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리포트]
전문가 7명 설문조사…혁신 모험 펀드 등 ‘역대급 투자’ 예상
2018 스타트업 투자 3대 키워드 'AI·블록체인·헬스케어'
(사진)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서울 강남구 코엑스의 창업 페스티벌장을 방문, ‘도전 K-스타트업’의 수상작을 살펴보고 있다.(/연합뉴스)

215곳 중 단 2곳. 미국 벤처캐피털 시장조사 기관 CB인사이츠에 따르면 전 세계 215곳의 ‘유니콘 기업(기업 가치가 10억 달러가 넘는 스타트업)’ 중 한국 기업은 쿠팡과 옐로모바일 단 두 곳뿐이다. 이들이 유니콘이 된 시기는 2014년이다. 한국 스타트업들의 성장 속도가 그만큼 더디다는 뜻이다.

하지만 올해 국내 스타트업계의 전망은 밝은 편이다. 우선 중소기업벤처부가 출범하며 스타트업 및 벤처 담당 부서가 일원화됐다.

투자 유치 규모도 커졌다. 지난해 숙박 O2O 야놀자가 800억원, 간편 송금 서비스 ‘토스’ 개발사인 비바리퍼블리카가 550억원 규모의 투자를 받는 데 성공했다. 이러한 훈풍이 지속된다면 조만간 새로운 유니콘 기업의 탄생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올해와 내년은 역사상 벤처 자금이 가장 많이 풀리는 시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혁신 창업 생태계 조성 방안’을 통해 향후 3년간 10조원 규모의 혁신 모험 펀드를 조성하고 20조원 규모의 대출 프로그램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초기 단계를 지난 중기 스타트업에는 인수·합병(M&A)과 투자 기회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대기업의 스타트업 지원도 ‘업그레이드’가 예상된다. 금동우 한화드림플러스63 핀테크센터장은 “올해 대기업의 스타트업 지원은 단순한 참여를 넘어 생태계의 질적 수준을 높이는 단계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각에서는 무조건적인 자금 공급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공급과잉은 성과에 따라 생존과 도태가 이뤄져야 할 스타트업 생태계를 교란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선두권 스타트업의 수익성도 악화시킬 수 있다. 이기대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이사는 “정부가 스타트업 진흥 정책을 펼칠 때 단순히 수혜 업체 수를 늘리기 위해 소액을 골고루 나눠주는 관행은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AI 스타트업 M&A 이어질 듯

올해 가장 주목받는 분야는 인공지능(AI)이다. 설문에 참여한 7명의 전문가 중 4명이 주목해야 할 스타트업 산업군으로 ‘AI’를 꼽았다.

지난해 AI 스타트업은 M&A 시장에서 각광받았다. 2017년 애플은 6억3000만 달러를 들여 11개의 스타트업을 인수했는데 이 중 절반이 넘는 7곳이 AI 관련 스타트업이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최초로 스타트업을 인수했는데 이 역시 AI 스타트업이었다. 투자금도 몰렸다. 네이버는 스타트업 육성 조직인 ‘D2 스타트업 팩토리’를 통해 AI 유망 스타트업 3곳에 각각 5억원씩 투자했다.

이혁희 아산나눔재단 스타트업 팀장은 “지난해 다수의 스타트업이 AI와 딥러닝을 전면에 내세우고 사업을 진행했다”며 “하지만 축적된 데이터 양과 적용할 수 있는 기술 수준은 기업마다 큰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대기업이 AI 분야 투자와 스타트업 인수를 지속하고 있어 전반적 성장이 두드러질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AI를 주력으로 삼지 않는 스타트업이라고 하더라도 AI와 관련한 서비스를 내놓아야만 경쟁에서 도태되지 않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요즘 한국은 ‘암호화폐 광풍’이다. 올해 암호화폐와 블록체인 스타트업들 또한 활약이 기대된다. 김시완 디캠프 투자팀장은 “현재의 암호화폐는 개인의 투자 수단으로 인식되고 있지만 앞으로는 이를 응용한 다양한 비즈니스가 생겨날 것”이라며 “2018년이 그 원년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형진 롯데액셀러레이터 투자팀 매니저는 유망 산업군으로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한 모빌리티 산업군’이라는 구체적 답변을 내놓았다. 실제로 이미 모빌리티 산업군에서는 블록체인 기술의 도입을 시도하고 있다.

도요타는 차량 이력 정보나 운행 기록을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기록한 후 각 소비자별로 차별화된 ‘맞춤형 보험’을 제공하는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이 때문에 이와 관련한 비즈니스를 먼저 구축하는 스타트업이 앞으로 앞서갈 것으로 전망된다.

의료 산업도 눈여겨봐야 한다. 강현수 스마일게이트 오렌지팜 운영지원팀장은 “자본이 많지 않은 소규모 스타트업이 의료 산업에 진출하려면 정보기술(IT)을 활용한 ‘디지털 헬스 케어 산업’을 노려야 한다”고 말했다.

◆답변에 참여해 주신 분들
강현수 스마일게이트 오렌지팜 운영지원팀장
금동우 한화드림플러스63 핀테크센터장 김시완 디캠프 투자팀장
김형진 롯데액셀러레이터 투자팀 매니저
이기대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이사
이준표 소프트뱅크벤처스 파트너
이혁희 아산나눔재단 스타트업 팀장

m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