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상장’ 1호 기업, 카페24 성공 스토리
[한경비즈니스=정채희 기자] 전자 상거래 플랫폼 기업인 카페24가 2월 8일 ‘테슬라 상장 1호’로 코스닥시장에 당당히 안착했다.

테슬라 상장이란 미국 전기차 업체인 테슬라처럼 당장은 적자를 내고 있지만 기술력과 성장 가능성이 있으면 코스닥 상장을 허용하는 특례 제도다.

카페24는 기관투자가 수요 예측에서 희망 공모가 밴드 최상단으로 공모가를 확정한 데 이어 상장 첫날 공모가보다 50% 가까이 오르며 기업 가치를 입증했다. 5년 적자 기업의 묵직한 ‘한 방’이다.

카페24는 PC통신 시대에 쇼핑몰 솔루션 무료 지원으로 150만 쇼핑몰 고객을 확보한 국내 커머스 시장의 주요 플레이어다.

지난해에는 기술력과 성장 가능성을 인정받아 벤처캐피털에서 가장 많은 투자를 받은 기업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카페24의 성공 키워드를 정리했다.
‘테슬라 상장’ 1호 기업, 카페24 성공 스토리
◆성공전략① “기회를 잡아라”

이재석 카페24 대표가 회사를 설립한 시기는 1999년이다. 당시는 인터넷 인프라 보급 확장과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의 등장으로 누구나 쉽게 인터넷과 온라인 쇼핑을 접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 때였다.

1995년 아마존과 이베이를 시작으로 전자 상거래 업체들이 우후죽순 급증하기 시작했다. 지금의 인터파크와 롯데닷컴, 옥션과 G마켓도 그때 나왔다. 그야말로 ‘벤처 붐’이었다.

“지금 암호화폐 붐은 아무것도 아니에요. 당시 벤처 붐은 100년에 한 번 올까 말까 한 기회였어요.”

이 대표 역시 가만 있을 수 없었다. 1999년 물리학도였던 그는 연구원직을 박차고 나와 벤처 붐에 올라탔다. 전자 상거래 플랫폼 기업 ‘카페24’의 출범이다.

하지만 상장 기회는 좀처럼 찾아오지 않았다. 전자 상거래 시장이 지속적으로 발전했지만 회사 역시 대규모 투자로 몸집을 불리면서 영업 적자를 기록하기 일쑤였다.

“처음 창업할 때는 몇 년 안에 상장할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막상 사업을 하다 보니 성장과 상장이 충돌하는 부분이 있더라고요. 성장 위주로 가되 상장 타이밍을 놓쳐선 안 된다고 판단했어요.”

그 무렵 한국거래소가 한국형 테슬라를 육성하기 위한 상장 특례 제도를 새롭게 도입했다. 카페24가 5년 연속 적자 꼬리표를 달던 때였다.

“듣자마자 이거(테슬라 제도)라고 생각했어요. 당장의 수익보다 성장이라는 비즈니스 모델을 갖고 있는 우리 회사의 사업 방향과 맞아떨어졌죠.”

◆성공 전략 “제로섬 게임 아닌 동반 성장”

카페24의 성공 전략 둘째는 비즈니스 수익 구조다. 이 회사는 판매자로부터 돈을 받지 않는 대신 전자 지급 결제 대행(PG)사 수수료, 광고비 수수료 등에서 수익을 낸다. 카페24에 입점한 쇼핑몰의 거래 대금이 늘어날수록 쇼핑몰 솔루션 매출이 불어나는 구조다.

“전자 상거래 시장이 커지고 활성화되면 카페24도 동반 성장하는 수익 구조예요. 제로섬 게임과 정반대죠.”

무료 쇼핑몰 솔루션은 사람을 불러 모았다. 현재 150만 쇼핑몰을 비롯한 400만 회원이 비즈니스 플랫폼으로 카페24를 선택했다. 지금은 K뷰티로 이름을 떨치고 있는 스타일난다·임블리·육육걸즈 등 스타 온라인 쇼핑몰이 대표적이다.

“전자 상거래 시장에 대한 확신이 있었기 때문에 쇼핑몰 솔루션을 무료로 할 수 있었어요. 파트너 간 신뢰를 쌓아 규모의 경제를 이룩하면 그 안에서 마진을 취할 수 있을 것이란 판단이었죠.”

이 대표의 판단은 적중했다. 카페24는 온라인 쇼핑몰들의 지속적인 성장으로 증권신고서 기준으로 지난해 6조5000억원에 달하는 거래액을 달성했다. 연평균 20%씩 성장 중이다.

◆성공 전략 “흔들리지 마라”

이 대표가 꼽은 카페24의 마지막 성공 키워드는 ‘투자’다. 카페24는 인프라-호스팅센터·쇼핑몰센터·마케팅센터·창업센터·교육센터·디자인센터 등을 구축하며 지속적인 인프라 투자와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 임직원 950명 중 연구·개발(R&D) 담당 인력만 300여 명이다.

이를 통해 쇼핑몰 솔루션부터 광고·마케팅, 호스팅 인프라 등 온라인 비즈니스에 필요한 다양한 서비스를 원스톱으로 제공하고 있다. 카페24처럼 하나의 플랫폼에서 온라인 비즈니스에 필요한 모든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은 찾아보기 힘들다.

“‘쇼핑몰 솔루션 서비스가 이 정도면 됐지 뭘 더해’, ‘더 이상 할 게 남았어’란 질문이 많았어요. 그럴 때마다 추가 투자로 답을 대신했어요. PC온라인에서 스마트폰으로, 국내에서 해외로…. 계속 가야 할 길이 있었기 때문이죠.”

업계에서는 카페24가 대규모 투자가 아니었다면 ‘만년 적자’의 꼬리표를 일찌감치 뗄 수 있었을 것이라고 분석한다. 카페24는 2012년부터 2016년까지 5년 연속 적자였지만 지난해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앞으로도 대규모 투자가 남아 있다. 카페24는 상장 후 약 400억원 내외의 공모 자금을 결제·물류 등 시너지 사업과 신규 사업 진출, 솔루션 고도화 등 연구·개발에 사용할 예정이다.

“번역, 해외 마켓 연동, 해외 물류 대행, 해외 결제, 해외 광고·마케팅 등 여러 분야에 최신 정보기술(IT)을 접목해 국가별 현지에 최적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거예요. 쇼핑몰 운영자와 소비자들에게 보다 향상된 판매 환경과 온라인 쇼핑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목표죠.”

poof3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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