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세상을 바꾸는 그녀들, 스타트업 여성CEO 전성시대]
-성주희 더클로젯컴퍼니 대표, 국내 첫 패션 셰어링 플랫폼 열어
“옷장 속 잠자던 의류·가방이 바로 ‘황금알’이죠”

약력 : 1986년생. 2010년 이화여대 영어영문학과 졸업. 2017년 카이스트 사회적기업가 MBA. 2009년 이화노블레스학원 원장. 2013년 온라인 의류 쇼핑몰 창업. 2016년 더클로젯컴퍼니 대표(현).

[한경비즈니스=최은석 기자] ‘정기 배송’ 서비스가 진화하면서 명품 가방과 의류를 셰어링(공유)하는 서비스가 등장했다. 합리적 가격에 전문가가 직접 골라주는 ‘큐레이션’ 기능이 더해지면서 20~30대 젊은 층의 인기를 끌고 있다.

스타트업 더클로젯컴퍼니(이하 더클로젯)는 가방이나 의류를 공유하고자 하는 사람과 이를 필요로 하는 사람을 연결하고 정기 배송도 해준다. 월 5만9000원이면 의류 두 벌 또는 가방 1개를 총 2회 빌릴 수 있다.

회사는 가방이나 의류를 맡긴 사람에게 제품별 수익의 일정 부분을 나눠준다. 장롱 속에서 잠자던 천덕꾸러기 신세의 가방이 황금 알로 변신하는 셈이다.

더클로젯을 창업한 성주희(32) 대표는 경남 고성 출신이다. 고등학교 때부터 영어 회화 등 실전 영어 교육을 원했지만 지역 특성상 관련 교육을 제대로 받을 수 없었다. 대학 3학년 때 고향 후배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고향 집 근처에 영어 학원을 차렸다.

주말마다 직접 내려가 후배들을 가르쳤다. 하지만 회화 등을 중심으로 한 실전 영어 교육이 후배들의 진학에 별 도움을 주지 못한다는 점에서 괴리를 느꼈다.

◆철저한 검수로 고객 만족도 높여

성 대표는 “학업과 사업에 지쳐 있을 때쯤 TV를 통해 우연히 개인 디자이너가 자신의 브랜드를 만들어 가는 다큐멘터리를 보고 패션 관련 창업을 결심하게 됐다”고 말했다.

1인 온라인 쇼핑몰 운영을 통해 마케팅부터 배송까지 전 과정을 경험하면서 패션 렌털로 사업 방향을 틀었다. 지난해 2월부터 패션 셰어링 모델을 도입하며 회사 규모를 키웠다.

성 대표는 “더클로젯은 기존 패션 렌털 전문 회사 등과는 사업 모델이 다르다”며 “고객이 입지 않는 옷이나 가방을 회사에 맡기면 해당 제품을 필요로 하는 고객에게 빌려주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렌털 고객에게 받은 수수료를 제품을 맡긴 고객과 나누는 셰어링 플랫폼인 셈이다.

더클로젯은 관련 특허를 지닌 국내 유일 업체다. 가방을 맡긴 고객에게는 월 렌털 수입의 50%, 의류는 60%를 나눠준다. 매월 1회씩 회사 홈페이지를 통해 제품별 수익금 정산 정보를 공개해 투명성을 높였다.

제품 공유 방법은 비교적 간단하다. 더클로젯 홈페이지를 통해 공유하고자 하는 제품의 브랜드명과 사진 등을 첨부한 후 신청하면 당일 혹은 다음날 사전 검수가 완료된다. 검수를 통과한 제품에 한해 회사가 직접 제품을 받으러 간다.

실물 검수가 완료된 상품만 셰어링 업로드가 가능한 구조다. 관련 배송비는 모두 무료다. 가방 공유는 프리미엄 브랜드 위주로 가능한 반면 의류는 소비자가 기준 10만원부터 최대 200만원짜리 제품까지 다양하게 공유할 수 있다.

제품 렌털 서비스를 희망하는 소비자는 회사 홈페이지에서 자신에게 맞는 월정액 이용권을 구매해 이용하면 된다. 가방만 이용하는 이용권, 옷만 이용하는 이용권, 동시 이용권 등 총 4개의 이용권을 판매 중이다. 한 번 결제 카드를 등록해 두면 매월 이용권 사용 금액이 자동 갱신된다.

의류 품목 중 인기 제품은 파티나 면접 등 특별한 날을 위한 의상보다 평소 입을 수 있는 데일리 룩 위주다. 고가의 브랜드 의류보다 독특한 디자인을 지닌 제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 반면 가방은 프리미엄 브랜드이면서 평소 이용하기 좋은 제품의 인기가 좋은 편이다.

주요 렌털 고객은 20~30대 여성이다. 세탁과 다림질 등이 필요 없고 서울을 기준으로 당일 배송되는 편리함 덕에 오피스 룩이 필요한 직장인 여성 등이 선호한다. 현재 서울과 전국 주요 광역시 위주로 서비스를 제공 중이며 지역별 고객 비율은 서울 등 수도권이 70%, 지방이 30% 정도다.

성 대표는 “기본적으로 유행을 따르지는 않지만 너무 올드해 보이는 스타일은 공유 제품군에서 제외한다”며 “패션 전문가의 철저한 검수 과정을 거쳐 셰어링을 희망하는 제품의 30~40% 정도만 등록할 수 있도록 해 렌털 고객의 만족도를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옷장 속 잠자던 의류·가방이 바로 ‘황금알’이죠”
◆카카오벤처스로부터 투자 유치 성공

더클로젯의 패션 공유 플랫폼은 고객 충성도가 높은 편이다. 입소문을 통해 필요에 의해 알아서 찾아온 고객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사업 초기부터 신경 써 온 ‘고객 우선주의’는 별도의 마케팅 없이도 유명세를 탈 수 있게 된 주요인이었다.

성 대표는 “패션 사업은 고객의 경험이 가장 중요한 서비스라는 원칙에 따라 사업 초기부터 고객의 목소리에 상당한 공을 들였다”며 “현재는 고객 서비스업계에서 5년 이상 근무한 전문가를 통해 보다 체계적으로 불만 사항 등을 처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더클로젯의 렌털 제품은 현재 약 1500개다. 의류가 약 1000점으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최근 6개월간 셰어링 신청 건수가 기존에 비해 20배 이상 증가한 만큼 렌털 제품군을 대폭 늘릴 계획이다.

더클로젯은 지난해 6월 글로벌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스파크랩으로부터 가능성을 인정받아 종잣돈을 지원받았다. 최근에는 카카오벤처스로부터 투자를 유치하는 데에도 성공했다.

성 대표는 패션·기술·운영 파트 등 10명 내외의 구성원을 바탕으로 어렵게 회사를 꾸려 온 만큼 인력 충원은 물론 셰어링 플랫폼의 시스템도 대폭 개선할 계획이다. 투자 유치를 계기로 마케팅 활동에도 본격적으로 나설 예정이다.

성 대표는 국내에서 패션 셰어링 플랫폼을 더욱 활성화한 후 특정 시점이 되면 아시아 시장도 본격 공략할 예정이다. 서울에서만 월 10만 명의 실제 이용자를 유치한 후 서울과 유사한 잠재 고객층이 많은 싱가포르·홍콩 등에 우선 진출할 계획이다. 중국 상하이도 진출 고려 도시 중 한 곳이다.

성 대표는 “옷장 셰어링은 패션 쓰레기 등 관련 재화의 낭비와 그에 따른 환경 훼손 우려를 해결할 수 있는 공유 경제 모델인 만큼 사명감을 가지고 사업을 키워 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choie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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