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자리 동시 구매’ 상품 등장…영화·드라마 등 영상물 시청도 가능해져


[한경비즈니스=김정우 기자] 국내 항공업계의 상황을 보면 가히 ‘저비용 항공사(LCC)의 전성시대’라고 해도 될 만하다. 지난해 중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악재 등으로 경영 환경이 녹록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LCC의 실적은 고공 행진을 이어 갔다.


과거 LCC가 저렴한 가격만을 무기로 내세웠다면 이제는 여기에 기발하면서도 독특한 서비스까지 선보이는 것이 그 비결이다.


◆‘싼 게 비지떡’은 옛말


LCC의 인기는 수치상으로 확인할 수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국내 LCC 6개사(제주항공·진에어·에어부산·티웨이항공·이스타항공·에어서울)가 기록한 지난해 매출은 약 3조6312억원이다. 전년(2조6893억원) 대비 매출 규모가 35% 정도 확대됐다. 지난해 LCC 6개사의 영업이익 역시 약 2696억원을 기록해 전년(1441억원)보다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운송 분담률도 계속 상향 곡선을 보이고 있다.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LCC의 국내선 점유율은 2013년 48%에서 2017년 56.86%까지 확대됐다. 같은 기간 국제선 분담률도 14%에서 38%로 증가했다. 초창기 LCC가 등장할 때만 해도 ‘싼 게 비지떡’이라는 인식이 강했지만 이제는 어느덧 옛말이 됐다. LCC들은 대형 항공사(FSC) 못지않은 다양한 서비스를 잇달아 내놓으며 고객들의 인식을 전환시키는 데 성공했다.


LCC업계 1위인 제주항공은 국내 최초 LCC답게 실험적이면서도 혁신적인 서비스를 가장 먼저 선보이며 업계를 주도했다.


2012년 제주항공이 국내 항공사 중 처음으로 선보인 ‘트래블 라운지’를 예로 들 수 있다. 트래블 라운지는 해외 현지 여행 안내 시설 서비스다. 현지 숙소와 렌터카 예약 등을 할 수 있고 관광지와 쇼핑 정보 제공, 유모차 대여, 짐 보관, 통·번역 서비스, 호텔 픽업 서비스 등 여행사의 도움 없이 스스로 여행할 수 있는 다양한 편의 상품을 갖추고 있어 큰 호응을 얻었다.


제주항공이 처음 선보인 트래블 라운지는 이제 다른 LCC에서도 앞다퉈 도입하며 어느덧 업계의 ‘기본 서비스’로 자리매김했다.


여러 LCC에서 시행 중인 이른바 ‘옆 좌석 구매’ 서비스도 그렇다. 좁은 비행기 좌석에 탑승하면 누구나 한 번쯤 드는 생각이 ‘옆자리에 아무도 앉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다. 이런 점에 착안해 제주항공은 소정의 금액만 더 지불하면 옆자리를 비워 편안하게 갈 수 있는 옆 좌석 구매 서비스를 2014년부터 시작했다.


이제는 여러 LCC들이 제주항공처럼 옆 좌석을 살 수 있는 서비스를 선보이며 탑승객들의 비행 만족도를 높이는 추세다.


LCC를 타면 비용이 저렴하지만 기내에서 무료하게 시간을 보내야 한다는 단점도 과거의 얘기다. 승무원들이 주축이 된 이른바 ‘기내 이벤트’를 제주항공을 비롯한 티웨이항공·이스타항공 등 여러 LCC에서 운영 중이다. 각 LCC들은 마술쇼와 칵테일쇼 등 각종 이벤트를 기내에서 진행하며 탑승객들에게 재미와 웃음을 전달하고 있다.
‘승무원 마술쇼·파일럿 기내식’... 톡톡튀는 LCC의 서비스 아이디어
(사진)이스타항공 승무원들이 기내에서 공연을 펼치고 있다./이스타항공 제공

그런가 하면 최근에는 대형 항공사의 전유물처럼만 여겨졌던 영화와 드라마 같은 ‘영상물 시청’도 LCC에서 가능해졌다.


진에어는 기내 엔터테인먼트 서비스 ‘지니플레이’를 제공한다. 사용 방법은 간단하다. 탑승 전 개인 모바일 기기에서 지니플레이 애플리케이션(앱)을 설치하고 탑승 후 기내 와이파이(WIFI)에 접속하면 된다. 그러면 앱을 통해 비행 중 진에어가 제공하는 영화·TV프로그램·애니메이션·음악·게임 등의 콘텐츠를 실시간 스트리밍 방식으로 이용할 수 있다.


이스타항공도 태블릿 대여 방식으로 국내 최신 영화를 3D 입체 음향으로 즐길 수 있는 기내 영화 상영 프로그램 ‘에어시네마’를 운영하고 있다. 에어부산도 올 하반기부터 기내 와이파이를 이용한 엔터테인먼트 콘텐츠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승무원 마술쇼·파일럿 기내식’... 톡톡튀는 LCC의 서비스 아이디어
(사진) 최근에는 대형 항공사의 전유물처럼 여겨졌던 영화와 드라마 같은 '영상물 시청'도 LCC에서 가능해졌다./진에어 제공


그런가 하면 LCC 중 막내 격인 에어서울은 최신 항공기를 도입해 기내 좌석마다 개인 모니터를 장착했다. 이를 통해 모바일 기기나 와이파이 접속 없이도 기내에서 영상물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탑승객들을 위한 LCC들의 기내식 운영 확대도 눈에 띈다. 제주항공은 간단한 간식이나 맥주·커피 등을 판매하는 에어카페와 함께 사전 주문 기내식을 운영하고 있다. 실제 운항 승무원과 객실 승무원이 기내에서 먹는 파일럿 기내식과 스튜어디스·스튜어드 기내식 등 이색적인 메뉴를 선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티웨이항공은 약 30가지의 유료 기내식 메뉴를 보유 중이다. 특히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치킨과 맥주를 세트로 구성한 ‘치맥세트’를 선보이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LCC는 비좁다’ 공식도 깨져


진에어와 에어부산은 무료 기내식을 제공해 주목받고 있다. 진에어는 운항 시간 3시간 이상 노선에서 기본으로 무료 기내식을 제공하며 3시간 미만 노선에는 일부에 적용하고 있다. 에어부산은 국제선 전 노선(비행시간이 짧은 후쿠오카 제외)에서 무료 기내식을 내놓고 있다.


최근에는 ‘LCC의 좌석은 비좁다’는 공식도 깨졌다. 에어서울은 전 기종의 좌석 간격(31~33인치)을 다른 LCC 기종보다 2~3인치 정도 넓게 조정했고 에어부산도 기내 좌석 간 간격을 32.5인치로 운영 중이다. 일반적인 LCC의 좌석 간격은 28~29인치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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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우 기자 enyo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