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버가 바꾼 생태계…글로벌 자동차·IT기업 격전
차량 공유 서비스는 ‘꼬리’가 아니라 ‘몸통’
[한경비즈니스=전승우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 오늘날 글로벌 경제에서 가장 주목 받는 비즈니스는 바로 자동차 공유 서비스다. 개인이나 기업 소유의 자동차를 활용해 소득을 올릴 수 있다는 개념은 큰 화제를 불렀다.


이제는 자동차를 넘어 실생활의 다양한 물품을 공유해 가치를 창출한다는 공유경제라는 단어가 중요한 경제 키워드로 부상했다.



창업자 트래비스 칼라닉이 스캔들로 하차하는 등 구설에 휩싸이기도 했지만 우버는 글로벌 자동차 공유 서비스의 선두 주자다.


시장가치가 한때 제너럴모터스(GM)나 포드 등 자동차 기업들을 능가한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우버의 급성장은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자동차 소유자와 사용자를 연결해 엄청난 가치를 만드는 우버의 비즈니스 전략은 큰 성공을 거뒀다.


우버의 대성공으로 경쟁 기업들도 빠르게 등장했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서는 우버와 유사한 비즈니스 모델을 지향하는 리프트가 급성장해 우버의 가장 큰 라이벌로 떠올랐다. 고객을 빠르게 늘리고 있는 리프트는 심지어 우버보다 먼저 미국 증시에 상장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중국에서는 자동차 공유 서비스의 선두 주자 디디추싱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우버의 중국 법인을 인수할 정도로 디디추싱은 중국 시장에서 확고한 지위를 구축했다. 설립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신생 기업이지만 애플 등 여러 기업과 벤처캐피털로부터 거액을 투자 받을 정도로 탄탄한 성장 가도를 달리고 있다.
차량 공유 서비스는 ‘꼬리’가 아니라 ‘몸통’
◆완성차 기업들도 속속 진출


기존 자동차 기업들도 자동차 공유 서비스 시장에 경쟁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원래 자동차 기업들은 공유 서비스에 그리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오히려 공유 서비스의 성장이 완성차 판매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계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많은 자동차 기업들이 공유 서비스 시장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상황이다.


GM은 리프트에 5억 달러가 넘는 거액을 투자하는 등 공유 서비스 비즈니스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도요타 역시 우버를 시작으로 동남아시아의 자동차 공유 서비스 기업인 그랩에 투자했다.


벤츠와 크라이슬러 등 여러 브랜드를 소유한 다임러그룹은 2008년부터 ‘카투고’라는 자동차 공유 서비스를 미국에서 운영하고 있고 BMW는 유럽에서 ‘드라이브나우’, 미국에서는 ‘리치나우’라는 공유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 밖에 볼보와 링컨이 새로운 자동차 공유 서비스 출시를 발표한 가운데 최근에는 고급차의 대명사인 포르쉐도 자동차 공유 서비스 시장에 진출했다.


과거 대부분의 자동차 기업들의 시큰둥한 반응과 비교하면 공유 서비스에 뛰어드는 지금의 현상은 이례적이다. 하지만 자동차 기업들의 진출 이면에는 빠르게 변하고 있는 자동차 산업에 대한 깊은 고심이 자리 잡고 있다.


자동차 기업들은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미래가 불투명하다는 전망에 주목하고 있다. 자동차가 더 이상 사람들이 구입하고 싶은 기기가 아니라는 것이다. 구매 잠재력이 높은 젊은이들은 스마트폰 등 최신 정보기술(IT) 기기에 열광하는 반면 자동차에 대해서는 예전 같은 구매 성향을 보이지 않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도요다 아키오 도요타 최고경영자(CEO) 역시 젊은이들이 자동차 구입에 지갑 열기를 꺼리는 현상을 우려했다.


대도시에서는 고질적인 교통 체증이나 주차 공간 확보 등 자동차 소유가 부담스러운 측면도 크다. 특히 대중교통 인프라가 증가하면서 일상적인 자동차 출퇴근을 대체하고 있다. 자동차를 소유하고 있는 사람들도 주중에는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주말에만 자동차를 이용하는 등 평균적인 자동차 사용 횟수도 감소하고 있다.


또한 자동차 기업들의 주력 제품인 내연기관차 역시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유럽과 중국 등 많은 국가들이 중·장기적으로 내연기관차 판매를 제한하기 위한 행동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연비나 성능이 우수한 내연기관차를 하루아침에 제한하는 것은 어렵지만 장기적으로는 친환경 자동차에 대한 선호도가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운전자의 역할을 점진적으로 대체하는 기술 역시 역설적으로 자동차 구매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향후 자율주행차 시대가 오면 굳이 자동차를 소유하기보다 공유 자동차를 이용해 편안하게 목적지까지 갈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운전의 재미를 위해 자동차를 구매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겠지만 자율주행차가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높아질수록 자동차는 소유에서 이용의 대상으로 바뀌게 될 여지가 크다.
차량 공유 서비스는 ‘꼬리’가 아니라 ‘몸통’
◆차량 공유 신규 비즈니스 ‘눈독’


위기의식을 느낀 자동차 기업들은 각종 성장 동력 발굴에 사활을 걸고 있다. 친환경 자동차나 자율주행차 등 미래 기술에 대한 꾸준한 투자는 물론 자동차 판매나 사후 지원 등 고전 비즈니스 모델을 넘어 새로운 비즈니스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공유 시장 자체는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반면 아직까지 확고한 입지를 가진 기업들이 적다는 점에서 자동차 기업들은 공유 서비스 시장 진입을 타진하게 됐다.


자동차 공유 서비스의 성장으로 첨단 자동차에 대한 수요가 증가한다면 제작은 물론 유지 서비스까지 일관성을 갖추고 있는 자동차 기업들에 유리한 측면도 적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이 때문에 자동차 기업들이 기존과 달리 공유 서비스를 긍정적으로 바라보게 된 것이다.


◆‘공유 서비스의 미래’를 먼저 그려봐야


자동차 기업들의 잇단 공유 서비스 시장 진출이 장밋빛 미래만은 아니다. 자동차 기업들의 경쟁력이 비즈니스 성공의 전부가 아니기 때문이다. 많은 자동차 기업들 역시 기대와 달리 여러 시행착오를 겪을 가능성이 높다.


공유 서비스는 자동차 기업은 물론 많은 IT 기업들도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큰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야다. 자동차 공유 서비스의 핵심은 많은 대중이 편리하게 원하는 목적지까지 갈 수 있는 자동차를 선택하고 탑승하는 것이다.


최근 우버나 리프트 등 자동차 공유 서비스에서 두각을 보이는 기업들은 공통적으로 최신 IT를 활용해 새로운 영역을 개척했다. 게다가 모바일·사물인터넷(IoT)·인공지능(AI) 등 떠오르는 IT 트렌드를 적재적소에 활용해 자동차 산업에 큰 변화의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나아가 이들 기업들은 공유 서비스를 발판으로 전통적인 자동차 영역까지 진입하고 있다. 우버는 세계 최초로 자율주행 택시를 시범 운행하는 등 여느 자동차 기업 못지않은 자율주행 기술 확보에 나서고 있다.


미래 자동차의 기술 트렌드가 기계에서 IT로 이동하고 있는 것을 간파한 이들 기업들은 공유 비즈니스로 축적한 폭넓은 고객층과 빅데이터 그리고 최신 자동차 전장 기술을 활용해 자동차 산업을 혁신하겠다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자동차는 IT 산업의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런 추세에 따라 구글이나 애플 등 글로벌 IT 산업을 이끄는 기업들 역시 자동차 공유 서비스 관련 기술이나 비즈니스 발굴에 투자하고 있다.


이들은 공유 서비스가 전면적으로 도입됐을 때 변화하게 될 자동차의 개념과 사람들의 자동차 이용 방식의 변화 등 각종 미래 시나리오를 검토하고 여기에서 기회를 찾고 있다.


자동차를 활용하는 참신한 아이디어로 주목 받았던 자동차 공유 서비스는 이제 틈새시장을 넘어 자동차 산업의 변혁을 이끌 시장으로 성장하고 있다. 자동차 산업의 디지털 혁신이 가속화되면서 자동차 공유 서비스 시장은 수많은 기업들이 뛰어드는 격전지로 부상할 수 있다.


자동차 공유 서비스는 자동차 자체는 물론 IT·자동차·콘텐츠 등 다양한 요소의 융합이 핵심 역량으로 강조될 것으로 보인다. 이들 역량을 어떻게 확보하고 활용할 수 있는지가 비즈니스 성공의 관건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