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카드부터 식권까지…비용 절감·업무 효율성 높이기 ‘특효약’
‘스마트폰 앱’ 기업 경영의 도우미 되다
(사진) 한 직장인이 벤디스의 '식권대장'을 사용해 점심 값을 결제하고 있다.

[한경비즈니스=이명지 기자] 최근 기업의 각종 경비 지출을 관리해 주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셥(앱)이 인기를 끌고 있다.

그동안 나온 O2O(Online to Offline) 앱이 주로 개인 사용자를 타깃으로 한 반면 이들은 정보기술(IT)을 활용해 기업이 비용을 절감하고 업무를 효율화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법인카드에서 법인차량·식대·채용에 이르기까지 여러 분야에서 사용된다.

비즈플레이는 2016년 9월 ‘무증빙 경비 지출 관리 솔루션’ 전문 기업으로 새롭게 출범했다. 이후 B2B에 필요한 다양한 업무와 협업 관련 앱을 선보이고 있다.

이 중 ‘비즈플레이 경비 지출 관리 솔루션’은 법인카드 경비 처리와 관련한 모든 업무를 스마트폰 기반으로 바꾼 국내 최초의 ‘경비 지출 관리 핀테크 솔루션’이다. 2018년 2월 기준으로 1만5320여 개의 고객사가 28만4776장의 카드를 사용한다.
‘스마트폰 앱’ 기업 경영의 도우미 되다


◆종이 식권 대체한 앱으로 간편하게

국내의 모든 카드사와 연계된 솔루션으로 스크래핑 기술을 통해 카드사로부터 경비 사용 데이터를 자동으로 가져와 실시간 사용 내역 확인, 모바일 영수증 제출, 자동 증빙 처리를 진행한다.

영림원소프트랩·아이퀘스트·포렌 등 국내 대표 전사적자원관리(ERP) 기업과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고객은 사용 중인 ERP 시스템에 비즈플레이를 손쉽게 연동하고 경비 처리 업무를 모바일 환경에 맞게 스마트화·자동화할 수 있다.

해외에서 상륙한 앱도 있다. 1993년 설립된 경비 관리 분야의 베테랑 기업 컨커는 지난해 한국 서비스를 시작했다. 컨커는 포드·구글·이베이·이케아·아디다스 등 세계 3만5000개 고객사, 4500만 명이 사용하고 있는 경비 지출 관리 솔루션이다.

독일 소프트웨어 기업 SAP가 2014년 83억 달러(약 9조원)에 컨커를 인수했다. 지난해 6월 한국 시장에 공식 진출했고 웅진·딜로이트 등 주요 파트너사와 협업하며 국내시장에서 사업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에너지세븐의 ‘오일익스프레스’는 법인 차량의 효율적인 관리에 주목했다. 서비스에 가입된 법인 소속 차량은 비콘이 설치된 주유소에서 미리 결제해 놓은 가격에 정해진 양만큼 주유한다. 기업은 법인차량의 유류 거래를 앱을 통해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그동안 기업에서는 일부 법인차량 운전자들이 돈과 기름을 빼돌리는 ‘부정 유통’이 종종 발생했다. 오일익스프레스를 사용하면 모든 거래에 현금 영수증이 자동으로 발급되기 때문에 투명한 거래가 가능하다. 앱을 통해 제공되는 요일별 주유 관리, 차량별 예산 관리를 통해 거래 시 발생하는 추가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벤디스의 ‘식권대장’은 종이 식권과 식대 장부로 운영되던 기업의 식대 관리 시스템을 모바일로 옮겨 왔다. 소기업부터 대기업까지 임직원의 스마트폰에 식권대장 앱을 설치하면 자사에 최적화된 모바일 식대 관리 솔루션을 구축할 수 있다.

2018년 2월 기준 아시아나항공·한국타이어·현대오일뱅크·한화시스템 등 전국 160개 기업에서 식권대장을 사용하고 있다. 월 30억원의 식대가 식권대장을 통해 거래되고 올해 연간 식대 거래액은 5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식권대장은 모바일 거래를 통해 식대 결제의 전 과정을 전산화했다. 식권대장을 도입한 기업의 임직원은 식사하러 갈 때마다 종이 식권을 챙기거나 식대 장부에 적지 않아도 된다. 앱을 통해 결제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회사 관리자는 임직원의 모바일 식권 사용 현황을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이용 시간이나 1회 결제액 한도를 자유롭게 설정할 수 있다.

원티드랩은 기업이 적합한 인재를 앱을 통해 찾을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했다. 지인의 추천으로 구인·구직이 이뤄지는 시스템과 함께 기업도 인재를 직접 찾을 수 있게 한 것이다.

기업이 원하는 직무와 직급의 인력 채용을 원티드랩에 의뢰하면 앱 내에 구인 내용이 등록된다. 이 구인 공고는 페이스북을 비롯한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를 통해 공유되며 공고를 보고 공고에 맞는 지인을 추천할 수 있다.

공고를 통해 구직자를 찾을 때도 있지만 경력직이나 전문 직종은 헤드헌터를 통해 인재를 물색한 후 기업이 먼저 접촉할 때도 있다. 원티드랩은 이 헤드헌터의 역할을 대신하는 플랫폼이다.

원티드랩에 따르면 지인 추천은 함께 일해 본 동료를 추천하는 것이 대부분이어서 헤드헌터가 파악하기 어려운 역량까지 알아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또 추천인은 채용 성사 시 포상금도 받을 수 있어 적극적인 추천이 이뤄지고 있다.
‘스마트폰 앱’ 기업 경영의 도우미 되다
◆보수적 기업도 주목한 혁신 서비스

초창기만 해도 모바일 앱을 통해 기업의 ‘장부’를 관리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이 있었다. 벤디스 관계자는 “실제로 서비스를 출시한 지 1년간 고객사가 늘지 않았다”며 “오랫동안 종이 식권과 식대 장부로 식대를 관리한 기업들이 관행을 바꾸기에는 ‘모바일 식권’이라는 것이 생소한 개념이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산 담당자가 도입하기를 원했지만 경영진이 전사 차원의 솔루션 도입을 부담스럽다고 판단해 거절하는 곳도 있었다.

이러한 분위기는 차츰 반전됐다. 이는 새로운 서비스 도입을 두려워하지 않는 스타트업이 아니라 대기업들이 앱 서비스를 도입한데서 잘 확인된다. 비즈플레이는 대림비엔코·대림케어·SK머터리얼즈 등 대기업과 중견기업 350여 개를 고객으로 두고 있다.

벤디스는 2015년 서비스 출범 당시만 해도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의 비율이 높았지만 이듬해부터 대기업 고객사의 비율이 급증하고 있다. 비즈플레이 관계자는 “혁신적인 서비스를 보고 먼저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기업이 많다”고 말했다.

이는 앱 도입으로 기업이 얻을 수 있는 장점이 크기 때문이다. 우선 불필요한 지출을 줄일 수 있다. 벤디스의 식권대장을 사용하는 한 고객사는 월 6000만원 정도의 식대를 지출했지만 식권대장 도입 후 약 1500만원의 식대를 절감하는 효과를 봤다. 종이 식권과 식권 장부 사용 시 발생했던 이른바 ‘식권깡(식권 현금화)’, 대리 사용 등 오남용을 없앴기 때문이다.

원티드랩도 채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줄였다. 원티드랩에 공고를 등록하면 기업이 일반적인 헤드헌팅 업체를 이용했을 때 비용보다 절반가량 저렴하다. 또 등록된 채용에 대한 비용 지불이 채용이 마감될 때까지 추가되지 않아 기간에 비례해 광고비를 지불해야만 하는 취업 포털 사이트보다 훨씬 경제적이다.

경비를 관리하는 직원의 업무 효율도 향상됐다. 비즈플레이를 도입한 기업은 직원이 종이 영수증을 보관하고 지출 결의서에 풀칠한 후 다시 결의서를 보관하는 경비 처리 소요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벤디스는 매달 종이 식권을 만들어 직원에게 나눠 주거나 식대 정산을 위해 기나긴 식당 순례를 하는 식대 관리 부서의 고충을 없앴다고 말한다.

벤디스 관계자는 “식당 발굴 및 제휴, 서비스 질 관리, 식대 정산 등 식당과 관련한 모든 업무를 벤디스의 전문 인력이 대행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식권대장 고객사를 대상으로 한 서비스 만족도 조사에서 식대 관리 부서의 평균 업무 감소량은 58.3%로 나타났다.

도입에 드는 비용도 저렴하다. 시장조사 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SAP 컨커를 도입한 기업들은 평균 7.3개월 만에 도입 비용을 회수하고 3년간 482%의 투자수익률(ROI)을 창출한다. 새로운 플랫폼 도입에 따른 비용 부담이 생각만큼 크지 않은 셈이다.

기업 관리 앱의 시장 전망은 매우 밝은 편이다. 특히 경비 지출 관리 분야는 시장 잠재력이 큰 분야로 각광받고 있다. 2016년 172조원이었던 법인카드 이용 금액은 2018년 200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5년간 36% 성장했다.

이용 건수 또한 올해 10억 건을 넘을 것으로 예측된다. 2016년 기준 전체 기업의 0.1%만 도입했던 경비 지출 관리 솔루션을 2026년 75%의 기업이 도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부정청탁금지법, 일명 ‘김영란법’의 시행으로 기업에서도 지출 관리를 엄격하게 기록해야 할 필요성이 생겼다. 의료계는 1월 1일부터 한국판 ‘선샤인 액트’로 불리는 경제적 이익 지출 보고서 작성 의무화 법안이 시행되면서 의료인에게 제공되는 경제적 이익을 5년 동안 문서로 보관해야 한다.

이 때문에 법인카드·법인차량·식대 등 기업의 비용을 부정적으로 사용하는 ‘오남용 사례’를 앱을 통해 한 번에 관리하는 것이 ‘대세’가 됐다.

◆“대기업 임직원이 모두 우리 고객”

다수의 소비자를 대상으로 출시되는 앱과 달리 이들은 기업을 고객으로 두고 있다. 일종의 B2B 앱인 셈이다. 그러면 B2B 앱은 어떤 차별화를 택해야 할까. 업계 관계자들은 철저히 기업의 ‘니즈’를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기업에 맞는 서비스를 시시각각 개발해 기존 수요층을 붙잡아 두는 것이다. 고객사를 많이 확보하는 것도 과제지만 기업의 서비스 중도 이탈을 막는 것이 더 중요하다.

고객사에 대한 사후 관리도 마찬가지다. 벤디스는 사용자 서비스 교육, 철저한 고객만족(CS) 응대를 기본으로 하고 있다. 만약 기업이 사무실을 이전한다면 식대 관리 담당자가 거래 중이었던 식당들과 이전 날짜에 맞춰 식대를 정산해야 한다.

또 새롭게 이전한 장소에서 직원들이 불편하지 않게 식사할 수 있도록 미리 거래 식당을 확보해 둬야 한다. 이와 같은 식대 관리자의 ‘수고’를 벤디스가 대신 해줌으로써 큰 호응을 얻었다. 이렇게 노력한 결과 2015년 말 기준 11개였던 식권대장의 고객사는 2018년 8월 160여 곳으로 늘어났다.

철저한 보안 역시 선택이 아닌 필수다. 직원의 개인 신상 정보를 포함해 기업의 비용 지출 등 민감한 정보가 오가는 앱이기 때문이다. 비즈플레이는 기업의 데이터를 자체 저장이 아닌 별도의 데이터센터(IDC)로 이관해 보관한다.

IDC는 분당에 있는 메인센터와 일산에 있는 백업센터 등 두 곳에서 운영된다. 혹시 모르는 비상 사태를 대비하기 위해 ‘이원화’를 택한 것이다. IDC는 출입 통제와 감시는 물론 2~3중의 방화벽 시스템으로 운영된다. 비즈플레이 내부의 관제센터를 통해 직원들이 직접 365일 24시간 모니터링을 실시하며 전문 기술 인력이 배치돼 있다.

또 항온항습, 보안, 누수 방지, 무정전 시스템을 택해 고객사가 안심하고 데이터를 제공할 수 있게 했다. 비즈플레이 관계자는 “제휴사 법인카드의 모든 결제 정보가 오가기 때문에 보안 수준을 ‘최고’로 높였다”며 “시중은행에 버금가는 높은 보안력을 자랑한다”고 말했다.

SAP 컨커는 데이터 안전과 산업 표준의 규율을 준수하기 위해 세계 최고 수준의 보안을 유지한다. 수집된 데이터는 전송 단계에서 암호화되며 데이터센터의 서비스는 국제표준화기구(ISO) 표준 기반의 관리 계획·통제·운영 등의 보안 절차를 포함한다.

KT경제경영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O2O 시장은 2016년 178조원의 규모에서 2017년 321조원 규모로 1년 새 143조원 이상 성장했다. ‘배달의 민족’, ‘여기어때’ 등 O2O 사업을 기반으로 한 스타트업들의 활약이 눈부셨다. 하지만 O2O 서비스가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면서 과잉 경쟁이 일어나기도 했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기업 관리 앱은 O2O 서비스를 기반으로 하지만 기업을 고객으로 둠으로써 다른 앱에 비해 안정적으로 사업을 펼칠 수 있다는 장점을 안고 있다.

기업 관리 앱 관계자는 “대기업과 제휴하면 그 기업의 모든 직원들을 고객으로 모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의 이탈을 걱정해야 하는 B2C 앱과 달리 한번 장기 계약하면 안정적 소비층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m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