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리포트 Ⅲ]
-서울신라·롯데서울·워커힐…등급 재심사 들어간 한국의 주요 5성 호텔들
‘격전’ 특급 호텔들의 별 전쟁
(사진) SK네트웍스가 운영하는 비스타워커힐 전경 / 워커힐 제공

[한경비즈니스=김영은 기자] 별 다섯 개. 흔히 무언가를 평가하거나 등급을 매길 때 주는 최고 점수다. ‘별’로 평가되는 것 중 가장 대표적인 업종이 바로 호텔이다.

2018년은 호텔 성(星)급 재심사가 이뤄지는 해다. 국내 호텔이 ‘성(星)급제(1~5성)’를 쓴 것은 2015년부터다. 성급제는 인증 기간이 3년이기 때문에 도입 첫해에 성급을 받은 호텔은 올해 재심사를 받아야 한다.

심사 결과에 따라 별 등급이 내려가거나 올라갈 수 있기 때문에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국내 호텔 사정을 잘 모르는 외국인에게는 ‘성급’이 호텔의 서비스와 시설을 보증해 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5성급 중에서는 서울 신라호텔, 롯데호텔서울, 그랜드인터컨티넨탈서울 파르나스, SK네트웍스 워커힐, 메이필드호텔 등 도입 첫해 5성급을 받은 호텔이 올해 재심사 대상이다.

◆무궁화에서 별로 바뀐 지 3년
‘격전’ 특급 호텔들의 별 전쟁
한국에서는 1971년 이후 40여간 무궁화로 호텔 등급을 표시했다. 하지만 특1 등급부터 3등급까지인 무궁화 체제가 국제 기준과 맞지 않아 외국인 관광객에게 혼란을 준다는 지적이 계속 제기됐다. 결국 2014년 관광진흥법이 개정됐고 2015년 1월부터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별 등급(Star Rating) 체계로 바뀌었다.

기존 등급 결정 업무를 담당하던 민간 협회 두 곳이 회원사를 확보하기 위해 등급 인플레이션을 일으키고 있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호텔 등급 심사 제도가 변경되면서 한국관광공사가 등급 평가를 위탁 수행하고 있다. 심사 업무를 공공 기관이 주관해 평가 기준을 강화하고 ‘객관성’과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한국관광공사는 2016년을 마지막으로 무궁화 등급 발급 업무를 중단했다. 한 번 결정된 등급의 유효기간은 3년으로, 2019년 4월까지는 무궁화 등급과 별 등급이 혼재하는 상황이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1월 19일 현재까지 성급제 심사를 받은 호텔은 442곳이다.

이 가운데 38개 호텔이 최고 등급인 5성으로 지정됐고 32개 호텔이 한 단계 낮은 4성 호텔로 분류됐다. 아직까지 무궁화 등급을 유지 중인 호텔은 172곳에 달한다.

한국에선 관광숙박업에 포함되는 호텔업 중 5개 업(관광호텔업·한국전통호텔업·소형호텔업·수상관광호텔업·의료관광호텔업)이 3년에 한 번씩 등급 심사를 의무적으로 받아야 하지만 등급 부착 의무는 없다.

1성급을 받았어도 등급 표지를 호텔에 부착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다. 다만, 호텔이 등급을 허위로 표시하면 제재를 가할 수 있다. 한국관광공사 측은 “2014년 등급 심사 의무제 이전 평가를 받았거나 영세한 업소는 관련 사실을 잘 몰라 재심사 기한을 놓치는 곳이 있다”며 “관할 지방자치단체에 등급 심사 대상 리스트를 보내면 해당 지자체에서 등급 심사를 독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6성급·7성급은 마케팅 수단
‘격전’ 특급 호텔들의 별 전쟁
성급제 심사 기준은 전보다 높아졌다. 기존 무궁화 체제에서는 볼 수 없었던 불시 평가와 암행 평가를 새롭게 추가해 심사의 객관성 등을 강화했다.

과거에는 현장 평가만 실시했다면 새 제도는 현장 평가와 함께 1성부터 3성까지 불시 평가, 4성부터 5성은 불시 평가와 암행 평가를 실시하고 있다. 암행 평가는 전문가 평가위원과 소비자 평가위원이 신분을 밝히지 않고 1박 2일 동안 각자 투숙하면서 평가하는 제도다.

현장 평가가 호텔 시설이나 하드웨어에 중점을 둔 평가라면 불시 평가와 암행 평가는 고객 서비스와 호텔 시설을 고객의 시각에서 평가한다. 암행·불시 평가 전문위원은 문화체육관광부·호텔업협회·관광협회중앙회와 국내 호텔경영학과 교수 등의 추천으로 선발한다.

소비자 평가위원은 공고를 통해 선발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 측은 “공고에 명시돼 있지 않지만 잦은 해외 출장으로 해외 호텔 경험이 많은 사람을 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평가가 까다로워지면서 무궁화 등급 당시 높은 등급을 받았던 특급 호텔들이 바뀐 등급에서는 한 단계 내려가는 곳도 생겼다. 여수 히든베이호텔과 노보텔 대구 등이 대표적이다. 무궁화 등급일 때는 가장 높은 특1급이었지만 성급제에서 4성을 받았다.

국내 호텔 등급 심사 제도에 따르면 5성이 가장 높은 등급이다. 하지만 ‘6성급 호텔’, ‘7성급 호텔’이라고 강조하는 호텔도 부지기수다. 호텔 수가 증가함에 따라 프리미엄 마케팅을 위해 별 6개를 자처하지만 실제로 6성급 호텔은 존재하지 않는다.

별 하나가 더 붙은 6성급은 호텔이 마케팅을 위해 상향한 ‘자체 등급’인 셈이다. 한국관광공사 관계자는 “전 세계적으로도 6성과 7성은 등급 체계에 없다”며 “소비자 인식에 따라 5성 중에서도 프리미엄급이 나눠질 수 있지만 등급 분류 체계상으로는 5성이 마지막이기 때문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5성급 호텔은 ‘자신만만’
‘격전’ 특급 호텔들의 별 전쟁
(사진) 그랜드앰배서더 서울 풀만은 지난해 11월 호텔 등급심사에서 5성을 획득했다. / 그랜드앰배서더 서울 풀만 제공

5성 호텔은 비즈니스센터, 고급 메뉴와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3개 이상(직영·임대 포함)의 레스토랑, 대형 연회장, 국제 회의장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시설이 오래돼 리모델링해야 하거나 식음업장 매출 압박이 있는 호텔은 3년에 한 번 돌아오는 평가에 부담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5성급 호텔은 3년마다 재심사하는 성급제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이다.
2018년 재심사를 앞두고 있는 롯데호텔서울 관계자는 “정기적인 등급 심사가 공정성과 형평성 측면에서 큰 문제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서비스의 질을 높이기 위해 매년 각종 심사와 평가에 지속적으로 대비하고 있으므로 평가에 대한 부담이 덜하다”고 말했다.

2017년 10월 등급 재심사를 통해 5성을 획득한 한화호텔앤리조트 더플라자 관계자는 “기존 서울에 있는 특급 호텔(무궁화 체제)들 간의 시설·서비스적인 격차에도 불구하고 등급에 큰 차이가 없었던 것은 사실”이라며 “정부 기관에서 3년마다 평가를 통해 호텔 등급을 심사하는 것은 호텔 산업의 질적인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5성급 호텔은 평가 때문이 아니더라도 서비스와 콘텐츠 강화에 힘을 쏟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호텔업계는 온라인 여행사를 통한 가격 경쟁과 신규 호텔 증가에 따른 공급 포화로 콘텐츠 차별화가 절실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호텔은 단순히 객실만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교육·문화·레저 등 극세분화된 소비자들의 요구 조건에 부합할 수 있도록 진화하고 있다.

SK네트웍스의 워커힐호텔은 2017년 1월부터 ‘W’와 ‘쉐라톤’을 떼고 단독 브랜드로 새 출발했다. 리모델링을 통해 인테리어를 강화하고 4차 산업혁명 핵심 기술 관련 콘텐츠를 호텔 곳곳에 도입했다. 워커힐 라이브러리 등 새로운 문화 콘텐츠를 선보였다.

1988년 개관한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도 2014년에 호텔 리모델링을 마무리했다.

롯데호텔 서울은 지난해 7월 리뉴얼 공사에 들어갔다. 객실 수가 373실에서 250실로 줄어들지만 서비스 제공 공간과 스위트 객실 수는 늘어난다. 호텔 내부 인테리어도 세계적 인테리어 디자인 회사인 영국의 더 지에이 그룹(The G.A Group)과 협업해 진행한다.

호텔업계 관계자는 “많은 호텔이 리모델링이나 콘텐츠 강화에 나서고 있지만 호텔 등급 재심사를 겨냥했다기보다는 거세지는 호텔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차별화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식음장은 등급마다 정해진 개수가 있기 때문에 무궁화 등급에서 별 등급으로 넘어갈 때 식음장을 추가한 특급 호텔도 있다”고 덧붙였다.

◆[돋보기]다 쓰러져가는 모텔도 호텔…일반숙박업 vs 관광호텔
‘격전’ 특급 호텔들의 별 전쟁
분명 모텔인데 이름만 호텔을 내건 곳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모텔뿐만 아니라 분양형 호텔도 ‘특급 호텔’이라고 광고하고 있어 소비자들은 알쏭달쏭할 수밖에 없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호텔’은 문화체육관광부가 ‘관광 숙박 시설’로 규정한다. 따라서 관광진흥법을 따른다. 관광 숙박 시설은 한국관광공사에서 발행하는 호텔 등급 심사 관리를 3년에 한 번씩 받아야 한다.

모텔인데 호텔을 내걸고 있는 곳들은 관광 숙박 시설이 아닌 일반 숙박 시설에 해당한다. 현행법상 숙박 시설 관리 체계는 관광 숙박 시설과 일반 숙박 시설로 구분돼 있다. 그중 관광 숙박 시설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일반 숙박 시설은 보건복지부가 관장한다. 모텔이나 분양형 호텔이 ‘호텔’이라는 이름을 걸고 영업할 수 있는 이유다.

숙박 시설을 예약하는 소비자는 사이트에서 제공하는 등급을 신뢰하는 경향이 높다. 하지만 실제로 사이트에서 검색되는 3성급 호텔 중에는 관광 숙박 시설이 아닌 공중위생관리법상의 일반 숙박 시설이 다수 포함돼 있어 소비자에게 혼란을 주고 있다.

이 때문에 정부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관련 부처 통합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다. 하지만 어떤 부처를 중심으로 어떻게 통합해야 할지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다.

한국관광공사 관계자는 “호텔 예약 사이트 등을 중심으로 관광공사가 인증한 호텔에는 인증 마크를 달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며 “국내외 관광객이 등급에 대한 신뢰를 갖고 호텔을 선택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등급 평가를 시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kye021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