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가구’ 새로운 비즈니스를 창출하다
[한경비즈니스=전영수 한양대 국재대학원 교수] ‘홀로’가 대세다. 독신이 증가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자발적인 독신은 물론 불가피한 홀몸까지 1인 가구의 증가는 다양한 형태로 영향을 미친다.

의미도 변했다. 결혼·출산 등 가족 구성이 당연시됐던 예전엔 독신에 부정적이었다. 지금은 인생 향유의 자발적인 독신도 많아 긍정적 시선도 늘었다.

주목할 것은 새로운 연결·파급 현상이다. 홀로 인생의 증가 추세는 전에 없던 생경한 수요와 변화가 동반된다. 다만 사회문제로 연결되면 사뭇 다르다. 어떤 것이든 선행적 대응이 절실해질 수밖에 없다.

◆고령화가 바꿔 놓은 유통 지도

일본인 7명 중 1명이 싱글 라이프의 주인공이다. 홀몸 세대의 증가치는 꺾일 줄 모른다. 이는 배우자와 사별·이혼한 고령 인구만의 문제가 아니다. 젊은 층에서도 홀몸 인구가 증가하고 있다. 2030세대의 처녀·총각을 넘어 4050세대 중·장년의 미혼·비혼 추세도 본격적이다. 이에 따라 ‘졸업→취업→결혼→출산’ 생애 모형의 균열 조짐이 뚜렷하다.

싱글의 급증은 고민거리다. 새로운 위험 출현 또는 새로운 생활 선택의 대결 구도다. 중요한 것은 ‘홀로 사는 것’에 따른 후속적인 변화의 흐름이다.

홀몸노인의 생활을 지키는 것은 절체절명의 시대 과제가 됐다. 신선한 시도는 유통 업체로부터 비롯된다. 가령 도쿄 히가시무라야마시에 2017년 4월 새롭게 오픈한 점포가 대표적이다. 겉은 편의점인데 속은 슈퍼마켓에 가깝다.

독특한 서비스도 많다. 점포는 대형 편의점 체인(세븐일레븐)과 도시재생기구(UR)의 제휴로 탄생했다. 채소·휴지 등 일상생활에 꼭 필요한 생필품은 물론 일반 편의점에선 드문 살충제나 어른 기저귀까지 판다.

잡지 진열대의 구성도 남다른데 일반적인 주간지보다 고령화·건강에 주목한 잡지가 태반이다. 채소·과일 등도 고객 니즈에 맞춰 강화했다. 홀몸노인의 눈높이에 맞춘 포장 전략이다.

가사조차 버거운 주민들에 맞춰 독특한 서비스를 시작했다. 도시락(세븐밀)에서부터 일상품에 이르기까지 배달 서비스는 기본이다. 특히 도시락은 칼로리와 영양분까지 고려해 매일 새로운 구성으로 배달된다. 500엔 이상을 구입하는 조건으로 약 2000가지 종류의 상품을 무료로 배달해 준다. 무거운 물건이 특히 인기다.

고령자에 한정해 전구 교체, 가구 이동, 대형 쓰레기 반출 대행, 에어컨 청소 등의 서비스도 붙는다. 점포 앞에 의자·테이블을 설치, 주변 노인의 교류 장소를 만들어 대화의 기회까지 제공한다. 홀몸노인에겐 둘도 없이 소중한 공간인 셈이다. 당연히 노인 위주의 단골손님이 증가세다.

집 없는 홀몸노인은 주택 난민으로 전락하기 일쑤다. 빈곤 노인은 물론 연금 생활자에게조차 집을 빌려주지 않으려는 소유주가 늘어났다. 월세 지불이 염려되고 고독사 발생 위험 때문이다.

실제 사망 사고 발생 물건이면 추가 임대는 어렵다. 홀몸노인이면 고독사의 잠재적인 후보군이다. 빌려주고 싶어도 뒷감당이 부담스러워 뾰족한 방법이 없다. 실제 노인을 거절하는 임대 물건이 증가하고 있다.

아예 ‘노인 불가’를 명기한 곳도 많다. 고령사회가 고령 인구를 내모는 갈등 현장이다. 일본임대주택관리협회에 따르면 언제 어떻게 죽을지 몰라 소유주의 60%가 노인 입주에 거부감을 갖는다는 통계도 있다. 젊었을 때 빌렸지만 세입자가 늙자 비워 달라는 곳도 있다.

◆중소기업 “후계자의 배우자를 찾습니다”

이 와중에 역발상의 아이디어로 문제를 해결하는 시도도 있다. 65세 이상의 고령 고객만 전문으로 한 부동산 회사의 출현이다.

2015년 개업한 R65부동산은 민간 간병 시설인 유료 노인 홈이나 건강·금전 상황별로 유형이 달라지는 서비스 부가 고령자 전용 주택뿐만 아니라 고령자를 위한 평범한 물건 탐색을 지원한다. 연령 차별을 이유로 집을 빌리지 못하는 홀몸노인의 수요에 주목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인 입주 가능 물건은 극소수뿐이다. 중개에 맞서 연령부터 물어야 할 판이다. 소개했지만 고령을 이유로 거절하는 사례가 보편적이다.

R65부동산에 따르면 1건을 성사시키는 데 200건 이상의 소유주 및 임대 관리 회사에 문의해야 하는 상황이다. 매월 약 40건의 요청이 있지만 성사 물건은 5건 정도로 10%의 확률이다.

반면 고령의 입주 희망자는 증가하고 있다. 설득 전략은 건강 상태, 가족 관계, 긴급 연락처 등을 파악해 두면 문제가 없고 공실 염려가 적은 노인 특유의 장기 임대 장점까지 내세우지만 현실은 냉정하다.

특수 센서를 삽입해 거동 확인 후 생활 미동의 발생 여부를 소유주에게 알려주는 형광등을 설치하려는 시도도 주목된다. 일종의 고독 사망 방지 장치로, 2018년 상용화될 예정인데 벌써부터 문의가 많다.

싱글 사회의 또 다른 문제 현장은 중소기업이다. 후계자인 아들이 독신이면 승계는 어렵다. 평생 비혼 등 중년 싱글의 증가 추세를 보건대 실체적인 문제다. 폐업 고민 이유 중 2위가 승계 대상의 부재다. 1위는 본인을 끝으로 접을 예정인 것으로 조사됐다. 계속한다면 승계 부재가 고민거리인 셈이다. 인수·합병(M&A) 혹은 공개 모집이 방법이지만 근본 대책은 아니다.

부모로선 상실감과 함께 사업을 맡길 차세대의 불안으로 연결된다. 실제 후계 구도의 불안 원인 중 후계자의 미혼 여부가 자주 손꼽힌다. 지난 20년에 걸쳐 종소기업 경영자의 평균연령은 47세에서 66세로 늘어났다. ‘중소기업 백서’에 따르면 2025년이면 60% 이상의 중소기업 사장 연령이 70세를 초과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이 문제를 직시한 기업 대상 법률·세무 등 컨설팅 파트너 중 일부는 거래처 후계자를 위한 결혼 지원 비즈니스를 사업 모델로 채택한다. 차세대 사장 후보가 될 사위나 아들의 며느리를 찾아달라는 부탁이 자연스레 사업 아이템으로 연결된 것이다.

결국 맞선 주선은 여타 결혼 정보 업체와 같지만 내용은 좀 다르다. 주선자가 사전 미팅은 물론 영업·제작 현장까지 사전에 보여주는 등 많은 정보를 주고 천천히 결정하도록 배려한다. 늦은 결혼인데다 묵직한 가업 승계와 관련된 소개 모델이어서 정밀한 주선이 필수이기 때문이다.

일례로 세무 컨설팅 전문 회사인 하타케경영그룹은 2017년 5월 컨설팅을 해왔던 파트너 경영자의 자녀에게 배우자를 찾아주는 일을 대행하기 시작했다. 사내 부서에서 법인 대상의 결혼 상담 부문을 열고 영업을 시작했다.

맞선 주선이 주요 사업으로 지금까지의 본업과 사뭇 다르지만 회사로서도 성혼 이후 거래 지속 등 기대 효과가 커 적극적이다. 후계자의 배우자답게 자질을 겸비한 대상을 물색해 알선한다.

하타케경영그룹에 따르면 주로 창업 100년을 훌쩍 넘긴 중소 규모 노포 기업의 의뢰가 많다. 에도시대부터 시작된 선조의 노포 간판을 지키기 위한 부모에겐 자녀의 결혼이 숙제일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