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성 높이는 데 제격…‘수송 능력’ 과시할 수 있는 기회 되기도
항공·해운사의 귀한 손님된 ‘고부가가치 화물’
[한경비즈니스=이명지 기자] 지난해 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AI)의 발발로 소비자들이 시중에서 달걀을 구입하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해외에서 달걀을 신속하게 수입해야 했는데 깨지기 쉽고 온도 변화에 민감한 달걀 수송을 어떻게 해낼지가 관건이었다. 여기에 국내 항공사들이 나섰다. 축적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미국산 달걀을 안전하게 수송해 냈다.


항공사와 해운사의 수송력은 지구촌의 물류 길을 단축하고 있다. 주요 수입원은 여객이지만 화물수송으로 고수익을 올리고 있는 항공사는 고부가가치 수송 능력치를 연일 ‘업그레이드’하고 있다. 수출 물량의 80%를 책임지는 선사들 역시 고부가가치 화물 중심의 포트폴리오를 설계 중이다.


◆돌고래 수송한 아시아나항공


항공에서 ‘고부가가치 화물’은 위험품이나 생동물, 대형 화물, 유해, 부패성 화물, 외교 행낭 등이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이 중 생동물·신선화물·의약품·민감성 반도체 장비 수송에 집중해 왔다. 아시아나항공에 따르면 2017년 상반기 고부가 가치 화물 실적은 같은 기간 대비 12% 증가했다. 의약품·백신 등 온도 민감성 화물 수송량은 48% 증가했다.


말·돼지·돌고래 등 살아있는 동물을 수송하기 위해선 까다로운 기술이 필요하다. 종류에 따라 운반 용기가 다르고 온도 습도와 이산화탄소 농도 유지가 필수적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5월 제주 앞바다에 방류하는 남방큰돌고래 2마리를 운송하는 등 생동물 운송에 특화된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다.


대한항공 또한 고부가가치 화물수송의 ‘강자’다. 지난해 AI로 달걀 공급이 부족해지자 300톤의 달걀을 미국에서 수송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달걀을 수송하기 위해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승인을 받은 전용 종이 박스에 담아 달걀을 수송했다.


달걀이 깨지지 않도록 항공기에 고정했고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해 기내 온도를 섭씨 영상 8~12도에 맞췄다. 이 밖에 대한항공은 희귀종 판다와 같은 생동물, 외규장각이나 미술품 등 고가 예술품을 수송한 경험도 있다.


해운에서는 기존 컨테이너로 수송하기 어려운 화물들이 고부가가치 화물로 분류된다.
현대상선은 2007년 국내에서는 최초로 중량물 운송 서비스를 시작해 현재는 특수 화물운송에 적합한 6척의 다목적 중량화물선단을 운영하고 있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선적지(화물을 싣는 곳)나 양하지(화물을 내리는 곳)에 특수 화물 작업 노하우를 축적한 감독관을 파견해 원활한 작업을 돕고 있다”고 말했다. 주요 서비스 노선은 극동~동남아~중동이고 월 2~3항차에 약 6만~7만 톤 규모의 특수 화물이 수송된다.


또한 현대상선은 올해 1월부터 ‘울트라 프리저(Ultra Freezer)’ 서비스를 시작했다. 울트라 프리저 서비스는 섭씨 영하 60도 초저온으로 화물을 운반하는 것이다. 일반 냉동 컨테이너의 한계치인 섭씨 영하 35~40도 정도다.


글로벌 선사 중에서는 머스크와 CMA CGM만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 서비스는 이동·선적·하역 과정에서 초저온 상태를 유지하기 위한 높은 기술력과 숙련된 전문 인력을 필요로 한다. 이 때문에 운임이 일반 냉동 컨테이너보다 4배에서 최고 8배까지 높다.


울트라 프리저 서비스를 이용하면 기존에 주로 항공기로 운송했던 횟감용 고급 냉동 참치와 성게 등 고수익 화물을 해상으로 운송할 수 있다. 현대상선은 부산~바르셀로나(스페인), 부산~시미즈(일본), 알헤시라스(스페인)~요코하마(일본) 구간에서 울트라 프리저 서비스를 제공한다.


SM상선은 오렌지·석류 등 계절 과일, 참치나 구슬아이스크림처럼 초저온 상태를 유지해야 하는 극저온 냉동 화물, 활어 컨테이너를 사용해야 하는 광어·우럭 등 어패류, 풍력발전기·요트·군수품 등 일반 컨테이너로는 수송이 불가능한 초거대 화물을 수송 중이다.


미국 해운 물류 집계 사이트 JOC에 따르면 SM상선은 2018년 2월 누적 기준 미국 롱비치(LA)~한국 구간 전체 오렌지 수송량의 약 40%를 선적함으로써 가장 높은 점유율을 차지했다.


SM상선 관계자는 “한진해운 시절부터 쌓아 온 고부가가치 화물 취급에 대한 전문 지식과 노하우가 풍부해 돌발 상황 발생 시 조속한 대처가 가능하다”고 자사의 운송 능력을 평가했다.
항공·해운사의 귀한 손님된 ‘고부가가치 화물’
◆주목받는 ‘울트라 프리저’ 서비스


항공사와 해운사가 고부가가치 화물수송에 집중하는 것은 수익 개선에 큰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고부가가치 화물은 일반 화물보다 20피트 컨테이너(TEU)당 운임이 적게는 10%에서 많게는 30~50% 이상 높다”고 설명했다. 항공사는 각 품목별로 별도의 운임 체계를 매겨 일반 화물과 다른 기준을 적용한다.


분명한 것은 고부가가치 화물수송이 실적에 긍정적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올 1분기 아시아나항공의 영업이익은 643억원으로 최근 3년 사이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매출액도 1조5887억원으로 1분기 실적으로는 창사 이후 역대 최대치였다.


특히 화물은 정보기술(IT) 품목 중심으로 매출이 늘어나 전년 동기 대비 13% 증가했다. 반도체·디스플레이·바이오·신선식품 등 고단가 물품 수송 확대 전략이 통한 것으로 분석된다.


각 사는 전략적으로 고부가가치 화물 유치를 추진 중이다. 아시아나항공은 노선별로 특화된 정책을 내세웠다. 미주와 유럽 노선에서는 반도체 장비나 전자 상거래 물량을 집중적으로 유치한다.


또 기업들의 생산 공장들이 이전해 있는 중국·베트남·일본 등 아시아권에서는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한 고부가가치 화물을 주목하고 있다. 스마트폰·반도체·IT 전자 부품처럼 유행이 빠른 제품들이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기존 노선들뿐만 아니라 인도나 중남미와 같은 신흥국 시장에서도 고부가가치 화물 점유율을 늘려갈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상선은 주요 고객인 국내외 일괄 도급 방식(EPC) 업체 물량을 기반으로 중동과 동남아발 특수 화물 운송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유치할 계획이다. 특히 2020년 이후 국제해사기구(IMO)의 규제에 따라 친환경 선박으로 교체할 때도 고부가가치 화물수송에 적합한 선박으로 교체한다.


m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