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인터뷰
-도정한 더핸드앤몰트 브루잉 대표…오비맥주와 손잡고 해외진출
“한국식 수제맥주로 세계시장 노크합니다”
(사진) 도정한 더핸드앤몰트 브루잉 대표가 남양주 양조장 맥아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더핸드앤몰트 브루잉 제공

약력 : 1974년생. 1996년 UCLA 정치학과 졸업. 2000년 연세대 국제관계학 석사. 1999년 헬로아시아 제품 담당 책임자. 2001년 아리랑TV 프로듀서 겸 방송기자. 2003년 에델만코리아 차장. 2005년 한국마이크로소프트 제품 담당 책임자. 2011년 한국마이크로소프트 컨슈머사업본부 이사. 2014년 더핸드앤몰트 브루잉 대표(현).


[한경비즈니스=최은석 기자] 더핸드앤몰트 브루잉(이하 더핸드앤몰트)은 국내 최고의 크래프트 맥주(수제 맥주) 브랜드로 꼽힌다. 경기 남양주 양조장에서 크래프트 맥주를 생산, 전국의 펍과 레스토랑 등에 공급하고 있다.


더핸드앤몰트의 남양주 양조장은 맥주 전문가와 대중의 압도적 지지로 2015년부터 2017년까지 한국 최고의 양조장에 선정된 바 있다.


더핸드앤몰트는 국내에서 홉을 직접 심고 수확해 만든 ‘웻홉(Wet hop)’ 맥주, 김치 유산균으로 발효한 ‘K-바이세’ 맥주 등 독특한 제품으로 차별화에 성공했다.

더핸드앤몰트는 와인 오크통을 이용한 ‘배럴 에이징 프로그램’, 국내 크래프트 브루어리 최초 캔 생산, 국내 최초 과실주 ‘사이더’ 생산, 미국 최고의 양조장과 컬래버레이션 등 여러 국내 최초 시도를 바탕으로 관련 산업을 선도 중이다.

도정한 더핸드앤몰트 대표는 “파트너 오비맥주와 함께 더핸드앤몰트를 글로벌 크래프트 맥주 브랜드로 키워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창업 계기가 궁금합니다.

“미국에서 대학 생활을 하던 1997년 처음으로 크래프트 맥주를 마셔봤습니다. 과일향이 진한 ‘페일 에일’이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첫 모금을 넘기는 순간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었어요. 기존 라거 맥주와는 완전히 다른 맛이었기 때문이죠.

그때부터 ‘홈 브루잉’의 매력에 빠져들었습니다. 사회 진출 이후 여러 분야를 거쳤지만 늘 가장 하고 싶은 일이 맥주를 만드는 것이었고 결국 그 꿈을 실현했죠.

2014년 사비 약 10억원을 들여 회사를 설립할 당시만 해도 국내에는 크래프트 맥주 시장이 형성되지 않은 태동기였습니다. 양조장을 짓고 외국에서 유명 브루마스터를 초빙해 나름대로 독특하면서도 다양한 맥주를 개발하려고 노력해 왔습니다.”

▶‘맥덕’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제품, 어떤 게 있나요.

“맥주를 만들기 위해선 와인이나 위스키 이상으로 많은 연구와 도전이 필요합니다. 맥주의 다양한 종류만큼이나 만드는 방법과 원료가 무궁무진하고 그에 따라 맛과 향이 완전히 달라지죠.

맥주는 맥아·홉·효모·물로 만들어집니다. 더핸드앤몰트는 원료와 제조 방법 등을 다양하게 적용해 새롭고 개성 있는 맥주를 개발하는 데 몰두하고 있습니다. 특히 국내에서 홉을 직접 심고 수확해 만든 ‘웻홉(Wet hop)’ 맥주는 생산과 동시에 매번 매진 사례를 빚을 정도입니다.

‘웻홉(Wet hop)’ 맥주는 갓 수확한 홉을 가공하지 않고 곧바로 맥아즙(맥아를 분쇄해 물에 끓여 당화한 액체)에 넣어 만든 맥주를 의미합니다. 홉은 일반적으로 수확과 동시에 가루로 만들어 냉동고에 얼려 보관합니다.

이를 ‘펠릿(알갱이)’이라고 부르는데 우리가 마시는 대부분의 맥주에는 펠릿 형태의 홉이 들어가죠. 한국처럼 홉 농장이 드문 곳에서 양조하려면 미국·유럽 등에서 수입한 펠릿 홉에 의존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가공된 홉은 갓 딴 홉의 신선함과 깊은 아로마를 따라가지 못합니다. 직접 재배한 신선한 생홉을 넣은 인디언 페일 에일(IPA)을 개발해 수확기인 매년 가을에 선보이고 있는데 반응이 꽤 뜨겁습니다.


오크통에 효모를 넣고 숙성해 만든 ‘모카 스타우트’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버번위스키를 만들었던 오크를 사용했는데 오래 로스팅한 맥주 효모의 맛과 오크통에 배어 있는 버번의 향이 고루 섞여 깊고 진한 맛을 내는 것이 특징이죠.

한국을 대표하는 식품인 김치 유산균을 사용해 발효한 ‘K-바이세’도 더핸드앤몰트만의 자랑거리입니다. 일본에 일부 수출 중이고요. 최근엔 홉 대신 깻잎을 사용한 ‘깻잎맥주’를 선보였는데 삼겹살과 잘 어울린다며 미국에서도 관심을 보였습니다.”

▶만만치 않은 국내시장에서 초기에 안착할 수 있었던 비결은 뭡니까.

“맥주의 다양성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과 니즈가 증가하면서 국내 크래프트 맥주 시장의 파이가 커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맥주에 대한 열정 하나만으로 도전에 나서는 것은 위험합니다.

맥주 양조와 관련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품질의 일관성’과 ‘생산 시스템의 안정성’입니다. 소비자의 깐깐한 요구 사항을 충족시킬 수 있는 관리 시스템과 인프라를 갖추지 못하면 성공을 보장받기 어려운 것이 크래프트 맥주 시장이죠.

더핸드앤몰트는 제조 과정 전반에 대한 관리를 데이터화해 꾸준히 모니터링하고 결과를 즉각 공정에 반영합니다. 체계적 시스템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맥주 양조에서 가장 중요한 품질의 일관성을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이죠. 소규모 맥주 양조자들은 이를 간과하면 안 됩니다.”

▶대기업이 운영하는 크래프트 맥주 양조장도 늘고 있습니다.

“대기업이 운영하는 브루어리에 비해 투자 여력이 부족한 점이 늘 아쉬웠습니다. 독자적 제품을 개발해 대중의 사랑을 받더라도 안정적 생산 기반을 구축하지 못하면 꾸준한 성장을 도모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죠.

해외에서는 아이디어가 좋은 크래프트 맥주 브랜드들이 대기업과 전략적으로 손잡고 사업 확장에 나서는 사례가 많습니다. 소규모로 시작하는 크래프트 맥주 업체들에는 기술력과 노하우를 가진 큰 제조사들과의 파트너십이 성장 동력이 될 수 있습니다.

더핸드앤몰트도 파트너를 백방으로 찾아다니며 인수 의향을 타진해 왔는데, 최근 국내 맥주 전문 대기업인 오비맥주를 파트너로 최종 선택하게 됐습니다. 대기업의 투자를 받아 생산 기반과 판로를 확장하고 제품 개발 능력을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제휴한 셈이죠.”

▶오비맥주는 ‘구스아일랜드’ 등 유명 크래프트 브랜드를 이미 보유 중 입니다.

“오비맥주와 손잡게 된 이유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째는 80년 역사를 지닌 맥주 전문 기업의 인프라입니다. 오비맥주는 국내 최고의 전문 양조 기술을 갖춘 데다 끊임없는 연구·개발로 맥주업계의 혁신을 주도하고 있죠.

안정적 생산 설비와 유통망, 기술적 노하우가 더핸드앤몰트를 성장시키는 발판이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둘째는 오비맥주가 더핸드앤몰트의 개성을 존중하되 더욱 발전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 파트너였기 때문입니다. 협업을 통해 생산 설비 확충은 물론 더욱 한국적인 맥주를 개발하고 제품의 품질도 안정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대기업의 기술력과 노하우를 활용해 더핸드앤몰트만의 특성과 강점을 살린 크래프트 맥주를 시장에 꾸준히 선보일 수 있다는 점에서 제휴의 시너지가 클 것으로 예상합니다.”

▶국내 크래프트 맥주 시장의 향후 전망 어떻게 보시나요.

“과거 와인의 인기는 10~15년 정도 지속됐습니다. 지금은 한풀 꺾인 와인의 빈자리를 수입 맥주와 크래프트 맥주가 차지하고 있다는 평가가 많죠. 크래프트 맥주는 와인에 비해 접근하기 쉽고 단가도 낮기 때문에 인기를 누리는 기간이 좀 더 오래갈 것으로 봅니다.”

▶향후 계획이 궁금합니다.

“우선 남양주 인근에 신규 공장을 세울 계획입니다. 보리와 홉·효모를 모두 국산화하는 작업도 본격적으로 시작할 예정이고요. 더핸드앤몰트가 설립된 지 올해로 만 4년째입니다. 새로운 동반자와 손잡은 만큼 추부깻잎·의성마늘·청양고추·남양주배 등 대한민국의 독창적 재료와 발효 기법을 적용한 제품을 꾸준히 개발해 전 세계에 알리고 싶습니다.”

choie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