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니지·검은사막·듀랑고 등 MMORPG가 ‘대세’…캐주얼 게임·미드코어 등 영역 확대
치열해진 모바일 게임 대전
[한경비즈니스=김영은 기자] 모바일 게임 시장이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2017년 모바일 게임 시장 규모가 4조8800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온라인 게임 시장(4조7207억원)을 넘어서는 규모다.

소비자 지출액도 모바일이 가장 많다. 앱애니가 글로벌 시장 정보 회사인 IDC와 공동으로 작성한 새 보고서를 보면 2014년부터 모바일 게임이 최대 소비자 지출을 올리며 가정용 게임 콘솔과 PC·맥 게임을 모두 추월했다. 2017년에는 모바일 게임 지출액이 PC·맥 게임의 2.3배, 가정용 게임 콘솔의 3.6배로 커지면서 게임업계의 명백한 리더로 자리 잡았다.

모바일 게임은 스마트폰 이용자 증가에 따라 잠재 이용자가 증가했고 PC 온라인 게임에 비해 간단한 게임성, 낮은 진입 장벽이 특징이다.

모바일 게임 시장 규모와 매출액이 커지면서 게임사들도 모바일 게임에 사활을 걸고 있다. 온라인 게임과의 조작 방식 차이나 그래픽 저하, 자동 모드와 과도한 과금 유도 등 그동안 한국 모바일 게임 성장의 걸림돌로 꼽혀 왔던 문제점들도 점차 개선되고 있는 추세다.

중소 게임사를 중심으로 대형 마케팅보다 게임 개발력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기업과 과금 유도가 적은 수익 모델, PC 못지않은 타격감과 퀄리티를 제공하는 업체도 늘고 있다.

현재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의 특징은 1세대 인기 온라인 게임이 모바일로 변화돼 성공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는 것이다. 리니지M과 리니지2 레볼루션, 테라M에 이어 검은사막 모바일, 라그나로크M까지 기존의 인기 온라인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한 모바일 대규모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이 잇단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다.

◆리니지M 위협하는 검은사막
치열해진 모바일 게임 대전
특히 펄어비스의 ‘검은사막 모바일’은 게임은 온라인에 버금가는 그래픽과 타격감, 합리적인 과금 유도를 강조하며 모바일 MMORPG 시장의 새로운 대세로 떠올랐다. 검은사막 모바일은 전 세계 850만 누적 가입자를 보유하고 있는 ‘검은사막 온라인’의 IP와 자체 엔진을 기반으로 원작 그래픽과 액션을 충실히 재현했다.

초기 개발비 부담이 큰 MMORPG는 대형사의 지배력이 강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 와중에 중소업체 펄어비스의 검은사막 모바일이 성공하며 국내 게임 시장에 의미 있는 화두를 던졌다.

검은사막은 기존 게임 유저들의 피로감을 유발하던 아이템 과금 유도를 최소화해 출시 직후 애플 앱스토어 매출 1위, 구글 플레이 스토어 매출 2위를 기록했다. 검은사막 모바일은 서비스 3주 차에 들어서도 애플 매출 1위, 구글 매출 2위를 유지하며 리니지 시리즈와 함께 모바일 게임 돌풍을 이끌고 있다.

게임업계는 검은사막 모바일이 구글에서 부동의 1위 자리를 지키는 엔씨소프트의 리니지M을 따라잡을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넥슨의 야심작 ‘듀랑고’
치열해진 모바일 게임 대전
정상원 넥슨 부사장은 1월 열린 ‘야생의 땅 : 듀랑고’ 론칭 프리뷰 행사에서 “사전 예약에 얼마나 참여했는지, 첫 매출이 얼마인지 등 게임 한 편의 성과도 중요하지만 (듀랑고가) 모바일 게임 개발 방향에 중요한 의미를 던질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정 부사장이 직접 매출에 대한 무심함을 내비쳤듯이 듀랑고는 넥슨에 미래 게임 시장을 내다보기 위한 하나의 실험이기도 하다. 듀랑고는 단기적인 수익을 극대화하기보다 ‘오래 가는 게임’을 목표로 했다. 이런 목표를 담아 유명 연예인을 기용한 대형 마케팅, 과금 유도를 통한 수익 모델을 최소화했다.

듀랑고는 샌드박스 MMORPG를 표방해 스토리나 승리 조건에 구애받지 않고 게임 내 콘텐츠를 자유롭게 즐길 수 있다. 즉 퀘스트의 결과보다 과정에서 느끼는 재미에 초점을 뒀다. 사용자가 정해진 목표에 다양한 방법으로 접근할 수 있기 때문에 창의적인 게임이 가능하다.

듀랑고는 1월 출시 직후 애플·구글 등 양대 마켓 인기 1위를 차지하는 등 큰 화제를 모았다. 매출은 4위까지 올랐지만 최근 56위까지 하락했다. 출시 전부터 많은 관심을 받았지만 유료 아이템 비율이 낮은 과금 체계로 매출 성적은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부족전과 신규 레이드 콘텐츠 업데이트를 단행했고 올해 상반기 지상파 방송에서 관련 예능 프로그램까지 선보일 예정인 만큼 반전 가능성에 관심이 모아진다.

◆RPG 포화인 국내 게임 시장

2017년 모바일 리니지 등장 이후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은 MMORPG 장르가 주도하고 있다. 구글 플레이 스토어(3월 14일 기준) 게임 매출 1위는 엔씨소프트의 리니지M, 2위는 펄어비스의 검은사막, 3위는 넷마블이 서비스하는 리니지2레볼루션이 차지하고 있다.

2018년에도 MMORPG 장르 경쟁이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올해 블소·아이온·뮤 등 대형 MMORPG 20여 종이 출시됐거나 출시될 예정이다. 이들 게임 간의 차별성이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는 이상 이용자의 장르 피로도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국내시장에서 다양한 게임 장르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젊은 유저들은 새롭고 즐길 만한 게임에 목말라하고 있지만 게임사의 생각은 다르다. 당장 수익을 안겨주는 과금 중심의 수익 모델과 기존 온라인 게임 유저를 끌어들일 수 있는 유명 IP를 포기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오동환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2~3년 전에 MMORPG 전성기를 겪은 중국 모바일 게임 시장은 이미 미드코어 장르로 최상위권 매출 게임 장르가 넘어간 상황”이라며 “국내보다 빠른 성장 속도를 보이는 중국 시장의 트렌드를 감안하면 국내시장도 1~2년 안에 비MMORPG 게임들의 인기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오 애널리스트에 따르면 인기 게임 장르는 가벼운 캐주얼, 퍼즐 게임에서부터 점차 복잡도가 높은 역할 수행 게임(RPG)으로, 다시 MMORPG로 넘어가는 경향을 보인다. 하지만 국내 PC 게임 시장은 MMORPG의 유행 이후 다시 1인칭 슈팅게임(FPS)·전략·스포츠 등 미드코어 장르와 어드밴스트 캐주얼 장르로 트렌드가 변했다. 현재 MMORPG 전성기 단계에 있는 모바일 게임 시장도 PC 게임 시장에서처럼 추가적인 장르 분화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된다.

◆비RPG 시장에 대한 전망은
치열해진 모바일 게임 대전
이를 입증하듯 최근 매출 4위 이하 10위권에는 다양한 장르와 다국적 게임들이 포진해 있다. 특히 중국 게임의 저력을 보여준 ‘소녀전선’은 4위에 오르며 여전히 무서운 기세를 보여주고 있다. 지난해 6월 30일 국내 서비스를 시작한 XD글로벌의 수집형 RPG ‘소녀전선’은 출시와 동시에 당시 모바일 게임 지형이었던 ‘리니지 3강 구도’를 무너뜨렸다.

매출 순위 7위도 XD글로벌의 액션 RPG ‘붕괴 3rd’가 차지했다. 넷마블이 서비스하는 일본 애니메이션 원작 ‘페이트 그랜드 오더’와 넥슨의 ‘오버히트’ 두 수집형 RPG가 5·6위를 기록 중이다.

또한 넷마블의 ‘모두의마블’, 카카오게임즈의 ‘프렌즈마블’, 네오위즈의 ‘피망 포커 : 카지노 로얄’이 각각 8~10위에 올라 캐주얼 게임의 굳건함을 보여줬다.

카카오게임즈는 카카오 캐릭터를 활용한 레이싱 등 다수의 캐주얼 게임 라인업을 갖췄다. 카카오게임즈는 최근 캐주얼 게임 전문 개발 자회사 프렌즈게임즈를 설립했다. 프렌즈게임즈는 카카오프렌즈 IP를 활용해 다양한 캐주얼 게임을 선보일 계획이다. 시장조사 업체 닐슨코리안클릭에 따르면 1월 국산 모바일 게임 중 가장 많은 이용자를 확보한 게임은 카카오게임즈의 ‘프렌즈마블(187만 명)’이었다.

이 조사는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에 여전히 캐주얼 장르에 대한 수요가 많다는 것을 보여준다. 캐주얼 게임 이용자는 MMORPG 같은 하드코어 장르와 달리 상대적으로 진입 장벽이 낮기 때문에 전 연령층·성별에 고루 분포돼 있다.

[미니 인터뷰] 함영철 펄어비스 사업실장
◆"콘텐츠 부족·짧은 수명을 극복하고 싶었다”
치열해진 모바일 게임 대전
Q.500만 명을 모은 ‘검은사막 모바일’은 사전 예약자 프로모션을 어떤 방식으로 진행했나.
“2017년 8월, 순수 게임 플레이 영상으로만 편집한 첫 트레일러 영상을 유튜브에 공개하면서 많은 호응을 얻기 시작했다. 광고를 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다른 모바일 게임 대비 단기간 압도적인 유튜브 조회 수를 기록하면서 가능성을 확인했다. 이후 지난해 11월 23일 미디어 쇼케이스를 통해 검은사막 모바일의 개발 방향과 서비스 원칙을 공개하면서 한국 게이머들의 많은 호응을 얻었다.”

Q.아이템 과금 유도가 없는 수익 구조를 택한 이유는.
“현재 게임들이 처한 상황을 타개하고 싶었다. 보통의 모바일 게임들은 콘텐츠 부족, 짧은 수명을 극복하기 위해 과도한 과금 정책을 고수하곤 한다. 하지만 우리는 무과금 유저와 과금 유저의 밸런스 격차를 대폭 줄이고 확률성 캐시 아이템이라도 기본 가치를 보장해 줌으로써 이용자들이 허탈감에 빠져 게임에서 이탈하는 일이 없도록 하고 싶었다.”

Q.그럼에도 불구하고 구글 플레이 스토어 매출 2위, 애플 앱스토어 매출 1위다. 어떻게 가능한가.
“우리는 ‘합리적 과금’ 모델을 지향한다. 무기 등 게임 레벨을 위한 아이템보다 편의성 아이템(무게·반려동물 등) 및 패키지, 치장성 아이템 등을 통해 과금이 이뤄지고 있다. 이를 통해 안정적인 수익을 얻고 있고 검은사막 콘텐츠 개발 및 글로벌 서비스 준비, 차기작 개발 등에 계속 재투자할 계획을 갖고 있다.”

Q.착한 과금 유도나 뛰어난 그래픽이 검은사막의 인기 요인으로 꼽힌다. 내부에서는 인기 요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PC 버전 검은사막 온라인을 통해 쌓은 콘텐츠와 노하우 등이 접목돼 이룬 성과라고 생각한다. 게임을 제품의 관점이 아닌 작품의 관점에서 캐릭터, 배경 그래픽, 액션, 주요 등장인물(NPC)과 대사, 전투 이외의 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한 고민 등 다양한 각도에서 검은사막 모바일만의 세계를 만들었다.”

Q.향후 모바일 게임 시장의 트렌드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스마트폰 기기가 고도화되고 모바일 게임 시장도 레드오션이 되면서 이제는 모바일 게임도 작품의 퀄리티로 승부를 내야 하는 시장이 됐다. PC·콘솔·모바일 등 기기적 구분은 이제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어느 기기에서든 퀄리티 있고 게임성 있는 게임은 통할 것이고 향후 한국 모바일 게임 시장도 이 기조에 맞춰 계속 변화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kye021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