에 저장된 인민법원의 판결문 데이터를 통해 확인한 형사처분 건으로 실제로는 더 많은 사건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 형사처분으로 이어진 비율은 ‘위조 화장품 판매’가 45%, ‘위조 화장품 생산’이 35%로 나타났다.

8월에는 중국에서 가짜 한국 화장품 23톤을 만들어 판 중국인들이 붙잡혔다. 340억원에 달하는 규모였다.

중국 공안은 이 사건의 피해자만 130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체포된 중국인 두 명은 한국 유학 시절 정품 구매 대행을 하다가 세관 절차가 까다로워지자 중국에서 직접 가짜를 만들기 시작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은 화장품 전문가인 한국인 교수까지 채용해 만든 가짜 제품을 타오바오 등 인터넷 쇼핑몰에서 판매한 것으로 알려져 큰 충격을 줬다.

◆본사-중국 법인과 손잡고 대응

국내 업계는 피해 규모가 커지면서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은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자체 인증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사전에 위조품이 시장에 유통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중국 주요 시장 및 공장 대상의 상시 모니터링 및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온라인에서 가격이 현저하게 낮거나 위조가 의심되는 제품을 구입해 진위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중국 정부와 함께 위조품 제조 공장, 판매 상점 등 위조품 유통 채널을 단속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협력하고 있다.

특히 위조품 사후 관리를 위해 위조품 판매자 신고 및 (온라인의 경우) 위조품 판매 링크 삭제 조치, 행정처분 혹은 사안이 중대하다고 판단되면 형사처분으로 강경 대응하고 있다.

2016년에는 중국 최대 온라인 기업 알리바바그룹과 지식재산권 보호에 관한 업무 협약(MOU)을 체결하며 더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고 있다.

양 사는 MOU를 통해 위조품 관련 정보를 공유하기로 했다. 특히 중국 내 온라인 마켓에서의 지식재산권 침해를 예방하기 위해 타오바오·티몰 등 알리바바그룹의 전자 상거래 플랫폼에서 지식재산권 침해가 발생하면 위조품 판매 정보 삭제, 침해자 정보 공개, 침해 재발 방지 등의 전략적인 협력 관계를 구축했다.

LG생활건강은 제품 모방을 어렵게 하기 위해 용기 디자인에 차별화를 두고 있다. 특히 ‘후’ 제품 뚜껑 부분에 ‘연꽃’을 형상화한 디자인은 쉽게 흉내 낼 수 없는 정교한 조각으로 이뤄져 있다.

‘숨’도 용기의 유리 부분이나 뚜껑의 금속 장식에 쉽게 모방할 수 없는 디테일을 줌으로써 정교함을 강화한 용기를 사용하고 있다. 용기 디자인 차별화 이외에도 모조품이 시장에서 유통되는 것을 막기 위해 본사와 중국법인이 협력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LG생활건강은
신제품 출시 이전에 상표·디자인 출원을 적극적으로 하고 있고 중국 현지 온·오프라인 모두 정기적으로 모조품 단속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업계에서는 여전히 중국 온라인 시장 속 짝퉁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중국의 짝퉁 수법이 더욱 교묘해지고 있는 만큼 중국 당국의 보다 적극적인 대응과 지식재산권에 대한 인식이 함께 발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돋보기-한국 기업인 척하는 ‘MUMUSO(무무소)’ 등장]
'짝퉁'과의 전쟁 시작한 화장품 업계
(사진) 무무소 베트남점 오픈 기념 행사. 직원들이 한복을 입고 있고 간판에는 '무궁생활'이라고 쓰여 있다. / 무무소 베트남 공식 페이스북

한국 이미지와 한류에 편승하기 위해 한국 기업인 척하며 해외에 진출하고 있는 중국 브랜드도 생겨났다. 중국의 균일가 소매점 ‘무무소(MUMUSO : 무궁생활)’다. 무무소에서 판매되는 상품들은 출처가 불분명하고 패키지도 한국 유명 제품을 모방한 것들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제품 하단에 떡하니 ‘무무소 코리아’라고 써져 있을 뿐만 아니라 ‘수 없다 면 솜’, ‘깨끗하게 청결해줘 브라이트닝’, ‘실리콘 오일 없다’ 같은 어색한 번역체가 한글로 써 있다.

이처럼 독특한 ‘한국 마케팅’을 펼치며 베트남·중동·필리핀·러시아 등 20개 이상 국가에 진출해 있다.

문제는 한국 화장품 브랜드의 상품에서 로고만 바꾸고 디자인이나 콘셉트는 거의 흡사하다는 점이다. 아래 원산지 표기에 중국산이라고 써 있지만 옆에 무무소 공식 명칭인 ‘무무소 코리아’가 더 큰 글씨로 적혀 있다. 제품명도 한글로 써 있어 자칫 한국 브랜드의 제품인 것 같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KOTRA 베트남 호찌민무역관도 이를 인지하고 2017년 1월 말 국내 기업에 주의를 요청했다. KOTRA는 “베트남에서 중국 국가 브랜드가 부정적이어서 이런 전략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며 “한국 로드숍 화장품을 모조한 것으로 추정되는 제품이 쉽게 눈에 띄기 때문에 우리 업체의 지식재산권 침해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kye021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