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양식품의 수출액은 2015년 307억원에서 지난해 2000억원으로 여섯 배 이상 치솟았다. 작년 전체 수출액의 90%(1800억원)를 불닭볶음면이 차지한다.
까르보불닭볶음면은 불닭볶음면의 매운맛을 줄인 제품으로, '한국식 크림파스타'로 불린다. 삼양식품에 따르면 까르보불닭볶음면은 1월 중순 이후 국내에서 초당 5개정도 팔려나가고 있다.
불닭볶음면의 대박 행진에 피해(?)를 입는 기업도 등장했다. 삼양그룹이 주인공이다.
삼양홀딩스 관계자는 "삼양그룹 홈페이지와 SNS에 응원메시지는 물론 제품 불만사항 등 불닭볶음면에 대한 문의가 한 달에 최대 10건 정도 접수돼 삼양식품 고객센터를 안내 중"이라며 "삼양식품 본사 앞에 위치한 모 고등학교 재학생이 불닭볶음면을 많이 먹는 학생들을 위해 특정 기자재를 후원해 달라고 요구하는 사례도 있었다"고 말했다.
'삼양(三養)'이라는 상호를 공유하는 두 기업은 사실 전혀 관계가 없다.
삼양그룹은 지주회사인 삼양홀딩스를 필두로 삼양사, 삼양바이오팜, 삼양패키징 등의 자회사를 거느린 중견기업이다. 식품과 화학, 바이오가 주력 사업이다. (사진) 서울 종로의 삼양그룹 본사. /삼양홀딩스 제공
삼양식품은 라면과 과자 등을 생산한다.
창업 시기도 다르다. 삼양사는 1924년 고(故) 김연수 창업자가, 삼양식품은 1961년 고(故) 전중윤 창업자가 설립했다.
삼양그룹은 김 창업자의 셋째 아들인 고(故) 김상홍 전 삼양그룹 명예회장의 장남 김윤 회장 체제다. 삼양식품은 전 창업자의 장남인 전인장 회장이 이끄는 중이다.
상호와 관련한 양사의 의견도 다르다.
삼양홀딩스 관계자는 "삼양식품 관계자가 회사 설립 당시 삼양사에 찾아와 한자 표기마저 동일한 상호를 써도 될지 의논해왔고 관련 요구에 흔쾌히 응한 것을 계기로 현재까지 두 기업이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고 말했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회사 설립 당시에는 6·25전쟁이 끝나고 다양한 산업이 재건될 때여서 지금처럼 상호를 등록하거나 인터넷을 통해 서로 비교할 길이 없었을 것"이라며 "1963년 9월 15일 '삼양라면' 출시 이후 '삼양식품'이 굳어진 만큼 두 기업의 상호는 각각의 고유명사로 보는 것이 맞다"고 강조했다.
choies@hankyung.com
©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