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내 각각 특성화된 4개 혁신도시 구축…부족한 용지 해결이 가장 큰 숙제

[부산=김정우 한경비즈니스 기자] 전국에 조성된 10개 혁신도시 대부분에 수도권 공기업들의 이전이 완료됐다. 하지만 여전히 혁신도시가 사람과 기업이 모이는 지역의 새로운 성장 거점으로 육성되기 위해선 넘어야 할 산들이 많다. 이전 공공기관 직원들의 낮은 이주율과 만족도가 이를 방증한다.

다만 부산 혁신도시만은 다소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지난해 6~7월 실시한 ‘정주 여건 만족도’ 조사를 보면 부산 혁신도시로 이전한 공공기관 직원들의 만족도는 61.6%로 1위를 차지해 전국 평균(52.4%)을 웃돌았다. 특히 주거·편의·교통·교육·여가 등 5개 부문에서 모두 1위를 차지했다. 부산 혁신도시를 직접 찾아가 그 이유를 살펴봤다.

부산 혁신도시는 동삼지구·센텀지구·문현지구 등 3개의 혁신지구와 공동 주거지인 대연지구 등 총 4개로 나뉘어 도심 지역에 조성됐다. 다른 지역 혁신도시들이 도심 외곽에 자리한 1개 지역에 구축된 것과 크게 다른 모습이다. 부산의 혁신도시는 각각 서로 다른 특성을 가진다.

동삼지구는 해양·수산 연구 분야에, 문현지구는 금융 관련 분야에 특화돼 만들어졌다. 또한 센텀지구는 영화·영상의 중심지로 키우겠다는 목표로 조성됐다. 이와 함께 부산으로 이전한 공공기관 임직원들을 위한 공동 주거지인 대연지구를 따로 만들어 원활한 정착을 도모했다.

이런 형태로 혁신도시 조성이 가능했던 것은 부산시의 치밀한 전략의 결과다. 2005년 확정한 혁신도시 조성 정책은 지역별로 하나의 부지에 혁신도시 건설을 추진하는 것으로 정해졌다.

하지만 부산시는 당시 해양·금융·영상 부문으로 부산을 특화해야겠다는 구상에 따라 여러 지구로 나눠 혁신도시를 지을 수 있도록 해달라고 정부에 끊임없이 요구했고 결국 받아들여진 것이다.

◆동삼혁신지구-세계적 해양 클러스터 도약이 목표
혁신도시 ‘만족도 1위’ 부산의 비결
부산 혁신도시 가운데 가장 먼저(2008년 4월) 착공식을 갖고 첫 삽을 뜬 곳은 동삼혁신지구다. 부산의 대표적 섬이자 관광지 중 하나인 영도 내에 있다. 태종대와 해안 산책로 등으로 잘 알려진 영도는 천혜의 자연을 눈으로 만끽하기 위한 관광객들이 주로 찾는 지역이었다.

동삼지구가 들어서면서부터 단순한 관광지가 아닌 첨단 해양연구관광단지로 거듭나고 있다. 동삼지구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이 있다. 바다와 맞붙은 곳에 자리한 거대한 배 모양의 건축물이다.

2012년 말 준공을 마치고 2013년 문을 연 국립해양박물관이다. 수족관을 비롯해 각종 해양 관련 전시물들을 관람할 수 있도록 꾸며 어느덧 영도의 새로운 명소로 자리매김한 곳이다. 그 앞에 펼쳐진 광활한 부지 위에 띄엄띄엄 들어선 여러 채의 건물들이 모여 하나의 동삼지구를 완성한다.
혁신도시 ‘만족도 1위’ 부산의 비결
동삼지구의 조성 목적은 해양 수산 클러스터 구축을 통해 부산을 해양 수산 연구·개발(R&D) 중심지로 육성하기 위해서다. 총면적 61만6000㎡로 4개 혁신지구 가운데 가장 큰 규모다. 원래는 바다 매립지로, 혁신도시 건설 전에도 부지 조성이 완성된 상태였다. 부산해사고·한국해양수산연수원·부산해양경찰서가 서로 멀찍이 떨어져 이미 자리하고 있었다.

정부가 혁신도시 부지를 확정한 2007년부터 이전이 확정된 공공기관들의 건물이 하나둘씩 채워지며 개발이 본격적으로 진행됐다. 현재 당초 계획대로 총 13개 기관이 동삼지구 내에 모두 안착을 마친 상태다.

해양 산업과 관련한 R&D이 목적인 지구인 만큼 입주 기관들도 연구나 교육기관들이 주를 이룬다. 대표적인 연구 기관으로는 해양 수산 분야에서 최고 전문가 집단으로 꼽히는 국책 기관인 해양수산개발원과 해양수산부 산하 기관인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이 동삼지구에서 연구 활동을 펼치고 있다.

교육기관으로는 부산해사고와 한국해양대(제2캠퍼스)가 동삼지구에 터를 잡았다. 동삼지구가 현재 모습을 갖춘 것은 불과 몇 달 전이다. 지난해 12월 이전된 해양과학기술원을 끝으로 계획했던 공공기관 이전을 완료했다. 이제 부산시는 동삼지구를 국내를 넘어 세계적인 ‘해양 클러스터’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여러 해양 관련 연구기관과 교육기관이 들어선 만큼 학·연 협력을 동삼지구를 해양판 실리콘밸리로 키워 나가겠다는 계획이다. 물론 개선해야 할 과제도 남아 있다. 동삼지구가 들어선 영도에는 섬이라는 특성 때문에 지하철이 개설되지 않았다.

시내버스가 있기는 하지만 30분이나 되는 배차 간격 때문에 부산 도심에 사는 이전 공공기관 직원들을 대중교통을 이용해 출퇴근하기가 쉽지 않다. 동삼지구에서 일하는 한 연구 기관 관계자는 “주변 환경 등 근무 여건은 만족스럽지만 개인 자가용이 없으면 사실상 생활하기가 힘든 지역”이라고 말했다.

◆문현혁신지구-제2의 금융 중심지로 각광
혁신도시 ‘만족도 1위’ 부산의 비결
동삼지구를 제외한 3개 혁신지구들은 모두 도심 내 초역세권에 자리했다. 따라서 교통 불편은 동삼지구에만 해당한다는 것이 부산시의 설명이다.

동삼지구에 이어 국제 규모의 금융 단지 조성이 목표인 문현혁신지구를 찾았다. 차를 타고 도착하자 2014년 준공된 63층 높이의 부산국제금융센터(이하 BIFC)가 웅장한 위용을 뽐냈다.

BIFC 정문에서 100m 정도 떨어진 곳에는 ‘국제금융센터 부산은행역’ 지하철 입구가 보였다. 문현지구도 동삼지구와 마찬가지로 혁신도시 건설 이전에 부지 조성을 완료했다.

1990년대부터 부산에 국제 규모의 금융 단지를 구축하기 위한 사업이 추진됨에 따라 2004년 부지 조성을 대부분 마무리한 상태였다. 2010년부터 본격적인 착공에 들어가 서서히 개발되기 시작했다.

문현지구의 면적은 10만2000㎡로 동삼지구와 비교하면 6분의 1 정도에 불과하다. 공공기관들이 대거 이전하기에 결코 넓지 않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차원에서 고층의 BIFC를 중심에 세웠다. BIFC는 수도권에서 부산으로 본사를 이전한 공공기관들의 통합 사옥 역할을 한다.

이전한 공공기관 모두 BIFC의 개별 층을 임대가 아닌 직접 매입을 통해 사용하고 있다는 게 부산시의 설명이다.

문현지구에는 현재 총 10개 공공기관의 본사가 들어섰다. 이 중 5개가 수도권에서 이전했고 한국남부발전을 제외한 기관들은 모두 금융과 관련된 곳들이다. 한국자산관리공사·한국주택금융공사 등이 문현지구에 정착해 업무를 보고 있다.

다만 아직 문현지구는 개발이 끝나지 않았다. 여전히 곳곳에서 공사가 진행 중이다. BIFC 바로 옆에는 민간투자로 진행되는 ‘문현 금융 중심지 조성 사업’이 한창이다. 각각 49층과 36층인 두 개 빌딩 공사가 10월쯤 완료되면 업무 시설과 문화 공간, 숙박시설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BIFC 후문에 자리한 부산도시공사 소유의 일반 용지는 아직 비어 있다. 몇몇 대형 관광 버스들이 임시 주차해 놓고 있었다.

부산시에 따르면 현재 해당 지역에는 BIFC에 입주한 한국남부발전의 신사옥 건설이 추진되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예비 타당성 조사에 들어갔고 4월 중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아직 공사가 100% 완료되지 않았지만 이미 서울 여의도에 이은 제2의 국내 금융 중심지로 각광받고 있다.

◆센텀혁신지구-영화·영상에 특화…대표 관광지로 부상
혁신도시 ‘만족도 1위’ 부산의 비결
부산시는 지역 내에서 부동산 열기가 가장 뜨거운 센텀산업단지(이하 센텀시티)에도 영화와 영상 관련 공공기관들을 한데 모은 센텀혁신지구를 개발했다. 현재 센텀시티에는 총 6개 공공기관이 들어선 상황이다.

4개 혁신지구 중 가장 이른 시기인 2013년 이전이 확정된 3개 공공기관이 모두 정착을 마치며 지금의 형태를 갖췄다. 센텀지구의 면적은 6만1000㎡에 불과하다. 하지만 주변에 지하철역은 물론 백화점 등 각종 상업 시설이 즐비해 이전한 공공기관 직원들의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센텀지구는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여행객들의 발길이 이어지며 부산을 대표하는 관광 코스로 발돋움했다. 직접 방문해 눈으로 확인해 보니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센텀지구에 있는 건물 하나하나가 뛰어난 건축미를 뽐낸다.
혁신도시 ‘만족도 1위’ 부산의 비결
단연 돋보이는 것은 2011년 개관된 영화의전당이다. 건물 3개로 이뤄져 있고 각 건물은 구름다리로 서로 연결돼 마치 예술 작품을 보는 듯했다.

수도권에서 이전한 3개 공공기관 가운데 2곳(영상물등급위원회·게임물관리위원회)이 입주하기 위해 지어진 부산영상산업센터(2013년 2월 준공)는 선반 위해 대형 TV를 올려 놓은 모습으로 눈길을 사로잡았다.

부산 혁신도시는 다른 지역과 다르게 이전 공공기관 직원들을 위한 주거지를 따로 마련해 혁신지구로 개발한 것도 특징이다. 대연혁신지구가 그 역할을 한다. 15만6000㎡의 면적에 약 2300가구 규모의 공동주택을 마련했다.

2013년 입주를 시작해 이전 공공기관 임직원들에게 우선 분양했다. 그 결과 1300명에 달하는 이들이 대연지구에서 부산 생활을 시작했다. 출퇴근상의 편의를 위해 대연지구를 3개 혁신지구 중간에 배치했다.

부산 혁신도시가 10개 혁신도시 가운데 최고라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이처럼 전략적이면서도 계획적인 개발에 따른 결과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정부의 혁신도시 시즌2 정책과 관련해서도 부산시는 발 빠르게 대응 중이다.

정부는 10월 혁신도시 종합 발전 계획을 확정하는 과정에서 각 지역에서 수립한 계획을 반영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부산시는 9월 완료를 목표로 ‘혁신도시 종합 발전 계획’ 용역을 발주한 상태다.

◆인터뷰-김정수 부산시 혁신도시지원팀장
“부산 내 공공기관 추가 이전 추진”
혁신도시 ‘만족도 1위’ 부산의 비결
부산시 혁신도시지원팀은 부산으로 이전한 공공기관들의 원활한 정착을 위해 만들어진 팀이다. 그간 정착금 지원은 물론 다양한 행사 등을 개최하며 이전 공공기관 내 임직원들의 안착을 도왔다. 혁신도시 시즌2를 맞아 올해부터는 추가적인 역할이 부여됐다. 어떻게 하면 부산 내 혁신도시를 보다 ‘업그레이드’할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하는 역할이 주어진 것이다. 김정수 부산시 혁신도시지원팀장을 만나 향후 부산 혁신도시의 발전 계획을 들어봤다.

▶부산 혁신도시가 지역 경제에 얼마나 기여하고 있습니까.

“잘 알려진 것처럼 부산 혁신도시로 이전한 공공기관 직원들의 이주율은 전국 혁신도시 가운데 최고입니다. 많은 공공기관 직원들이 부산으로 온 만큼 지역 내 소비 여력 또한 증가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예컨대 부산시의 지난해 지방 세수는 전년에 비해 180% 정도 확충됐습니다. 또한 이전한 공공기관들은 지역사회에 정착하기 위해 다양한 사회공헌과 지역 연계 사업들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부산 역시 과거 제조업 중심에서 금융·해양·영상 등 여러 분야에서 첨단화된 도시 이미지로 바뀌는 모습입니다.”

▶부산 혁신도시 구축에서 아쉬운 부분은 없나요.

“부산은 다른 혁신도시들과 달리 도심 내 혁신도시를 만들었어요. 이는 부산에 이전한 공공기관 직원들의 정착을 수월하게 만들었죠. 다만 혁신도시가 도심 안에 있다 보니 상대적으로 큰 부지를 확보하기 못했습니다. 부산 4개 혁신도시를 합친 면적이 93만5000㎡로, 전국 10개 혁신도시 중 가장 작습니다. 따라서 공공기관이 이전할 곳만 개발하고 그 기관과 연계된 산·학·연 클러스터 용지를 개발하지 못했어요. 약 110개에 달하는 이전 공공기관 유관 기업들이 부산에 왔지만 만족할 수준이 아닙니다. 보다 넓은 용지가 확보됐다면 지역에서 고용을 많이 창출할 수 있는 기업들이 더 많이 내려올 수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혁신도시 시즌2 정책에 따른 공공기관 추가 이전도 추진한다고 들었습니다.

“공공기관들이 부산으로 내려와 혁신도시 내 클러스터가 형성됐지만 그래도 미진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해요. 여전히 수도권에 100여 개 이상의 공공기관들이 잔류해 있습니다. 남아 있는 기관 중에서 부산 혁신도시를 기능적으로 조금 더 완성할 수 있는 기관들이 있는지 살펴보고 있습니다. 가능하다면 추가 이전과 관련한 논의를 진행하고 싶어요. 하지만 그것은 부산시 자체의 노력만으로 되는 것은 아니고 중앙정부에서도 많은 도움을 줘야 할 것 같습니다.”

enyo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