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전략]
-리더십의 첫째 덕목은 ‘무조건적 솔직함’…‘굿가이 콤플렉스’ 버려야
갈등 해결을 막는 ‘마음의 벽’ 두 가지
[한경비즈니스 칼럼=김한솔 HSG 휴먼솔루션그룹 수석연구원] 영업 3팀을 맡고 있는 고 팀장. 탁월한 영업 실적 덕분에 동기들보다 3년 이상 빨리 팀장을 맡았다. 팀 실적도 기대 이상이다. 남들은 모두 고 팀장을 부러워한다. 하지만 남부러울 것 없어 보이는 고 팀장에게도 밤잠을 설치게 하는 고민이 있다.

2년 선배 팀원의 태도가 원인이다. 실적은 나쁘지 않지만 툭하면 지각에 고객 미팅을 핑계로 오후 3~4시만 되면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다. 더 큰 문제는 이런 태도가 다른 젊은 직원들에게도 영향을 준다는 점이다.

언제부터인가 출근 시간이면 팀원들의 문자로 고 팀장의 스마트폰은 쉴 틈이 없다. ‘팀장님 죄송한데, 어제 고객사 접대하느라 과음해서…’, ‘고객사 드릴 물건을 놓고 오는 바람에 30분쯤 늦을 것 같습니다’는 등 지각의 이유도 각양각색이다.

점점 지쳐가는 고 팀장. 하지만 팀 분위기를 해치는 상황에 대해 뭐라 딱 꼬집어 지적하지는 못한다. 마음속에 꿈틀대는 두 가지 걱정 때문이다.

하나는 괜히 뭐라고 했다가 지금까지 잘 쌓아온 팀원들과의 좋은 관계가 깨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다. 다른 하나는 부서원과 문제가 생기는 것, 즉 갈등이 커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다. 건강한 갈등 해결을 막는 두 가지 마음의 장벽에 대한 해법을 함께 찾아보자.

◆리더, 부하에게 적절한 자극 줘야

부서원과의 좋은 관계 유지에 집착하는 고 팀장과 같은 리더의 마음을 심리학에선 ‘굿 가이 콤플렉스(Good guy complex)’라고 칭한다. ‘좋은 사람’이 돼야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에 상대의 마음에 거슬릴 만한 이야기는 하지 못하는 것을 뜻한다.

이런 콤플렉스에 빠진 사람이 입에 항상 달고 다니는 말이 있다. ‘좋은 게 좋은 거지.’ 이런 성향의 사람이 갈등 상황을 마주했을 때 하는 행동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무시’다. 상대를 무시한다는 게 아니다. 갈등이 ‘없다’고 생각한다는 의미다. 사람은 생각과 행동이 다를 때 불편함을 느낀다. 이를 심리학에선 ‘인지 부조화’라고 말한다. 불만은 있는데(생각) 말은 하지 않는(행동) 상황이다.

이때 나를 괴롭히는 인지 부조화를 벗어나기 위해 인간이 선택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행동을 바꾸는 것은 피곤하다. 그래서 생각을 바꾼다. 자신을 골치 아프게 하는 상대를 외면해 버리는 이유다.

하지만 리더가 이런 태도를 갖고 있다면 문제는 심각해진다. 이런 리더 밑에서 일하는 부하는 불행하다. 성장할 기회를 박탈당하기 때문이다. 사람은 자극을 통해 성장한다. 리더십에선 이를 피드백이라고 부른다.

굿 가이 콤플렉스에 빠져 있는 리더와 함께 일하는 부하는 피드백을 받을 기회가 없다. 자신의 강점이 뭐고 약점이 뭔지 몇 년을 함께 일해도 배울 수 없다. 마치 부모의 무관심 속에서 자란 아이가 훌륭히 성장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굿 가이 콤플렉스를 갖고 있는 사람이 자주 취하는 둘째 행동은 ‘양보’다. 자신이 좀 손해 보는 것 같더라도 상대에게 맞춰 주는 모습이다.

일이 너무 많아 정신없이 바쁜 상황에서 새로운 업무가 주어졌다고 하자. 굿 가이 콤플렉스를 가진 리더의 머릿속엔 ‘이 일을 누구에게 시키지. 다들 바쁜데 누구 한 사람 시켰다가 괜히 팀원들 간에 갈등이 생기면 골치 아프니까 그냥 내가 하지 뭐’란 생각이 들어있을 것이다.

마음은 편하다. 문제는 마음만 편하다는 것이다. 리더가 철인이 아닌 이상 언제까지 모든 일을 다 할 수는 없다. 더 큰 문제는 부하 직원들이다. 이런 리더와 일하는 팀원들은 편하다. 하지만 이들은 몸만 편하다. 머리는 몇 년 째 제자리걸음일지 모른다.

잭 웰치 제너럴일렉트릭(GE) 전 회장이 강조한 리더십의 첫째 덕목은 바로 캔더(Candor)다. 캔더를 우리말로 번역하면 ‘무조건적 솔직함’이다. 비록 내가 부하로부터 인기를 좀 잃고 내 지시로 인해 부서원 간에 갈등이 생길지라도 리더라면 할 말은 해야 한다는 게 웰치 전 CEO의 지론이다.

부하에게 자극을 주지 못하는 상사는 리더가 아니다. 그냥 같은 직장에 다니는 형·누나·오빠·언니일 뿐이다. 갈등 관리에서도 마찬가지다. 솔직한 대응과 문제에 대한 직면이 모든 갈등 해결의 시작이다.

고 팀장은 선택해야 한다. 좋은 형·동생 관계를 만들어 나갈 것인지 아니면 부서원에게 자극을 줘 성장하도록 만들어 주는 리더와 팔로워의 관계가 될 것인지 말이다. 그가 친목을 쌓기 위한 동아리에 있는지, 실적 달성을 목적으로 하는 비즈니스 조직에 있는지 그의 위치를 생각하면 답은 간단하다.

◆갈등에 대한 두려움 버려야

물을 두려워하는 사람이 있다. 어릴 때 수영을 하다 익사할 뻔한 사고 이후 물에 대한 트라우마가 생겼다. 여름 휴가철에 사람들이 물놀이를 하는 동안에도 그는 멀리서 바라보기만 한다. 무릎 정도 밖에 되지 않는 깊이임에도 기겁하고 도망간다. 사람들은 그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다.

사람들이 갈등 상황을 건강하게 해결하지 못하는 것도 위와 같은 ‘두려움’이 원인인 것이 많다. 갈등에 직면하는 것을 두려워한다는 뜻이다. 갈등하는 상대와 마주하게 되면 ‘감정적 상처를 입지는 않을까’, ‘말실수를 해 상대와의 관계가 멀어지는 건 아닐까’ 걱정하기 때문이다.

갈등 상황에 뛰어들었을 때 벌어지게 될 부정적 요소들이 본능적으로 떠오르기에 갈등에 맞서기보다 피하는 게 상책이라는 결론을 내린다. 하지만 알다시피 이런 태도는 갈등 해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서로의 불만이 해결되지 못한 상태로 계속 남아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갈등 상황에 직면하길 두려워하는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뭘까. 갈등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다. 우리는 무엇인가를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몸에 어떤 반응, 즉 행동을 일으킬 수 있다. ‘레몬을 먹는 상상(생각)’ 만으로도 ‘입 안에 침이 고이는 것(반응)’처럼 우리의 정신은 힘이 세다.

갈등 상황에서도 마찬가지다. 갈등에 직면하면서 생기는 진짜 고통은 그리 큰 문제가 아니다. 그 상황을 고통이 아닌 즐거움으로 받아들이도록 생각을 바꾸면 된다. 방법은 간단하다. 갈등 상황에 마주한다는 생각을 했을 때 본능적으로 떠오르는 부정적 생각이 아니라 갈등 상황에 직면했을 때 얻게 될 즐거움을 생각하는 것이다.

이해를 돕기 위해 많은 사람의 평생 숙제인 다이어트를 예로 들어 보자. 다이어트에 실패하는 이유는 다이어트 과정에서의 고통을 너무 많이 생각하기 때문이다. ‘맛있는 것도 못 먹고 친구들도 마음대로 못 만나고 너무 힘들다’는 생각, 즉 고통에 집중하면 다이어트는 실패한다.
그러면 성공하는 사람들의 비결은 뭘까. 독한 성격?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성격이 독하지 않아도 좀 다른 질문을 던지면 성공 가능성이 높아진다.

다이어트로 인한 고통이 아닌 다이어트에 성공했을 때의 즐거움을 생각하는 것이다. ‘다이어트를 하면 친구들이 부러워한다’, ‘거울을 봤을 때 자신감이 생긴다’, ‘입고 싶었던 옷을 마음껏 입을 수 있다’와 같이 직면했을 때의 즐거움을 생각해 보는 것이다. 다이어트라는 하나의 행동에 대해 본능적으로 떠오르는 ‘부정적 요소’에 집중하느냐, ‘긍정적 영향’에 주목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정반대로 갈라진다.

갈등 상황에서도 마찬가지다. 갈등에 맞서는 것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즐거움에 주목해 보자. 예를 들어 ‘내가 원하는 것을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는다’와 같은 내용이 될 수 있다. 혹은 ‘적어도 지금보다는 상황이 나아질 것이다’와 같은 것이 될 수도 있다.

현재 내가 겪고 있는 갈등 상황을 생각해 보고 갈등이 방치됐을 때의 고통이 아닌 갈등 상황에 맞섰을 때 얻게 될 즐거움을 적어보자. 이를 통해 ‘갈등에 맞섰을 때의 이점’을 자연스럽게 생각하게 될 것이다.

앞 사례에서의 고 팀장 역시 마찬가지다. 구성원과의 갈등 상황을 만드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아닌 솔직한 관계가 만들어지고 이를 통해 달라질 긍정적 조직 문화를 떠올려 본다면 무조건 피하는 것만이 답은 아니라는 걸 깨닫게 될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인식이다. 갈등을 피하는 것은 고통이고 갈등에 맞서는 일이 즐거움이라고 생각하는 게 시작이다. 생각이 먼저 바뀌어야 행동이 따라온다.

갈등은 누구나 원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렇다고 언제까지 묻어두고 지낼 수만도 없다. 결국 현재 자기 상태를 제대로 아는 것이 중요하다. 자신의 상황을 정확히 인식할 때 본인의 부족한 점을 깨닫고 행동을 바꿔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갈등을 피하기만 하는 자기 마음을 한 번 들여다보자. 갈등에 맞서지 못하는 자기 마음에 어떤 장벽이 있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