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진 8퍼센트 대표, P2P 금융으로 중산층 부활의 사다리를 놓다
“대출 받은 청년이 투자자로 돌아왔을 때 보람 느끼죠”
이효진 8퍼센트 대표 약력 : 1983년생. 포항공대 수학과 졸업. 우리은행 영등포기업업무팀·트레이딩부. 2014년 8퍼센트 대표(현).

[한경비즈니스=이명지 기자] 저금리와 고금리 사이 ‘중금리 시장’을 개척한 8퍼센트는 국내 최초의 중금리 P2P 금융 기업이다. 창업 5년 차를 맞은 8퍼센트는 현재 7000명의 대출 고객에게 중금리 대출을, 2만 명의 투자 고객에게 연평균 8% 내외의 실질 수익을 제공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다소 생소했던 P2P 금융 대출로 전체 금융 소비자 중 절반에 해당하는 중신용자에게 ‘단비’를 내려준 이효진(35) 8퍼센트 대표는 포항공대·우리은행을 거친 ‘엄친딸’ 스펙으로도 유명하다.

다소 도도할 것이라는 선입견과 달리 이 대표는 사람 좋은 웃음으로 취재에 응했다. 하지만 P2P 금융시장에 대한 견해를 밝힐 때는 그 누구보다 ‘날카로운’ 견해를 뽐냈다.

◆대출 어려운 이들의 사연에 귀 기울이다

이효진 대표의 8퍼센트 창업은 ‘측은지심’에서 시작됐다. 창업을 하기 전 이 대표는 우리은행에서 8년간 근무하며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다. 그런데 은행 대출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발길을 돌리는 고객들이 매우 많았다. “당장 대출이 급한 이들은 여러 기관을 전전하다가 결국 20% 이상의 고금리 대출을 택한다는 점이 안타까웠어요.”

그 후 이 대표는 다니던 우리은행을 그만두고 휴식을 갖던 중 해외에서 P2P 금융이 크게 성장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이것이야말로 한국에 꼭 필요한 서비스’라는 확신이 생겼다. 이 대표는 고신용자를 전담하는 1금융권과 저신용자가 활용하는 2금융권 사이 ‘1.5금융’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 대표의 표현에 따르면 P2P 금융은 ‘서민의 재정 건전성에 크게 기여할 수 있는 차세대 금융 산업’이다. 실제 대출 사례를 보면 20%가 넘는 고금리를 이용하던 대출자가 P2P 금융을 통해 이자 비용을 줄이고 원금 상환을 완료하는 이가 많았다. 일종의 ‘대환대출’인 셈이다.

이는 건전한 사회를 만드는 역할도 한다. 고금리 대출자가 P2P 금융을 이용한 후 빠르게 빚을 청산하고 다시 P2P 금융 투자자로 귀환하는 ‘자금의 선순환’이 이뤄지는 것이다. 여기에 저금리로 투자처를 찾기 힘든 서민들에겐 좋은 재테크 수단이 되기도 한다. “경제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는 시기에 P2P 금융은 중산층 복원을 위한 사다리 역할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8퍼센트의 장점은 온라인 거래 플랫폼으로 임대료와 지점 운영비, 인력비가 들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는 곧 대출 원가의 경쟁력을 강화해 합리적 금리를 제공하게끔 한다. “P2P 금융은 온라인으로 대출자와 투자자를 바로 연결해 자본 유통의 중간 과정을 최소화했죠. 대출자에게 유리한 금리를 줄 수 있는 비결이 바로 여기에 있어요.”

이에 따라 8퍼센트는 단기간에 폭넓은 고객층을 확보하게 됐다. 특히 새로운 트렌드에 관심이 많은 ‘수도권에 거주하는 2040’의 충성도가 매우 높다.

8퍼센트는 올해 3월 투자 상품 6000호를 돌파했다. 현재까지 8퍼센트를 통해 약 1200억원의 P2P 대출과 투자 중개가 진행됐고 2만 명의 투자자들이 연평균 8~10% 내외의 수익을 얻고 있다.
“대출 받은 청년이 투자자로 돌아왔을 때 보람 느끼죠”
◆산후조리원에서도 멈출 수 없던 ‘열정’

이 대표에게는 유명한 에피소드가 있다. 바로 산후조리원에서 8퍼센트의 직원 면접을 본 일화다. 이 대표는 임신 3개월 차에 8퍼센트를 창업했다. 중금리 대출 수요가 확실했던 만큼 회사는 빠르게 성장했고 새로운 인력은 늘 필요했다.

“면접 장소를 공지하면 놀라는 이들도 있었지만 스타트업의 특징이라며 재미있게 봐주는 이들이 더 많았어요.” 여성이자 아기 엄마, 은행원 출신이라는 특이한 이력은 이 대표에게 큰 도움이 됐다. “초기 스타트업은 인지도를 높이는 게 중요한데 제 이력으로 ‘8퍼센트’를 투자자들에게 더 잘 기억시킬 수 있었죠.”

이 대표는 아직까지 국내에서 P2P 금융이 자리 잡으려면 가야 할 길이 멀다고 말한다. 특히 P2P 투자에 대한 투자 금액 제한이 과하다는 게 이 대표의 생각이다. 현재 금융법상 개인의 P2P 투자 금액은 2000만원으로 제한된다.

주식이나 펀드와 같은 기존 금융은 물론 암호화폐에도 ‘제한’은 없다. P2P업계에서는 자연스레 볼멘소리가 나온다. “우리가 만난 P2P 이용 고객들은 은행 예금보다 높은 수익을 꾸준히 내고 싶은 ‘합리적 투자자’로 투기와는 거리가 멉니다.”

여기에 P2P 투자 수익에는 27.5%라는 높은 세율이 적용된다. “수십만 명의 P2P 투자자들이 이자 소득세를 납부해 국가 경제에 기여하고 있어요. 이들을 위한 적절한 세율의 도입은 꼭 필요하죠.”

이 대표를 포함한 8퍼센트의 구성원들이 뿌듯함을 느끼는 순간은 ‘대출자가 투자자로 돌아왔을 때’다. 8퍼센트에는 창업 자금을 얻기 위해 문을 두드리는 젊은 대출자들이 많다. 대학 등록금을 내기 위해 학자금 대출 이력이 있는 젊은이들이 은행에서 창업 자금 대출을 받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모두가 창업에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8퍼센트가 꿈을 꾸는 젊은이들에게 이를 실현시킬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을 마련해 준 것은 분명하다. “고객들이 미래의 꿈을 이룰 수 있는 디딤돌이 되도록 안정적인 플랫폼으로 자리 잡는 것이 향후 목표입니다.”

mj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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