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곰의 부동산 산책]
- 투자 상품은 일방적으로 상승세만 이어가긴 어려워…합리적 판단 필요

[아기곰 ‘재테크 불변의 법칙’ 저자] 투자라는 것은 요상한 것이다. 내려도 걱정, 올라도 걱정이다. 매수가 보다 시세가 떨어지면 잘못된 투자에 대한 후회로 밤잠을 이루지 못한다.

언제 시세를 회복할 수 있을지 매일 시세표를 보면서 노심초사하게 된다. 그런데 시세가 올라도 마찬가지다. 행복한 고민이라고 하지만 혹시 떨어지지 않을까 좌불안석이다.
올라도 고민 떨어져도 고민인 ‘집값’
◆ 하락에 대한 공포로 매도

A는 몇 년 전 구입한 수도권 요지의 아파트 덕분에 휘파람이 절로 난다. 지난 몇 년간 수도권을 중심으로 주택 시장이 활황을 보이면서 실투자금의 두 배 이상 수익을 거뒀기 때문이다.

하지만 A도 마냥 흐뭇한 표정을 지을 수는 없다. 시세가 꺾일까봐 지금 팔아야 할지 조금 더 지켜봐야 할지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2000년대 초반 3000 가까이 갔었던 코스닥지수가 몇 년 사이 몇 백 포인트 수준으로 떨어졌던 것, 한때 1800달러 이상 갔던 금값이 몇 년이 지난 지금은 1300달러대에서 횡보하고 있어 원금도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것, 얼마 전 2000달러 이상까지 갔던 비트코인 시세가 반 토막이 난 것 등을 감안하면 어느 정도 수익을 거뒀을 때 현금화하는 것이 나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B는 너무 빨리 움직인 경우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서울에 있는 아파트를 발 빠르게 처분했다. B는 1주택자이지만 정부의 정책이 주택 시장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생각했고 그동안 오른 집값 상승도 부담이 됐기 때문이다.

더구나 공급과잉 가능성,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등 여러 악재가 기사화될 때마다 받는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차라리 집을 팔고 전세로 2~3년 있다가 공급과잉이 어느 정도 소화되면 지금보다 싼값에 집을 다시 사는 것이 유리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작년 8·2 조치 후 서둘러 팔았는데, 지금은 시세표만 보면 화가 치민다. 가족들 앞에서는 집값이 더 떨어질 것이라고 호기를 부리지만 그래도 “그때 팔지 말 걸” 하는 후회가 밀려온다.

C는 혼란에 빠져 있다. 그동안 부지런히 공부한 덕분에 이번 상승장에 올라탈 수 있었다. 수도권 요지에 투자해 상당한 수익률을 거두기도 했다.

그런데 지금은 후회가 되기도 한다. 강남에 투자한 친구가 몇 억원이 올랐다고 자랑할 때마다 부아가 치민다. 그때 빚을 내서라도 강남에 투자했더라면 좋았을 텐데, 소심했던 자신에게 화도 나고 강남 입성이 영영 멀어지는 것 같아 불안하기도 하다.

그 생각만 하면 밥맛도 없고 하루에도 열불이 몇 번씩 나기도 한다. 찔끔찔끔 오르는 시세도 눈에 차지 않고 은행에 잠겨 있는 현금도 아깝기만 하다.

이처럼 대한민국의 국민들은 집에 대한 걱정이 많다. 하지만 이 걱정은 생각하기 나름이다. 집값이 내린 A를 제외하고는 B와 C는 마음먹기에 따라 충분히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다. A와 B는 본질적으로 같다.

B는 자신의 생각을 너무 빨리 실천했다는 것이고 A는 고민 중에 있다는 차이만 있을 뿐이다. 하락에 대한 공포가 고통의 원인이다.

부동산이든 주식이든 또는 금이든 어떤 투자 상품이라도 본인이 산 날로부터 하루도 예외 없이 오르기만 하는 것은 없다.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면서 장기적으로는 돈 가치 하락 분만큼 상승하는 것이다.

◆ 질투가 불러오는 집값에 대한 착각

그런데 이런 원리를 설명하면 다들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정작 자신의 투자에 이르게 되면 고민이 깊어진다. 이는 직전 상승분이 모두 자신의 돈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3억원에 산 집이 5억원까지 올랐다고 가정해 보자. 그러면 2억원의 차익을 거뒀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런데 실제로는 직전 최고 실거래가는 4억8000만원 정도이고 5억원은 매도 호가일 가능성이 높다.

이런 상태에서 4억9000만원에 팔리면 자신은 1000만원 손해를 봤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진실은 5억원은 호가이고 4억9000만원은 역대 최고가에 팔린 것이다.

이번에는 4억7000만원에 팔렸다고 가정해 보자. 3000만원이나 손해 봤다고 착각할 수 있다. 적게 잡더라도 직전 실거래 최고가 4억8000만원 대비 1000만원 손해 봤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은 신고가를 경신하는 물건은 그 동네에서 최고로 좋은 물건들이다.

수리가 아주 잘돼 있거나 로열 동, 로열 층 물건이다. 아니면 두 조건을 모두 갖춘 것이 신고가를 경신하곤 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자기 관점에서만 생각하기 때문에 자기만 싸게 판다고 착각하는 것이다.

이번에는 비슷한 조건인데도 1000만원 싸게 팔았다고 가정해 보자. 진짜 손해를 본 걸까. 그 집의 취득가는 3억원이었다. 1억7000만원의 이익을 본 사람이 1억8000만원의 이익을 보지 못했다고 우울해 한다는 것은 지나친 욕심이다.

시간을 거슬러 ‘그 집을 사지 않았다면 어찌 됐을까’부터 생각해 보라. 기껏해야 은행 이자에 만족했을 것이다. 결국 세후 이익이 은행 금리 수준 이상이었다면 만족해야 한다. 정확하게 말해 그 집값을 올리는데, 본인이 기여한 일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라.

C는 남과 비교하기 때문에 얻어진 병이다. 남, 특히 가까운 친지보다 본인이 잘나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의 소유자에게 잘 나타난다. 그런데 투자에서 중요한 것은 수익률이다. 매매 차익이 크더라도 거기에 투자한 실투자금이 많다면 수익률은 낮아진다.

실익이 적다는 뜻이다. 강남 재건축 아파트는 막대한 시세 차익으로 동네북처럼 두들겨 맞지만 수익률은 그리 높지 않다. 5억원이 올랐다고 하더라도 10억원이 있어야 하는 투자는 수익률이 50%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세상에는 많은 변수가 있기 때문에 특정한 투자 상품이 일방적으로 상승률 1위를 고수하는 것은 없다. 그런 상품이 있다면 세상의 돈이 순식간에 몰리면서 매수 단가를 높여 수익률이 떨어지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대부분의 투자 상품은 순환매의 성격을 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인이 투자한 상품이 남보다, 특히 자신의 친지가 투자한 것보다 언제나 앞서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투자와 질투를 구분하지 못하는 것이다. 인생은 마라톤이다. 어떤 구간에서 남이 빨리 달린다고 따라가다 보면 지쳐서 완주를 하지 못하게 된다.

자기 페이스대로 꾸준히 달리면서 구간별 1위가 아니라 종합 1위를 노리는 것이 성공하는 투자자의 자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