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5명’ 합계출산율 사상 최저치 기록, 서울도 0.84명 불과
'1.05명' 사상 최악의 인구절벽…지방도시 사라진다
[한경비즈니스=김영은 기자] ‘인구문제로 소멸할 최초의 국가.’ 데이비드 콜먼 옥스퍼드대 인구문제연구소 교수가 한국을 두고 했던 얘기다. 그리고 2017년 한국은 사상 최하위 출산율을 기록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7년 출생·사망 통계 잠정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출생아 수는 35만7700명이다. 종전 역대 최하위였던 2016년(40만6243명)에 비해 4만8500명 줄었다. 연간 출생아 수가 30만 명대로 내려간 것은 처음이다. 한국은 이미 인구 절벽 가장 끝에 위태롭게 서있다.

◆신생아 0명 읍면동 25개
'1.05명' 사상 최악의 인구절벽…지방도시 사라진다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자녀 수)도 1.05명으로 역대 최저치를 경신했다.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1.68명)을 크게 밑돌 뿐만 아니라 대표적인 저출산 국가로 꼽히는 일본(1.46명)·싱가포르(1.24명) 등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초저출산국으로 분류되는 1.3명 미만 국가는 한국·폴란드·포르투갈뿐이다. 한국은 그중에서도 꼴찌다.

통계청은 “인구 최정점에 이르는 시점도 애초 예상했던 2031년에서 2027년으로 앞당겨질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급격한 인구 감소로 적지 않은 지방자치단체가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특히 농어촌이 중심인 지자체들은 저출산과 고령화, 젊은 층의 도시 유출 등으로 인구가 급감함에 따라 존폐 기로에 놓여 있다.

한국고용정보원 보고서에 따르면 향후 30년 내로 전국 228개 시군구 중 84개(36.8%), 3482개 읍면동 중 1383개(39.7%)가 소멸할 것으로 추정됐다.

지방 소멸은 다가올 미래가 아닌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출생아가 한 명도 없었던 읍면동(출장소 포함)은 25개다.

전국 읍면동 중 출장소를 제외하면 17개의 읍면동에서 신생아를 볼 수 없었다. 시골이 대부분일 것 같지만 파주시·춘천시·제천시·익산시·김천시·안동시·영주시·통영시 등 시 단위 도시도 8개나 됐다.

연간 출생아 숫자가 한 자릿수인 곳도 수두룩했다. 45개의 읍면동은 지난해 연간 출생아 수가 1명에 그쳤다. 5명 이하인 곳은 무려 400곳이다.

신생아가 줄어들면서 학교 입학생도 감소하고 있다. 교육부 통계를 보면 지난해 입학생이 전무한 초등학교는 전국적으로 113곳이나 됐다. 신입생이 5명이 안 된 학교는 무려 622개교였다.

◆힘든 청년의 삶 보여주는 초상
'1.05명' 사상 최악의 인구절벽…지방도시 사라진다
지난 10년 동안 저출산·고령화 정책에 80조원이 투입됐는데도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여건이 아무것도 나아지지 않은 청춘들에게 ‘인구 절벽을 막자’는 국가적 호소는 설득력을 얻지 못한다.

경제 양극화와 저성장으로 개인소득이 줄었고 교육비와 주거비는 증가했다. 일자리가 없고 월급은 오르지 않고 죽을 때까지 벌어도 내 집 마련조차 할 수 없는 사회에서 ‘아이를 낳으면 손해’라는 여론이 대부분이다.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는 지난해 양육비를 3억9670만원으로 추산했다. 결혼 자금을 제외해도 자녀 1명을 대학 졸업 때까지 키우는 데 약 4억원의 돈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이상호 한국고용정보원 부연구위원은 “지방이나 대도시나 결혼하지 않고 아이를 낳지 않는 근본적인 원인은 동일하다”며 “우리 사회가 청년층이 얼마나 살기 힘든 곳인지 보여주는 초상”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저출산의 원인을 복합적으로 파악할 계획이다. 정부는 3월 중 구체적인 일·가정 양립 대책을 내놓기로 했다. 김상희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은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는 출발점은 개인의 삶의 방식에 대한 선택을 존중하고 출산과 양육을 인권으로 인정하는 것”이라며 “아이를 낳고 기르는 것이 불행이 아닌 행복이 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 고령화 시계는 그 어느 국가보다 빠르게 흘러왔다. 사상 최저 출산율을 기록한 지금, 인구 절벽은 더 이상 다가올 미래가 아닌 눈앞에 놓인 현실이라는 것을 직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인터뷰] 이상호 한국고용정보원 부연구위원“인프라 구축보다 삶의 질 개선이 필수”
'1.05명' 사상 최악의 인구절벽…지방도시 사라진다
이상호 한국고용정보원 부연구위원은 지난해 ‘소멸위험지수’를 개발해 한국의 지방 소멸에 대한 보고서를 국내 최초로 발표했다. 소멸위험지수는 이 부연구위원이 일본의 마스다 히로야 전 총무장관이 쓴 ‘지방소멸’에서 착안해 개발한 것이다.

▶수많은 정책으로도 저출산을 막을 수 없는 이유가 무엇인가.

“정부가 저출산·고령화를 미래의 문제로 생각하고 여유롭게 대응하고 있다. 이미 몇 년 전부터 이 문제를 바로잡을 여러 기회가 있었다. 각 주관 위원회나 부처별로 내놓은 정책이 유기적으로 대응되지 않고 있다. 정부의 전략적 목표에 따라 각 부처의 전략이나 정책이 그저 위로 집합되는 구조에서 나오는 문제다. 지방의 인구 유출을 억제하고 다시 유입되는 흐름을 만들려면 몇 가지 단편적인 대책만으로는 안 된다. 일자리·교육·주거·복지 문제가 총체적으로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떤 정책이 필요한가.

“지방 소멸의 원인을 하드웨어의 문제로 귀결하면 안 된다. 물론 인프라도 중요하다. 하지만 근본 원인은 청년 일자리와 교육 문제다. 도시·도로·건물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양질의 일자리와 높은 교육 서비스, 충분한 여가 요건 등 소프트웨어에 집중해 삶의 양식을 바꿔야 한다. 특히 장애인이나 취약 계층은 지방의 행정 서비스가 제한돼 있고 분산돼 있어 더 불편하다. 이런 무형의 서비스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

▶지자체의 역할은 무엇인가.

“지자체의 절박함은 이해하지만 예산의 비효율적인 집행을 중단해야 한다. 지자체에서 가능한 정책이 제한적이기도 하지만 부족한 예산 자체도 효율적으로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 단순히 일자리나 장려금 문제가 아니라 교육 문제나 주거 문제를 일자리와 결합해 정주 여건과 양육 여건을 제공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모든 지역이 반드시 출산을 자기 군 내에서 할 필요는 없다. 현실적으로 수요가 맞지 않으면 꼭 지역 내부의 자원이 있을 필요는 없다. 그러면 지자체에서 가까운 지방과 연계해 주는 서비스라든지 다양한 시도를 할 필요가 있다.”

▶지자체에서는 지방을 ‘소멸’이나 ‘고령화’로만 바라보는 시선을 우려한다.

“지역에 저주를 퍼붓기 위해 하는 말이 아니다. ‘현재 사람들이 살기에 어떻다’를 논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 세대가 재생산되지 않으면 지자체에 미래가 없다는 차원의 문제다. 이번에 컬링으로 유명해진 의성군을 보면서 ‘저런 방식으로도 지방이 젊은 사람들에게 매력적일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지원을 끊으면 안 된다.”

kye021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