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포커스 - 김영란법]
경조사비 10만원→5만원으로…농축수산물 선물은 상한액 10만원으로 높여
개정된 김영란법 ‘3·5·5’를 기억하라
(사진)청탁금지법(김영란법)이 허용하는 선물비의 상한액을 농축수산물에 한해 5만원에서 10만원으로 올리고 경조사비는 10만원에서 5만원으로 낮추는 개정안이 1월 11일 가결됐다. 1월 12일 오전 서울 농협 하나로마트 양재점에서 직원들이 선물 세트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연합뉴스)

공직자가 받을 수 있는 농수축산 선물 가액 범위 등을 조정한 부정청탁금지법(김영란법) 시행령 개정안이 1월 17일부터 시행됐다.

개정된 시행령에 따라 공직자가 원활한 직무 수행을 위해 받을 수 있는 선물 상한액이 농축수산물·농축수산가공품에 한해 현행 5만원에서 10만원으로 높아진다. 여기서 농축수산가공품은 농축수산물을 원료 또는 재료의 50%를 넘게 사용해 가공한 제품을 말한다.

또 경조사비는 현금 10만원에서 5만원으로 낮아진다. 상급 공직자가 격려 차원에서 하급 공직자에게 주거나 법령·기준 또는 사회 상규에 따라 허용되는 것을 제외하고 상품권 등 유가증권도 직무 관련 공직자에게 선물로 줄 수 없게 된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상품권 등 유가증권은 현금과 유사하고 사용 내역의 추적이 어려워 부패에 취약하다는 이유로 선물의 범위에서 제외했다”고 밝혔다.
개정된 김영란법 ‘3·5·5’를 기억하라
◆상품권은 5만원 이하도 금지

다만 법 적용 대상이 아닌 민간 기업 임직원이나 시민에게 주는 상품권, 공공 기관이 상품권을 구입해 소속 공직자에게 지급하거나 상급 공직자가 격려·사기진작 등을 위해 하급 공직자에게 주는 상품권은 금액에 상관없이 가능하다.

또 직무와 관련이 없는 공직자 등에게는 100만원까지 상품권 선물이 가능하며 그 외 다른 법령·기준 또는 사회 상규에 따라 허용되는 경우에도 상품권을 선물로 제공할 수 있다.

종전에는 공무원과 공직 유관 단체 임직원의 외부 강의 등 사례금 상한액이 직급별로 다르게 책정됐었다. 하지만 1월 17일부터는 직급에 상관없이 상한액이 시간당 40만원으로 일원화됐다.

또 국공립학교와 사립학교, 공직 유관 단체 언론사와 일반 언론사의 사례금 상한액 차이를 해소하기 위해 시간당 100만원으로 동일하게 적용하도록 했다.

이와 함께 부정청탁금지법의 입법 취지와 현실 여건에 맞도록 보완 신고 기간을 연장했다. 국민권익위에 따르면 2016년 9월 28일부터 지난해 7월 31일까지, 외부 강의 등 위반 신고 3190건 가운데 지연 신고와 미신고 비율이 99.4%나 됐다.

종전에는 외부 강의 사전 신고를 할 때 사례금 총액 등을 미리 알 수 없는 경우에는 해당 사항을 제외하고 사전 신고하게 한 후 외부 강의 등을 마친 날부터 2일 이내에 보완하도록 했다. 하지만 개정된 시행령에는 현실 여건을 반영해 보완 신고 기간을 해당 사항을 안 날 부터 5일 이내로 수정했다.

안준호 국민권익위 부패방지국장은 “경조사비와 선물의 가액 범위가 조정되더라도 인허가·수사·계약·평가 등과 같이 공직자 등의 직무와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있으면 현재와 같이 음식물·선물·경조사비를 일절 받을 수 없다는 것을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개정을 계기로 가액 범위를 둘러싼 소모적인 논쟁과 갈등이 해소되고 부정청탁금지법이 공직 사회는 물론 국민의 실생활 속에 보다 안정적으로 정착돼 청렴 한국이 실현되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시행령 개정 효과로 들썩거리는 농가

다소 복잡해 보일 수도 있지만 개정된 ‘김영란법’의 핵심은 ‘3·5·5’다. 공직자가 원활한 직무 수행과 사교·의례·부조의 목적으로 예외적으로 제공받을 수 있는 음식물·선물·경조사비의 가액
범위가 3·5·10만원에서 3·5·5만원으로 조정된 것이다.

국민권익위는 이에 대해 “공직자가 받는 축의금·조의금을 10만원에서 5만원으로 내려 청렴 의지를 더욱 확고히 하겠다는 의지”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화환이나 조화는 현재 가액 범위인 10만원을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개정된 김영란법 시행으로 미소 짓는 것은 농가다. 특히 2월 설 연휴를 앞두고 ‘대목’을 기대해 볼만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김영란법 개정안에 대해 즉각 환영의 뜻을 내비쳤다. 김영록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1월 17일 “올해 설 대목부터 국산 농산물 소비가 늘어나는 등 농가 소득에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개정안에 따른 기대 효과는 곳곳에서 벌써 포착되고 있다. 농협 하나로마트의 올해 설 선물 사전 예약 판매 실적은 지난해 5억2000만원에서 65.3% 증가한 8억6000만원으로 집계됐다.

화훼업계에서는 연초 인사철에 맞춰 하락했던 동양란 시세가 시행령 개정을 타고 평년 가격을 회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농식품부는 이러한 분위기를 이어 가기 위해 ‘청탁금지법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내용을 담은 스티커 100만 장을 제작해 유통 업체에 배포했다.

농협은 개정된 김영란법과 관련해 다양한 마케팅을 펼칠 계획이다. 농협유통은 1월 31일까지 설 선물 세트 사전 예약 상담을 실시하고 개정 시행된 김영란법에 포함되는 농축수산물 등 설 선물 세트를 다양한 증정 행사와 함께 최대 30% 할인 판매한다고 밝혔다.

m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