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만의 기업 가치 100배 키우기]
-‘인재 최우선’·‘오로지 업무 역량’·‘한 가지 재능이라도 있으면 OK’·‘평가와 보상’

[신현만 커리어케어 회장] Q.= 올해 초 우리 회사는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제2의 창업을 선언했습니다. 내수 중심 기업에서 벗어나 세계시장에서 탄탄한 사업 기반을 갖춘 기업으로 변신하려고 합니다. 국내시장만으로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게 명확해졌기 때문에 해외시장에 적극 진출해야 한다는 목표에 자연스럽게 사내 동의가 이뤄졌습니다. 이를 위해 글로벌 시장에서 통하는 상품을 개발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현재 시장조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또 외국 기업과 제휴해 최신 기술을 도입하고 해외 판매망도 구축하려고 합니다.

문제는 사업 확대에 필요한 임직원이 부족하다는 겁니다. 특히 해외 사업 경험을 갖고 있는 임직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합니다. 이에 따라 회사는 전사적으로 인재 확보에 나서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몇 달째 어떤 인재를 어떻게 구해야 하는지를 놓고 내부적으로 의견만 분분할 뿐 실질적인 진전이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회사에 필요한 인재가 있어도 이들을 어떤 조건으로 영입해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해서도 설왕설래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해야 회사가 인재 확보에서 실질적으로 성과를 거둘 수 있을까요.
‘삼국지’의 조조가 인재를 모은 네 가지 원칙
A.= 짐 콜린스 미국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초우량 기업을 키워 내고 싶다면 인재 확보를 경영의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그는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good to great)’라는 자신의 저서에서 회사를 키우려면 무조건 능력과 패기 넘치는 사람을 모으라고 주장했습니다. 어디에 쓸 것인지는 나중에 생각하고 일단 사람이 좋으면 모아 놓고 봐야 한다는 겁니다. 그렇게 인재에 투자하면 성과는 따라온다는 것이죠.

이 때문에 콜린스 교수는 위대한 기업을 만드는 최고경영자(CEO)의 핵심 능력으로 다음과 같이 인재 확보 능력을 꼽았습니다.

“위대한 회사를 만드는 사람은 어떤 회사라도 성장의 궁극적인 동력이 시장도, 기술도, 경쟁도, 상품도 아니라는 것을 이해한다. 다른 모든 것 위에 한 가지가 있다. 그것은 적합한 사람들을 충분히 확보하고 붙들어 두는 능력이다.”

역사적으로 콜린스 교수의 주장처럼 유능한 인재를 많이 확보해 큰 성과를 만들어 낸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대표적인 사람이 바로 중국의 삼국시대 위나라를 이끌었던 조조입니다. 조조는 촉나라의 유비나 오나라의 손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인재 확보에서 탁월한 성과를 거뒀습니다. 당시 세 나라의 패권 다툼은 기본적으로 인재 전쟁 양상을 띠고 있었는데 많은 사람들이 유비가 그 전쟁을 주도한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삼국지’ 인재 전쟁의 주도자이자 승자는 누가 뭐래도 조조였습니다. 당대의 내로라하는 인재들이 유비나 손권이 아니라 조조에게 몰려들었습니다. 유비의 곁을 지킨 사람은 제갈량과 오호대장군이라고 불리는 관우·장비·조자룡·마초·황충뿐이었습니다. 유비의 휘하에 있는 인재들은 의형제를 맺어 유대 관계는 강했지만 그 수가 너무 적었습니다. 이에 반해 조조의 휘하에는 탁월한 전략가와 독자적으로 작전을 펼칠 수 있는 명장들이 수십 명에 달했습니다.

이처럼 조조는 인재 확보에서 유비나 손권에 비해 한참 앞서 있었습니다. 그 덕분에 조조는 생전에 삼국을 통일하지 못했지만 그의 후계자였던 사마의가 촉을 멸망시키고 오를 병탄해 중원을 통일하는 대업을 이룰 수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조조는 어떻게 수많은 인재를 확보했을까요. 최근 조조의 인재 관리 기법에 대한 연구가 활기를 띠는 것도 이런 궁금증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연구를 통해 정리된 조조의 인재 관리 원칙은 크게 네 가지인데, 여러 경영자들이 인재를 확보할 때 이 원칙을 지침으로 삼고 있습니다.

첫째 원칙은 모든 문제에서 인재를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겁니다. 조조는 정치와 세상의 근본을 인재에 뒀습니다. 천하의 인재를 찾아내 등용하는 것이 세상의 패권을 쥐는 지름길이라고 믿었습니다. 그래서 정치는 물론이고 전투에서도 늘 사람에게 관심을 기울였습니다

조조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인재 확보에 집착했습니다. 전쟁이 끝나면 항상 패전국의 인재를 찾아 자기 사람으로 만들기 위해 많은 공을 들였습니다. 다른 사람의 재물은 탐하지 않았지만 다른 사람의 인재를 보면 그냥 지나치는 일이 없을 정도로 ‘인재 수집벽’이 강했습니다.

조조는 적장이라도 언젠가는 자신의 사람으로 만들겠다는 강한 집념의 소유자였습니다. 또 아무리 자신과 싸웠던 적장이라도 노력하면 자신의 사람으로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도 갖고 있었습니다. 그는 초반에 장료·장합·가후 같은 적장을 끌어들여 자신의 곁에서 맹활약하도록 만들었습니다. 조조는 서황과 전투하던 중 그의 실력이 출중한 것으로 밝혀지자 그를 자기 사람으로 만들기 위해 전투를 멈추고 작전 회의를 열기도 했습니다. 이 같은 집념과 자신감 덕분에 조조는 다른 사람이라면 얻을 수 없었던 수많은 인재를 곁에 둘 수 있었습니다.

둘째 원칙은 인재를 등용할 때 스펙이 아니라 오로지 업무 역량만 보라는 겁니다. 유비나 손권이 가문이나 과거 행적을 눈여겨봤다면 조조는 능력만 살폈습니다. 출신이 비천하고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언행을 했어도 재주만 있으면 업신여기지 않고 오히려 대접해 줬습니다. 다소간의 흠집이 나 있더라도, 심지어 범죄를 저지르고 뇌물을 받았더라도 쓸모가 있으면 받아들였습니다. 반대로 덕행을 많이 해 사람들로부터 칭송을 받고 있더라도 실력이 없으면 절대 뽑지 않았습니다. 특히 조조는 평생 자신보다 더 뛰어난 사람을 찾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사람은 본능적으로 자신보다 뛰어난 사람을 경계하지만 조조는 그들의 탁월함에 경탄하면서 그를 영입하는 데만 몰두했습니다. 당시로서는 파격적으로 ‘구현령’과 ‘구일재령’을 발표해 인재를 공개 모집한 것도 이 때문입니다.

-유교적 사고 뒤집은 ‘구현령’

조조가 인재를 구하기 위해 발표한 구현령에는 이렇게 적혀 있습니다.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이 어디 있겠나. 천민 출신이거나 적이라고 해도 상관없다. 인자하지 않고 불효해도 좋다. 청렴하고 결백하지 못해 비웃음을 받아도 좋다. 오직 치국용병의 역량만 있다면 천거하여 그냥 있도록 두지 말라.”

아버지를 죽인 패륜아라도 재능이 있다면 등용하겠다’는 구현령은 당시로서는 큰 충격이었습니다. 400년 동안 지배해 온 유교 이념을 전면 부정하는 것이어서 유생과 기득권층의 반발이 거셀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조조는 조금도 흔들림이 없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조조 휘하에는 흠결이 있는 장수들이 적지 않았습니다. 이들은 흠결은 덮고 실력만 사는 조조를 위해 모든 것을 바쳤습니다. 이처럼 유능한 리더가 유능한 리더를 부르는 현상이 일반화되면서 조조의 위나라에는 막강한 인재 집단이 포진하게 됐습니다.

셋째 원칙은 모든 능력을 두루 갖추지 못했지만 한 가지라도 재능을 갖고 있는 사람에게 관심을 가지라는 겁니다. 조조는 자신이 아무리 능력이 있다고 해도 모든 분야의 전문가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각 분야의 전문가를 등용해 해당 분야를 완전히 일임했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장점과 단점을 다 가지고 있습니다. 장점만 갖고 있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따라서 단점을 보면 장점을 사기 어렵고 장점을 사려면 단점을 감수해야 합니다. 조조는 과감하게 장점만 보고 인재를 등용했습니다.

이 때문에 둔전법으로 군량을 해결한 모개, 인재 등용에 실력을 발휘한 순욱, 군사 분야에서 탁월한 재능을 갖고 있는 곽가·가후, 실전 능력이 뛰어난 하후돈·하후연·장료가 조조의 측근이 됐습니다. 이들은 장점만큼 단점이 적지 않았지만 조조는 이들의 장점을 보고 등용했습니다. 그 덕분에 조조는 자신이 없어도 조직이 잘 가동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이에 반해 유비의 최측근 군사이자 당대의 제일 책략가였던 제갈공명은 모든 것을 직접 다 관장했습니다. 제갈공명은 나중에 사소한 재판까지도 직접 관여하는 바람에 몸에 무리가 갔습니다. 그가 인재를 많이 구하지 못한 것은 완전무결한 사람을 찾으려고 했기 때문입니다.

넷째 원칙은 일단 채용하면 역량을 발휘하도록 도와야 하고 성과에 따라 철저한 평가와 보상을 실시하라는 겁니다. 조조는 유능한 인재를 어떻게 하면 등용할 것인지 못지않게 발굴한 인재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를 늘 고민했습니다. 이에 따라 그는 발굴한 인재를 철저히 신뢰하면서 정성껏 대우하고 중책을 맡겼습니다.

이에 따라 조조를 찾아온 많은 인재들은 조조의 신뢰와 지원 덕분에 물 만난 물고기처럼 활력을 되찾았습니다. 자신들이 갈고닦은 기량을 마음껏 펼쳐 조조의 기대에 부응했습니다. 조조가 이룬 수많은 대업은 조조가 발굴하고 지원한 인재들의 작품이었습니다.

조조는 전투가 끝나면 전공에 따라 포상했습니다. 포상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수상자들이 원하는 상을 내렸습니다. 재물을 원하는 사람에게는 재물을, 명예를 원하는 이에게는 명예를 줬습니다. 또 전투를 벌이다 죽은 군인의 가족들에게는 농지를 줘 생계에 지장이 없도록 배려했습니다.

-조조의 관리법은 기업 경영의 본질

조조의 인재 관리 기법을 1800년이 지난 오늘의 기업 경영에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하지만 인재에 관한 그의 생각은 기업 경영의 본질을 꿰뚫고 있습니다. 그의 말과 행동은 경영자들에게 큰 교훈이 되고 있고 인재 확보에 관한 권위 있는 지침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귀하의 회사도 인재를 경영의 최우선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 오직 실력만으로 인재를 선발하고 영입하라는 것, 한 가지 능력만이라도 출중하면 모든 능력을 다 갖추지 못했더라도 등용하라는 것, 뽑았으면 역량을 펼칠 수 있도록 도와주고 그 결과에 따라 정확하게 평가하고 보상하라는 것을 인재 확보의 핵심 원칙으로 삼을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