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가치’ 배점 최대 5배…공공기관 경영 평가 10년 만에 전면 개편
경영평가단 2개로 나뉘고 단장도 1명에서 2명으로 늘려
[단독] ‘공공기관 경영평가’ 확 바뀐다…경영평가 단장도 2인 체제로
(사진) 정부는 지난해 12월28일 서울 도림동 외교부 청사에서 공공기관 경영평가 제도 개편 방안 합동브리핑을 열고 대대적인 개편 방향을 설명했다.

[한경비즈니스=김정우 기자] 정부가 공공기관의 평가 체계와 지표 등 평가 전 단계를 10년 만에 전면 개편한 ‘2018년도 공공기관 경영 평가 편람’을 확정, 발표했다.

이전과 비교해 보면 ‘사회적 가치’ 항목을 평가 기준에 대거 포함한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이제는 공공기관이 무조건 경영만 잘한다고 해서 경영 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기 어려운 구조가 된 셈이다.

그간 공공기관 경영 평가가 각각의 기관 특성을 무시한 획일화된 평가라는 비판에서 벗어나기 위한 방안도 마련했다. 공기업과 준정부 기관 특성에 맞게 각기 다른 평가 기준을 적용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이에 따라 공공기관 경영평가단은 내년부터 ‘공기업평가단’과 ‘준정부기관평가단’ 등 두 개의 팀으로 나뉘며 각 팀을 이끄는 단장도 2명을 선임한다. 이를 통해 보다 공정하면서도 전문적인 평가 체계를 확립해 나갈 계획이다.

◆사회적 가치 창출 여부가 등급 결정

1983년 처음 틀이 만들어진 공공기관 경영 평가는 2007년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면서 최근의 모습으로 바뀌었다. ‘방만 경영’의 정상화 등을 통해 공공기관 체질 개선에 기여했음에도 불구하고 그간 이를 손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끊임없이 이어져 왔다.

예컨대 공공기관 경영 평가 기준이 지나치게 경영 효율성을 극대화하는데 치우치다 보니 공공기관들이 본연의 목적인 공공성과 사회적 가치 실현에 소홀하다는 비판이 나왔다.

또 기존 평가 체계가 시간이 흐를수록 다양해지는 공공기관의 특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이에 기획재정부는 이런 목소리들을 최대한 담아 ‘2018년도 공공기관 경영 평가 편람’을 확정했다.

2018년도 공공기관 경영 평가 편람에 따르면 내년부터 공공기관 유형(공기업·준정부기관)별 ‘맞춤형 평가’를 통해 공공기관의 등급이 매겨진다. 기존의 평가가 개별 기관의 특성을 반영하는 데 한계를 노출한 만큼 이를 보완하자는 취지에서다.

평가 기준도 확 달라졌다. 이전과 비교해 보면 공공기관 본연의 책무라고 할 수 있는 ‘공공성’ 강화에 중점을 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공공기관 경영 평가 지표에 ‘사회적 가치’와 관련한 배점을 대폭 늘렸다.

이번 경영 평가에 대폭 포함된 사회적 가치 개념은 문재인 대통령이 국회의원 시절 발의한 ‘공공기관 사회적 가치 실현에 관한 기본법’이 근간이 됐다. 해당 법은 사회적 가치를 ‘인권, 노동권, 안전, 생태, 사회적 약자 배려, 양질의 일자리, 대·중소기업 상생 협력 등 공공의 이익과 공동체 발전에 기여하는 가치’로 정의한 바 있다.

2018년도 평가에서 사회적 가치 구현이 차지하는 비율이 매우 높다. 공공기관 경영 평가는 큰 틀에서 ‘경영관리’와 ‘주요 사업’ 부문으로 나눠 100점 만점으로 점수를 준다.
[단독] ‘공공기관 경영평가’ 확 바뀐다…경영평가 단장도 2인 체제로
기존 경영 평가에서 사회적 가치 관점으로 볼 수 있는 항목은 경영관리에 포함된 ‘전략기획·사회적 책임(5점)’, ‘정부 권장 정책(사회적 약자 고용과 중소기업 제품 구매 등 6점)’ 등 총 11점 정도에 불과했다.

하지만 개편에 따라 해당 항목의 점수가 공기업은 최대 37점, 준정부 기관은 최대 55점으로 대폭 늘었다. 사회적 가치에 대한 점수를 어떻게 받느냐에 따라 공공기관의 경영 평가 등급 결과가 갈릴 수 있게 됐다.

◆공공기관 경영평가단은 2개 팀으로

세부적으로 보면 경영관리 부문에서는 ‘사회적 가치 구현(공기업 22점, 준정부 20점)’에 대한 항목이 새롭게 추가됐다. △일자리 창출 △균등한 기회와 사회 통합 △안전 및 환경 △상생·협력 및 지역 발전 △윤리 경영에 대해 얼마나 기여했는지에 따라 점수가 매겨진다.
[단독] ‘공공기관 경영평가’ 확 바뀐다…경영평가 단장도 2인 체제로
이 중에서도 가장 큰 가중치가 부과된 것은 일자리 창출(공기업 7점, 준정부 6점)이다. 청년 미취업자 채용 규모와 시간선택제 일자리 확대 여부와 함께 공공기관이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등 고용의 질 개선을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살펴본다.

주요 사업 부문에서 ‘사회적 가치 실현 사업(공기업 10~15점, 준정부 30~35점)’이 추가된 것도 눈에 띈다. 그동안 단순히 주요 사업의 계획이나 활동, 성과를 종합 평가했다면 향후에는 여기에 사회적 가치가 포함됐는지 여부를 따져보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특히 해당 부문에서 준정부 기관이 공기업보다 월등히 높은 가중치가 배정된 것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에 대해 지난해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공공기관 경영평가단장에 임명된 박순애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준정부 기관은 정부의 일을 맡아 하는 위탁 기관이다. 사업으로 수익을 내는 것보다 공공의 서비스를 전달하는 것이 목적”이라며 “공기업보다 사회적 가치 측면에서 공적 기능이 더 크다고 볼 수 있다”고 배경을 해석했다.

또한 공공기관의 고유 사업 특성이 각각 다른 만큼 주어진 여건에 따라 총점 범위 내에서 배점을 선택하는 ‘메뉴 방식’도 도입했다. 평가 항목별로 기준 점수를 부여하고 50% 내에서 가감해 기관이 스스로 가중치를 결정하도록 했다.

폐쇄적이라는 비판을 받았던 평가 체계에도 큰 변화를 줬다. 앞으로 공공기관 유형에 따라 다르게 평가가 이뤄지는 만큼 내년부터 ‘공공기관평가단’도 2개 팀으로 구성돼 각각 ‘공기업’과 ‘준정부 기관’의 평가를 맡게 된다.

이에 경영평가단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평가 단장도 기존 1명에서 2명으로 늘어난다. 박봉용 기획재정부 공공정책국 평가분석과장은 “아직 검토 중인 단계이긴 하지만 그렇게 될 가능성이 현재로선 높다”고 말했다.

평가 방식도 ‘참여·개방형’으로 전환한다. 국민이 참여할 수 있는 공공기관 평가 항목을 신설했고 경영관리 평가는 전문 기관에 위탁할 예정이다. 현재 기획재정부는 한국조세재정연구원 공공기관연구센터에 이를 맡길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enyo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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