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Part2 블록체인, 산업지도를 바꾼다]
식량 공급망 추적으로 투명성·안전성 확보
월마트, 블록체인으로 '유통 혁명' 실험
[한경비즈니스=정채희 기자] #가상 인물 저우양 씨가 돼지고기를 먹고 배탈이 났다고 가정해 보자.

그는 돼지고기를 판매한 월마트 측에 유통 과정에서 문제가 없었는지 따져 묻는다. 이전 같았으면 진상을 파악하기까지 2주 이상의 상당한 시일이 소요됐지만 월마트 관계자는 유통 이력을 조회해 단 몇 초 만에 돼지고기가 상한 원인을 찾아낸다.

돼지고기의 생산과 유통 과정에서 만들어진 안전이력서 ‘블록체인’ 덕분이다.

미국의 다국적 소매 유통 체인 업체 월마트가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식탁 위 안전 수호에 나섰다. 먹거리 안전을 주도해 앞으로 연평균 7% 성장이 예상되는 콜드체인(저온 유통 시스템)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겠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월마트는 블록체인 사업에서 세계적 지위를 확보하고 있는 IBM과 파트너십을 맺고 식품 전체의 공급 가치 사슬에 블록체인을 도입하고 있다.

“소비자의 식탁에서 식품 안전을 향상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합니다.” 월마트는 2016년 10월 16일 IBM, 중국의 칭화대와 손잡고 블록체인 기술을 사용해 식품 유통 과정을 추적하겠다는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월마트 식품코너에 진열된 돼지고기의 생산부터 유통까지 모든 과정을 추적해 식품 안전성과 투명성·효율성 모두를 제고하겠다는 계획이다.

◆“2주에서 2초” 식탁 위 안전 파수꾼

다국적 유통 기업인 월마트에 식탁 위 먹거리 공포를 해결하는 것은 지상 과제 중 하나다. 그중에서도 최대 난제는 중국 소비자의 식탁에서 식품의 안전성을 지키는 일이었다.

앞서 월마트는 1996년 최대 소비 시장으로 통하는 중국에 첫발을 들였다. 하지만 만리장성의 벽은 높았다. 월마트에서 납품 업체 관리를 강화해도 중국 업체의 불량한 위생 상태와 가짜 식품을 완벽하게 걸러내기는 불가능에 가까웠다.

결국 현지 매장에서 가짜 고급 돼지고기를 판매하거나 유통기한이 지난 오리고기를 판매하다가 적발되는 일이 반복되면서 중국 정부(충칭시 당국)가 문제점을 개선하지 않으면 영업허가를 취소하겠다는 엄포를 높기도 했다.
월마트, 블록체인으로 '유통 혁명' 실험
월마트는 이 난제를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해결하기로 했다. 공급자가 소비자에게 식품을 전달하는 각 과정의 단계마다 먹거리의 원산지 정보와 배치 번호, 공장 및 가공 데이터 운송 세부 사항 등 관련 정보를 블록체인에 실시간 기록함으로써 유통 과정을 낱낱이 들여다보겠다는 것이다.

월마트는 첫 시도로 중국인들이 가장 즐겨먹는 돼지고기를 택했다. 방법은 간단하다. 먼저 돼지고기를 생산하는 축산업자는 돼지에 사물인터넷(IoT) 센서를 부착해 사육 환경과 사육 방식을 블록체인에 실시간 저장한다.

이후 가공 업체는 가공 정보를 센서에 입력함으로써 도축 과정을 블록체인에 저장한다. 운송 과정에서 부착된 센서는 온도와 습도, 물리적 충격 등을 측정해 블록체인에 기록한다. 그다음 도소매 업체는 포장지 센서에 판매 환경 등의 관련 정보를 입력한다.

해당 기술을 월마트에 제공한 IBM에 따르면 각 거래에서 수집된 정보는 블록체인을 통해 영구 기록된다. 이 정보들은 제품의 식품 안전 문제를 판가름하는 중요한 데이터로 사용된다.

IBM 관계자는 “블록체인에 의해 생성된 기록은 소매점이 개별 매장에서 제품의 유통기한을 보다 잘 관리하고 식품 신뢰성과 관련된 안전장치를 더욱 강화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다”며 “유통 공급망의 정확성을 떨어뜨리는 기존의 종이 추적과 수동 검사 시스템의 대안”이라고 설명했다.

월마트와 IBM의 실험 결과에 따르면 이 블록체인 시스템을 통해 돼지고기에 문제가 생겼을 때 단 몇 초 만에 문제의 원인을 파악할 수 있게 됐다. 이전에는 수백여 명의 조사관이 달려들어 2주가량 조사해야 확인할 수 있었던 일이다.

◆‘콜드체인 시장’ 연평균 7% 성장

월마트의 블록체인 실험은 미국에서도 진행 중이다. IBM과 협력해 동일한 방식으로 망고의 이력을 추적함으로써 생산부터 유통까지 전 과정을 들여다보고 있다.

블록체인 전문가들은 이러한 블록체인 유통 시스템이 콜드체인 시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콜드체인은 농산품을 비롯한 신선식품의 유통 전 과정에 저온 관리를 도입해 식품의 부패와 변질 등 제품 손상을 최소화하는 것을 말한다.

미국 시장조사 기관인 마켓앤드마켓에 따르면 전 세계 콜드체인 시장은 2017년 이후 매년 연평균 7% 성장하면서 2020년 2713억 달러 규모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종합적인 물류 인프라가 부족한 중국은 특히 콜드체인의 급성장이 예상되는 시장이다.

오세현 SK텔레콤 블록체인사업개발부문장(한국블록체인오픈포럼 초대 의장)은 신간 ‘블록체인노믹스’에서 “콜드체인 시장에서 블록체인은 사고 발생 시 원인 규명과 피해 보상에도 활용될 수 있고 식품의 매장 관리를 효율적으로 함으로써 식품 폐기에 따른 손실을 줄일 수 있다”며 “또 오염과 부패 사고로 인한 사고 발생 시 발 빠르게 대응할 수 있기 때문에 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월마트의 블록체인을 활용한 실험 역시 식탁 위 먹거리 공포를 해소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오 부문장은 “월마트는 IoT와 블록체인을 활용해 식탁까지 최적의 식품 흐름을 구현함으로써 고객에게 최적화된 식경험을 제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poof3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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