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분 매입 통해 현대모비스를 지배회사로…
- ‘지주사 전환’ 등 예측 빗나가


[한경비즈니스=차완용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이 3월 28일 순환출자 구조를 끊는 지배구조 개편안을 발표했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등 대주주와 그룹사 간 지분 매입·매각을 통해 기존 순환출자 고리를 모두 끊는 것이 개편안의 핵심이다.

주목할 것은 이번 지배구조 개편안이 대주주의 세 부담을 낮추는 쪽보다 사회적 신뢰 확보와 미래 사업 강화에 방향을 맞췄다는 점이다.
‘순환출자 해소’ 정공법 택한 정몽구 회장
◆ 세금 줄이기 대신 ‘사회적 신뢰’ 택해

현대차그룹이 내놓은 지배구조 개편안은 간단히 말해 ‘오너 일가의 지분 직접 매입’이다.

현대모비스를 현대차그룹 최상위 지배 회사로 올리고 그룹 계열사들이 갖고 있는 현대모비스 지분을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 부자가 사들인다는 것이다. 현재 기아차(16.9%)·현대제철(5.7%)·현대글로비스(0.7%)가 현대모비스 주식 23.3%를 보유하고 있다.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은 보유하고 있는 글로비스 지분(6.7%, 23.29%)을 모두 기아차에 매각하고 기아차가 보유한 현대모비스 지분을 모두 인수하기로 했다.

여기에 현대제철(5.7%)과 현대글로비스(0.7%)가 보유한 현대모비스 지분까지 순차적으로 사들인다는 계획이다. 이런 일련의 계획이 진행되면 정 회장이 보유한 현대모비스 지분 6.96%까지 더해 정 회장 부자는 현대모비스 지분 30.16%의 확고한 최대 주주가 된다.

또한 그동안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순환출자 고리도 자연스레 해결하게 된다. 순환출자는 A계열사가 B사 주식을, B사가 C사 주식을, 다시 C사가 A사 주식을 소유하는 지배구조를 말한다.

현재 현대차그룹의 순환출자 고리는 ‘기아차→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 ‘기아차→현대제철→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 ‘현대차→현대글로비스→현대모비스→현대차’, ‘현대차→현대제철→현대모비스→현대차’ 등 4개다.

이 중에서도 핵심은 현대모비스다. 현대모비스가 현대차 지분 20.78%를, 현대차가 기아차 지분 33.88%를, 기아차가 다시 현대모비스 지분 16.88%를 갖고 있는 구조다.

기아차가 현대모비스 지분을 털어내면 연결고리는 자연스럽게 끊어지게 된다. 현대모비스가 사실상 그룹의 지배적 계열사가 되는 셈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핵심 부품 사업에 더 집중해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고 기업 가치 및 주주 가치를 제고하자는 측면에서 사업구조를 개편했다”면서 “지분 거래까지 마무리되면 기존 4개 순환출자 고리는 모두 소멸된다”고 말했다.

문제는 돈이다. 천문학적인 주식 매입 자금이 들어간다. 그룹 계열사가 가지고 있는 현대모비스 주식 23.3%를 가져오기 위해선 약 4조5000억원(3월 27일 종가 기준)이 필요하다. 정 회장 부자가 보유한 현대글로비스 지분의 가치는 2조6740억원(3월 27일 종가 기준) 수준이다.

부족한 1조7300억원 정도의 돈을 더 마련하기 위해 정 회장 부자는 현대차·현대제철 등 보유한 지분을 추가로 매각할 예정이다.

이 밖에 정 회장 부자는 대주주와 계열사 간 주식거래에 필요한 세금도 별도로 준비해야 한다. 올해부터 대주주 대상 과세표준이 3억원 이상이면 주식을 매각해 생긴 소득에서 27.5%(주민세 포함)를 양도세로 납부해야 한다.
‘순환출자 해소’ 정공법 택한 정몽구 회장
◆ 일감 몰아주기 규제에서 벗어나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거래 시점의 주가·규모에 따라 다르겠지만 보유 지분을 팔면 최소 1조원 이상의 세금을 내야 할 것으로 추정된다”며 “막대한 금액이 들지만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정 회장의 적극적인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의 본격적인 지배구조 개편 작업까지는 약 2개월 가까이 남아 있다. 5월 29일 임시 주총을 통해 현대모비스가 모듈·애프터서비스(AS) 부품 사업을 인적 분할하고 이를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이후 정 회장 부자는 합병된 현대글로비스의 신주가 거래되는 7월 말, 보유 현대글로비스 주식을 전량 매각하고 현대모비스 지분을 매입하게 된다.

모든 지배구조 개선 일정이 마무리되면 현대차그룹은 ‘대주주→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라는 단순한 지배구조로 완성된다. 이 과정에서 일감 몰아주기 규제도 피하게 된다.

공정위는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을 ‘오너 일가 지분율 30%(상장사 기준)에서 20%’로 강화할 방침이다. 하지만 현대차그룹은 이번 지배구조 개선을 추진하며 정 회장 부자가 보유한 글로비스 지분을 전량 매각할 예정이어서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에서도 벗어나게 된다.

이번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안 발표에 대해 정부와 시장의 평가는 일단 긍정적이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3월 2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나와 “개별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에 대해서는 주주와 시장이 평가할 일”이라면서도 “공정위에서는 ‘긍정적인 방향으로 개선 노력을 하고 있다’고 평가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특히 현대차그룹이 필요한 타이밍에 올바른 의사결정을 내리는 구조라고 생각하고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삼성증권도 이날 보고서를 통해 “시장이 기다리던 지배구조 개편”이라며 “그룹 내 각 사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치열한 노력과 함께 주주 친화 정책도 확대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합병 후 달라질 현대모비스의 위상

◆ 그룹 내 미래차 개발 컨트롤타워…M&A 적극 나선다

현대차의 지배구조 개편의 시작은 현대모비스다. 5월 29일 임시주총에서 분할 합병이 통과되면 현대차그룹 지배구조의 최정점에 선 지배회사 역할을 하게 된다. 특히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이 최대 주주로, 그룹 내 위상도 크게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또 현대모비스는 현대차그룹의 미래 자동차 기술의 컨트롤타워를 맡는다. 자율주행차 등 미래차에 필요한 핵심 부품의 원천 기술을 연구하고 개발과 판매까지 맡는다.

이 밖에 해외 법인 등을 활용해 미래 핵심 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인수·합병(M&A)과 글로벌 완성차를 상대로 한 사업 확대, 조인트벤처(JV) 투자 등에도 적극 나설 예정이다. 또 그룹 차원의 지속 가능한 사회공헌 모델도 발굴해 지원할 방침이다.

현대모비스로부터 모듈 등 일부 사업 부문을 넘겨받는 현대글로비스도 외형이 더욱 확대된다. 기존 현대·기아차의 물류 사업과 함께 모듈과 애프터서비스(AS) 부품 사업 등까지 합하면 연매출이 30조원 가까이 증가할 전망이다.

cw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