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경제 심층 분석]
세계 중앙은행들, ‘점진적 출구전략’으로 자산 시장의 폭락 막는 중

[한상춘 한국경제 객원논설위원 겸 한국경제TV 해설위원] 2017년 세계 및 한국 부동산 시장은 ‘하우소포리아(housophoria= house+euphoria)’라는 용어가 나올 정도로 호황을 구가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내놓은 세계주택가격지수를 보면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 담보대출) 부실 사태 직전 수준보다 높아졌다.

부동산 밸류에이션은 구매 능력 면에서 연소득 대비 주택가격비율(PI)과 투자 면에서 주택수익비율(PR)로 평가한다. 이를 산출해 보면 대부분의 국가에서 장기 평균치를 웃돌았다. 이에 따라 새해 벽두부터 과열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모습이다.

◆과열 우려 제기되는 글로벌 부동산 시장

세계 부동산 시장의 움직임을 알아보기 위해서는 현재 가격 수준부터 평가해 볼 필요가 있다. 구매 능력 측면에서의 PI는 부동산 총취득 비용을 개인의 이자 이후 소득으로 나눈 수치다.

과거 수치와 비교해 높으면 현재 부동산 자산 가치가 ‘고평가’, 낮으면 ‘저평가’된 것을 의미한다. 투자 측면에서의 PR은 부동산 총소요 비용을 연간 임대료로 나눈 수치로, PI와 마찬가지로 과거에 비해 높으면 상대적으로 고평가됐다는 것을 뜻한다.

PI를 살펴보면 영국과 프랑스의 부동산 가격이 장기 평균을 웃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과 프랑스의 작년 말 PI는 장기 평균 수준으로 각각 30%, 20% 이상 대폭 웃돌고 있어 거품이 우려된다.

최근 뚜렷한 상승세를 보였던 미국과 독일은 PI가 장기 평균에 근접하고 있다. 중국은 그동안 이어져 왔던 가파른 경제성장을 기반으로 한 소득 증가로 부동산 가격이 가계 소득에 비해 오히려 감소해 오다 최근 들어서야 상승세로 전환됐다.

한국은 가격 양극화 현상을 반영하듯 전국적으로는 PI가 지속 감소하고 있어 강남 등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오히려 침체 가능성을 더 우려된다.

투자 측면에서의 PR을 살펴보면 독일·이탈리아·일본을 제외한 모든 국가에서 장기 평균을 웃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독일은 아직까지는 장기 평균을 밑돌고 있지만 최근 들어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 오며 장기 평균 진입을 앞두고 있다.
글로벌 부동산 시장에 ‘인구절벽’은 없다
미국과 한국의 PR은 장기 평균 수준을 웃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지만 다른 국가에 비해 비교적 안정적인 수준이다. 영국의 PR은 주요국 중 가장 높았고 중국의 PR 역시 작년 말까지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 오며 거품 붕괴 우려가 제기될 정도로 고평가 위험이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부동산 시장에 ‘인구절벽’은 없다
2018년 무술년이다. 3년 전 여름휴가철에 읽어야 할 필독서로 추천됐던 해리 덴트 HS덴트투자자문 대표의 ‘인구절벽(The Demographic Cliff)’에서 ‘한국 부동산(특히 강남 지역) 시장이 인구 절벽에 따라 장기 침체에 접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던 바로 그 해를 맞았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대책과 맞물려 비관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덴트 대표가 부동산 시장 앞날을 예측하는 데 즐겨 쓰는 기법은 ‘인구통계학적 이론’이다.

자가 소유 의욕과 안정된 노후 생활을 위해 부동산을 본격적으로 매입하는 자산 계층(버블론 35~55세, 인구절벽 45~49세)이 얼마나 두터우냐에 따라 부동산 가격이 결정된다는 것이 핵심이다.

금융 위기 이전까지 부동산 시장 예측에 관한 한 정확하다고 평가받았던 덴트 대표는 2010년을 기점으로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하면 미국 부동산 시장과 경기는 장기 침체에 빠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베이비붐 세대는 은퇴 비용을 충당할 재원이 충분하지 않아 보유 부동산을 처분할 수밖에 없고 이 과정에서 역자산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비관론 나오지만 지나친 걱정 금물

주가가 경기에 1년 정도 앞서간다는 가정에 따라 2009년은 장기 포트폴리오와 자산 분배 전략을 크게 수정해야 할 중요한 해로 지목했다. 2010년 이후 미국 경기와 증시가 장기 침체 국면에 들어가기 때문에 2009년에는 그때까지 보유한 주식을 처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때부터 미국 경기는 회복되고 주식과 부동산 가격도 크게 올랐다. 미국처럼 은퇴 후 삶의 수단으로 주식 보유 비율이 낮은 한국에선 인구통계학적 이론이 최소한 자가 소유(특히 아파트) 시장을 예측하는 데 유용한 것으로 평가돼 왔다.

1960년대 이후 최소한 이명박 정부 출범 2년까지 세대가 지날수록 자산 계층이 두텁게 형성됨에 따라 아파트 가격이 한 단계씩 뛰었다.

과연 앞으로는 어떻게 될 것인지가 관심사다. 한국은 세계 그 어느 나라보다 출산율이 낮고 고령화 속도가 빠르다. 특히 핵심 자산 계층인 45~49세가 은퇴하기 시작하는 2018년 이후 한국 경기와 부동산 시장은 장기 침체에 빠질 것이라는 예상이 ‘인구절벽’의 주된 내용이다.

하지만 덴트 대표의 주장은 금융 위기 이후 미국 중앙은행(Fed)을 비롯한 각국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관할 대상이 바뀐 점을 무시한 결정적인 한계를 갖고 있다.

인구통계학적 예측 기법이 맞으려면 앨런 그린스펀 Fed 전 의장의 신념대로 통화정책 관할 대상에 자산 시장 여건이 포함되지 말아야 한다.

하지만 금융 위기 이후에는 벤 버냉키 Fed 전 의장의 주장대로 자산 시장을 포함해 통화정책을 추진해 오고 있다.

버냉키 전 의장의 주장처럼 자산 시장을 고려한 통화정책을 추진하면 인구통계학적 이론에 따라 부동산과 같은 실물 투자수익률이 낮게 예상되더라도 완만한 금리 인상 등으로 금융 차입 비용이 빠르게 올라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재닛 옐런 Fed 의장과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등이 점진적인 출구전략을 가져가는 이유다.

덴트 대표의 ‘인구절벽에 따른 2018년 이후 한국 부동산 시장의 장기 침체론’은 예비적인 차원에서는 몰라도 너무 우려할 필요는 없다.

완만한 금리 인상 등으로 주택 대출금리가 너무 빨리 올라가는 것을 잘 대체해 나간다면 집값 폭락과 같은 우려가 현실로 닥치는 사태는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