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속 인물]
7번의 실패가 만든 성공…한국도 실패를 자산으로 만들어야
세계 최초로 에베레스트 정복한 셰르파 ‘텐징 노르게이’
(사진) 텐징 노르게이 셰르파


[한경비즈니스 = 이홍표 기자]1953년 5월 29일 오전 11시 30분 뉴질랜드 산악인 에드먼드 힐러리는 네팔 셰르파 텐징 노르게이와 함께 세계 최초로 에베레스트산 정상에 올랐다

하루에도 몇 번이나 바뀌는 예측 불허의 날씨와 순간 불어오는 돌풍, 보이지 않는 낭떠러지들…. 에베레스트산은 오랜 기간 이를 방패삼아 전 세계 탐험가들의 수많은 도전들을 막아내고 있었다.

에베레스트 도전에 나선 에드먼드 힐러리는 정상 정복의 파트너로 셰르파였던 텐징 노르게이를 선택한다. 노르게이는 무려 7번이나 정상 정복에 실패한 경험이 있었다. 힐러리가 그를 선택한 이유는 분명했다. 그가 과거의 실패를 통해 다양한 위기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지혜를 갖췄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결국 노르게이는 그 지혜를 토대로 크레바스에 빠진 힐러리를 구해냈다. 또 정상 정복 직전 체력이 고갈된 힐러리를 정상 바로 앞에서 30분이나 기다리며 격려한 끝에 세계 최초의 에베레스트산 정복이 가능하도록 만들었다.

현대사회가 겪고 있는 변화는 에베레스트산 정상의 날씨만큼이나 변화무쌍하다. 예측 불허의 불확실성이 극도로 증대되며 어떤 국가나 기업, 개인도 더 이상 실패를 피할 수 없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이 때문에 일본의 경영학자 하가 시게루는 경영을 ‘다양한 시행착오를 통해 올바른 방향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까지 정의한 바 있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2008년 네 번째 로켓 발사마저 실패하며 파산 위기에 몰려 있던 엘론 머스크 스페이스엑스 회장에게 15억 달러를 투자하도록 만든 것도 바로 이 실패가 만들어 낸 지혜의 힘이었다. 머스크 회장이 이끄는 스페이스엑스는 실패의 책임을 지고 모두가 떠나는 방식 대신 리더와 담당자 모두가 발사 실패 때마다 과정을 기록하고 원인을 찾아 정보를 공유하며 성공을 위한 데이터베이스를 쌓아 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를 근거로 NASA는 4번의 로켓 발사 실패에 들어간 막대한 비용과 노력이 고스란히 자산화됐다고 판단했고 이 판단은 정확했다.

미국인들이 혁신과 성공의 상징인 실리콘밸리를 ‘실패의 무덤이 쌓여 만들어진 곳’이라고 부르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실패의 자산화’는 첨단 기업뿐만 아니라 현대사회 모든 영역에서 중요한 성공의 법칙이 되고 있다. ‘투자의 귀재’로 알려진 워런 버핏 벅셔해서웨이 회장도 자신의 투자 실패에서 배운 성공의 법칙 덕분에 세계적인 투자가가 될 수 있었다.

1962년 그의 첫 투자처는 방직 업체인 벅셔해서웨이였다. 다른 방직 공장들이 문을 닫고 있었으므로 주가 상승 기회가 있다고 봤지만 당시 벅셔해서웨이의 경영진은 버핏 회장의 경영 조언을 거부하고 그 대신 그에게 더 많은 투자만 요구했다. 분통이 터진 버핏 회장은 회사의 전체 지분을 사들였고 그 때문에 불필요한 자금만 낭비한 실패한 투자가 되고 말았다. 하지만 버핏 회장은 이 실패를 분석해 투자를 포기하는 대신 감정을 배제하고 팩트만으로 결정한다는 중요한 철학을 정립했고 이후 큰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도 자신의 에세이에서 “과거의 실패를 똑같이 되풀이하는 것도 따지고 보면 실패를 자산화 하지 못하고 실패의 가치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말한 바 있다. 앞서 언급한 실제 실패를 성공적으로 자산화한 사례의 공통점 또한 ‘누가 실패했는가’보다 ‘왜 실패했는가’에 집중해 실패가 반복되지 않도록 한다는 것이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말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의 현실은 그렇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실패한 자의 자산을 활용하기에 앞서 책임을 물어 내몰기 바빴다. 이에 따라 실패의 지혜는 자산화되기보다 쉬쉬해야 할 비밀처럼·묻히기 일쑤였다. 잊을 만하면 등장하는 포털의 고객 정보 유출 사건, 통신사들의 불통 대란, 우리은행의 전산 오류, 삼성증권의 배당 사고에 이르기까지…. 지금도 우리는 수많은 사례들과 만나고 있다.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우리의 선택이 속 시원한 일벌백계 하나가 돼서는 안 된다는 점은 분명하다. 실패가 반복되지 않고 더 나은 도약의 밑거름이 될 수 있도록 우리 사회에도 실패의 지혜를 갖춘 ‘텐징 노르게이’가 나올 수 있도록 사회적 인식의 대전환을 제안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