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 기획 : 4차 산업혁명의 최전선, ‘스마트 시티’를 가다=①UAE 마스다르시티]
-스마트 시티로 석유 이후의 시대 준비하는 UAE 아부다비
사막에 선 ‘신재생에너지의 쇼룸’ 마스다르시티
(사진)사막 한가운데 지어진 마스다르시티는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 할 수 있도록 디자인됐다. 이를 통해 건물 에너지 및 용수 수요가 평균보다 40% 정도 낮다.


[한경비즈니스=김영은 기자, 후원=한국언론진흥재단] 유엔에 따르면 전 세계 도시화율은 이미 위험 수준이다. 한국도 82.5%라는 높은 도시화율을 기록하고 있다. 교통 혼잡, 자원 부족, 에너지 부족 등 도시화 문제는 심각하다.


하지만 도시 해체가 해답은 아니다. 도시화를 통해 생겨난 장점들을 간과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세계 각국은 빅데이터·인공지능(AI)·가상현실(VR) 등 지능형 인프라와 신재생에너지 도입으로 도시 내부에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 바로 ‘스마트 시티’다.


한경비즈니스가 아랍에미리트(UAE)의 마스다르시티를 시작으로 세계 주요 스마트 시티를 현장 취재한다.


세계 최초 탄소 제로 도시를 표방한 스마트 시티가 있다. 아랍에미리트(UAE)의 마스다르시티다. 마스다르(masdar)는 아랍어로 ‘원천’을 의미한다. 석유 에너지의 원천이었던 UAE가 이제 축적한 오일 머니를 바탕으로 신재생에너지의 원천으로 거듭나고 있다.


마스다르시티는 단순하게 친환경 기술만 도입한 도시가 아니다. 마스다르시티는 UAE의 미래를 담고 있다. 마스다르시티는 글로벌 기업과 협업해 세계의 신재생에너지 기술을 선도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신재생에너지 기술과 비즈니스 모델을 사업화해 세계 친환경 기술의 비즈니스 허브로 거듭나고 있다.
사막에 선 ‘신재생에너지의 쇼룸’ 마스다르시티

◆치밀한 도시 디자인으로 에너지 낭비 줄여


“지난 10년이 첫 페이지였다면 앞으로 10년은 둘째 페이지입니다. 지금은 지난 10년에서 앞으로 10년으로 가는 중간 단계라고 할 수 있죠.” 크리스 치 론 완(이하 크리스 완) 마스다르시티 도시 디자인 관리 총괄이 말했다.


마스다르시티가 첫 삽을 뜬 지 10년째인 올해도 건설이 한창 진행 중이었다. 마스다르시티는 현재 25%가 완성된 상태다. 앞으로 5년 내에 전체의 35%가 완성될 예정이다.


마스다르시티는 UAE의 아부다비 정부가 180억 달러를 투입해 친환경 기술로 스마트 시티를 개발하는 대형 프로젝트다. 6㎢의 면적에 4만 명을 수용하기 위한 도시다.
사막에 선 ‘신재생에너지의 쇼룸’ 마스다르시티
(사진)탄소 중립 도시를 꿈꾸는 마스다르 시티에는 내연기관 자동차가 진입할 수 없다.


마스다르시티의 본래 목표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탄소 제로’ 도시였다. 화석 에너지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100% 신재생 에너지만으로 도시를 운영하려고 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화석 에너지를 부분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마스다르시티를 움직이는 자원은 태양에너지다. 기온이 섭씨 영상 50도까지 올라가는 사막에서 태양에너지는 화석연료 없이 충분한 전력을 만들어 낼 유일한 자원이다.


마스다르시티는 10MW(메가와트)급 태양열발전소와 1MW 규모의 태양광발전 시스템을 통해 생산되는 신재생에너지로 도시 내 상당 부분의 에너지를 자급한다. 태양열발전소는 2009년 완공 당시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였다. 광활하게 펼쳐진 태양열 패널은 멀리서 보면 바다로 착각될 정도다.


마스다르시티는 화석 에너지를 최소화하려고 한다. 이 때문에 내연기관 자동차는 진입할 수 없다. 방문객들은 도시 입구 주차장에 차를 세워 놓고 ‘개인 궤도 자동차(PRT : Personal Rapid Transit)’나 전기버스를 타고 움직여야 한다.
사막에 선 ‘신재생에너지의 쇼룸’ 마스다르시티
(사진)마스다르시티 대중교통 수단인 PRT.


마스다르 홍보관이 있는 건물 지하로 내려가자 PRT 정류장이 나왔다. 4명이 탑승할 수 있는 PRT는 평균 시속 40km로 약 1km 구간을 무인 주행한다. 정차 때는 선로에 부착된 충전 장치를 통해 동력을 공급받는 친환경 교통수단이다.


PRT 디자인에는 페라리·벤틀리·롤스로이스 등 유명 자동차 브랜드들이 참여했다. 디자인은 마치 공상과학영화에 나오는 것처럼 생겼다.


물론 PRT의 실용성이 아주 뛰어나다고는 할 수 없다. 현재 작동 가능한 PRT 노선은 1km 구간이 전부다. PRT 노선을 연장하는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었지만 PRT 건설비용과 탑승 인원을 고려할 때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마스다르시티의 친환경 에너지 콘셉트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교통수단이다.


4월 오후의 아부다비 날씨는 섭씨 영상 35도가 넘었다. 여름에는 50도 가까이 오르는 고온다습한 날씨가 이어진다. 하지만 마스다르시티 내부는 35도라는 온도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시원했다. 사람들도 여유롭게 야외에 앉아 커피를 즐기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보행로는 모두 그늘로 드리워져 있었고 머리카락이 휘날릴 정도로 선선한 바람이 불었다. 이유는 꼼꼼하게 계획된 도시 디자인에 있다.
사막에 선 ‘신재생에너지의 쇼룸’ 마스다르시티
(사진)2008년 공사를 시작한 마스다르시티는 현재 25%만 완성됐다. 여전히 건물과 PRT 증축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도심 속 선풍기 ‘윈드타워’


크리스 완 총괄은 “마스다르시티는 에너지를 절약하기 위해 처음부터 북서풍 바람이 불도록 설계됐다”며 “빌딩과 빌딩 사이 간격이 좁아 그늘이 생기고 주차장에서 시티 내부로 들어오는 통로가 깔때기 모양으로 좁아져 바람이 도심 가운데로 모인다”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건물의 냉방비를 절감할 수 있다.


광장 한가운데 있는 ‘윈드타워’도 도심 속 선풍기 역할을 한다. 45m 높이의 윈드타워는 상대적으로 온도가 낮은 대기 상층의 바람을 붙잡아 물 분사 장치를 통해 도심 아래로 순환시킨
다.


건물도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디자인됐다. 아랍 전통 건축 양식과 현대식 건축 기술의 조화를 통해 지역이 가진 환경의 특수성을 반영했다. 마스다르시티는 수동형 설계와 지능형 설계를 통합해 건물의 에너지와 용수 수요가 평균보다 40% 정도 낮다. 건물이 만들어 내는 그림자를 활용해 도시 온도를 조절하고 지하는 자연광이 들도록 설계했다.


창문의 차양도 직사광선을 받는 시간을 3시간 이내로 줄이면서 바깥 풍경을 볼 수 있게 계산돼 만들어졌다. 건물은 저탄소 시멘트, 90% 재활용 알루미늄 등의 재료들로 지어졌다.


크리스 완 총괄은 “마스다르시티는 중동 최대 규모의 스마트 시티로, 도시 자원의 사용·보존·공유 방법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연구하는 거대한 실험실 역할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마스다르시티에는 약 1300명이 살고 있다. 그중 300명은 마스다르 과학기술대학원의 학생이다. 다른 1000여 명은 에티하드 에코 레지던스 유닛에 살고 있다. 더 많은 사람들이 거주할 수 있도록 레오나르도 레지던스도 건축되고 있다. 마스다르시티는 도시 확장 계획의 일환으로 2020년까지 상업 거주자를 현재의 4배까지 늘릴 예정이다.
사막에 선 ‘신재생에너지의 쇼룸’ 마스다르시티
마스다르시티는 연구·개발 단지와 비즈니스·투자자유구역을 한꺼번에 통합한 하나의 생태계다. 기술을 개발하고 상용화하는 테스트베드인 동시에 글로벌 파트너십을 통해 사업화를 주도하는 혁신 클러스터다. 현재 마스다르 입주 기업은 에티하드항공·지멘스·제너럴일렉트릭(GE)·국제재생에너지기구본사·록히드마틴·미쓰비시중공업·슈나이더일렉트릭 등이다.


도시 중심에는 마스다르 과학기술대학원이 있다. 이 대학원은 기술력이 떨어지는 UAE의 자체 연구 역량을 키우기 위해 만들어졌다. 첨단 기술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마스다르 과학기술대학원은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MIT)를 벤치마킹했다.


이를 위해 마스다르시티는 MIT 출신 교수진을 영입하고 MIT 과학자들과 함께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해 왔다. 학생들은 주로 물·환경·반도체·에너지 시스템 등 국가 육성 사업에 집중 연구하고 있다.


마스다르시티는 보다 자유로운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UAE 내의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돼 있다. 외국 기업이 UAE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현지인이 기업 지분의 51%를 보유해야 한다. 하지만 경제자유구역은 외국 기업의 100% 지분 소유를 인정한다. 또 경제자유구역 내에 입주한 기업은 여러 가지 규제에 대한 예외와 행정 편의를 제공 받는다.


UAE는 경제 발전에 필요한 대부분의 인력을 외국인에 의존하고 있다. UAE의 인구구성을 보면 외국인이 내국인을 훨씬 앞지른다. 에미리트인, 즉 자국민은 11.5%에 불과하다. 그나마도 대부분이 공공 분야에 근무하며 자국민 중 민간 분야 종사자는 2만 명 미만이다. 이 때문에 경제 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글로벌 기업과의 협업이 필수다.
사막에 선 ‘신재생에너지의 쇼룸’ 마스다르시티
(사진)권태규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 선임연구원은 한국 기업과 마스다르사의 매개체 역할을 한다.


◆석유 그 이후의 시대


마스다르시티의 청사진이 그려진 것은 2006년이다. 7개 토후국(에미리트)으로 이뤄진 UAE는 토후국별 각자 다른 경제 전략을 구축하고 있다. UAE의 수도이자 가장 많은 석유와 돈을 보유한 아부다비 정부는 총 220억 달러를 들여 신재생에너지 시대의 첫걸음을 뗐다. 에너지 생산국이자 거대한 소비국으로서 석유 고갈 이후 시대를 준비하기 위해서다.


UAE의 석유 확인 매장량은 978억 배럴로 세계 6위 수준이다. 현재 생산량을 기준으로 가채년수(확인 매장량÷생산량)는 약 100년이다. 이 중 94%가 아부다비에 있다. 아부다비 정부 수입의 80%는 석유 로열티와 관세에서 나온다. 그만큼 국가 경제의 석유 의존도가 높다.


UAE는 오일 머니를 기반으로 한 국부펀드를 조성해 거대한 자본을 축적했다. 그리고 이 중
일부를 신재생에너지와 신기술 개발에 투자하며 ‘석유 경제의 그 이후’를 대비해 왔다.


마스다르시티의 개발은 아부다비 국부펀드인 무바달라개발공사가 주도한다. 무바달라는 첨단 기술과 인프라 등 경제 다변화 목적의 산업 투자를 위해 2002년 설립됐다.


무바달라는 2006년 마스다르 이니셔티브를 수립하고 아부다비미래에너지공사(이하 마스다르사)를 설립,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본격 착수했다.


마스다르사는 아부다비를 신재생 에너지의 국제적인 허브로 육성하고 있다. 이를 통해 국가의 신성장 동력을 창출할 계획이다. 마스다르사는 ‘마스다르 클린 에너지’ 프로젝트를 통해 신재생에너지를 개발하고 ‘마스다르시티’에서 신재생에너지를 직접 사용하며 검증하고 발전시킨다. 마스다르시티가 신재생에너지의 인큐베이터이자 테스트베드 역할을 하는 것이다.


아부다비는 마스다르시티를 국제적인 친환경 비즈니스 허브로 바꾸겠다는 구상을 가지고 있다. 검증된 친환경 기술로 단숨에 고부가 하이테크 산업 국가로 발돋움하겠다는 전략이 숨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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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의 상인 DNA가 투자 모델 만들어


“마스다르시티는 마스다르사가 투자한 신재생 에너지 사업화 모델을 실증하고 전 세계에 홍보하는 ‘거대한 쇼케이스’ 입니다.”


마스다르시티 인큐베이터 빌딩에 입주해 있는 권태규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 선임연구원은 마스다르시티에서 진짜 주목해야 할 것은 마스다르사의 에너지 사업화 모델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더디게 완공되고 있는 마스다르시티가 실패한 도시 모델이라고 평가하기도 한다. 하지만 마스다르사는 고효율 아파트나 무인 전기자동차로 사람들의 삶을 바꾸는 일만큼이나 전 세계 혁신을 주도하고 신재생에너지를 사업화하는 일에 집중하고 있다.


UAE·스페인·영국·요르단·모리타니·남태평양 등 세계 각지에서 내로라하는 신재생에너지 프로젝트를 마스다르사가 보유하고 있다. 세계 최대 풍력발전소인 영국 런던 어레이나와 스페인에 있는 세계 최초 유틸리티 규모(10MW 이상의 규모)의 태양열발전소도 마스다르사가 중심이 된 컨소시엄 프로젝트들이다.


전 세계적으로 마스다르사가 개발한 신재생에너지 프로젝트만 2.7GW 규모에 달한다. 개발에서 운영에 이르기까지 사업 모델도 구축돼 있다. 세계적으로 약 85억 달러가 신재생에너지 프로젝트에 투자됐는데 이 중 마스다르사의 투자 규모는 27억 달러에 달한다.


권 연구원은 “UAE는 기술이 없지만 마스다르사가 컨소시엄을 통해 디벨로퍼로서 전 세계 대형 프로젝트의 지분 30~40%를 가져가고 있다”고 말했다.


권 연구원의 말처럼 마스다르사의 신재생에너지 사업 대부분이 UAE의 기술이 아닌 글로벌 기업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 마스다르사는 기술을 보유한 글로벌 파트너를 선정해 신재생에너지를 발굴하고 마스다르시티를 통해 직접 검증하며 사업화한다. 그렇게 UAE는 마스다르사를 통해 석유 자원 선도국을 넘어 신재생에너지 자원 선도국으로 자리 잡고 있다.


2009년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가 아부다비에 본부를 설치하기로 결정하면서 아부다비의 국제적 위상은 더 높아졌다. 2012년에는 독일 기업 지멘스가 마스다르시티에 중동지역본부를 설치하면서 이 도시는 대규모 신재생에너지 개발을 위한 전진기지가 됐다.


이처럼 마스다르시티가 신재생에너지 기술 ‘교역의 장’ 된 배경에는 아랍 상인의 DNA가 있었다는 것이 권 연구원의 분석이다. 석유가 발견되기 이전까지 아랍인들은 유목 생활과 농업에 의존했다. 이들은 실크로드를 개척하며 동서 교역과 해상무역의 주역이 됐다. 협상술과 홍보에 능한 아랍 상인의 DNA는 자체 기술력이 부족한 UAE의 약점을 오히려 경쟁력으로 만들었다.


권 연구원은 “해수 담수화 플랜트와 전기버스 등 한국이 가지고 있는 우수한 기술을 마스다르시티에 도입하면 한국에서 홍보하는 것보다 20배 이상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마스다르시티 구축이 생각보다 지연되고 있지만 이곳은 신재생에너지 사업화를 위한 전략적 파트너로서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곳”이라고 말했다.


kye021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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