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비즈니스=김정우 기자] 한화그룹이 대대적인 경영 쇄신안을 발표하고 변신에 나섰다. 한화그룹은 ‘일감 몰아주기’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 한화S&C와 한화시스템을 합병하기로 했다.
동시에 그룹 중심 경영의 상징인 경영기획실을 전격 해체하기로 결정했다. 계열사의 책임 경영을 강화한다는 취지에서다. 특히 한화그룹은 투명 경영과 사회적 책임을 완수하기 위해 향후 일감 몰아주기를 완전히 해소겠다는 목표를 제시해 앞으로의 행보도 주목된다.
◆합병 법인 한화시스템 8월 출범
한화그룹이 5월 31일 발표한 경영 쇄신안은 일감 몰아주기 해소와 계열사 책임 경영 강화에 초점이 맞춰졌다.
우선 이날 한화S&C와 한화시스템은 각각 이사회를 개최하고 두 회사 간 합병을 의결해 공정거래위원회의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에서 벗어나게 됐다.
앞서 한화그룹은 지난해 7월 일감 몰아주기 해소 차원에서 한화S&C를 물적분할 방식으로 에이치솔루션(존속법인)과 한화S&C(신설법인)로 나눈 바 있다.
이후 에이치솔루션은 한화S&C의 지분 44.6%를 스틱인베스트먼트 등 등 재무적 투자자들에 매각했다. 하지만 공정위는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에이치솔루션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세 아들이 지분 100%를 보유한 상황이다.
따라서 여전히 총수 일가 회사가 한화S&C의 지분을 50% 이상 보유했다는 점에서 ‘꼼수’라는 비판이 나왔다. 하지만 이번 한화S&C와 한화시스템 합병을 통해 이를 사실상 해소했다.
합병 법인은 ‘한화시스템’이라는 이름으로 올해 8월 출범하는데 합병 후 지분율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52.9%, 에이치솔루션 26.1%, 스틱컨소시엄 21.0% 등이다. 합병이 완료되면 에이치솔루션은 보유 지분 11.6%를 스틱컨소시엄에 매각할 예정인데, 그러면 지분율은 14.5%로 낮아진다.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자산 5조원 이상 대기업집단 총수 일가의 지분이 20%를 넘는 비상장사는 내부 거래 금액이 200억원을 넘거나 연매출의 12% 이상이면 공정위의 규제 대상이 된다. 한화S&C의 매출액은 지난해 기준 약 1070억원인데, 전체 매출의 약 70% 정도가 내부거래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이번 결정으로 합병 회사에 대한 에이치솔루션 지분율이 10%대로 떨어지면 공정위 규제를 적용받지 않는다”며 “에이치솔루션은 단계적으로 지분을 줄여나가 합병 법인에 대한 보유 지분 전량을 해소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뿐만 아니라 합병을 통한 시너지도 예상된다. 한화S&C는 정보기술(IT) 컨설팅, 시스템·네트워크 통합 등에 강점을 가진 정보 서비스 사업에 특화된 기업이다. 한화시스템은 레이더 등 방위 전자 사업이 주력이다.
새롭게 출범하는 한화시스템은 이런 양 사가 합쳐진 만큼 방산과 IT 서비스 영역을 아우르는 글로벌 선도 솔루션 사업자로서의 성장이 기대되고 있다.
◆주주 권익 위해 담당 사외이사 도입
이와 함께 한화그룹은 계열사 중심의 책임 경영과 주주 권익 보호를 위한 대책도 내놓았다. 특히 책임 경영을 강화하기 위해 기존의 그룹 경영기획실을 해체하는 것이 눈에 띈다.
삼성그룹이 미래전략실을 해체하는 등 국내 주요 그룹이 전문 경영인과 이사회 중심의 의사결정 구조를 지향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한 조치로 분석된다. 이에 따라 최상위 지배회사인 (주)한화가 이제부터 그룹을 대표하는 기능을 수행하게 됐다.
또한 그룹 단위 조직으로는 그룹 차원의 대외 소통 강화를 위한 커뮤니케이션위원회와 준법 경영 강화를 위한 컴플라이언스위원회를 신설한다.
커뮤니케이션위원회는 커뮤니케이션 관련 임원들로 구성되고 그룹 브랜드와 대내외 커뮤니케이션, 사회공헌(CSR), 대외협력 기능 등에 관해 정책적 방향을 제시하고 집행하게 된다.
컴플라이언스위원회는 그룹 차원의 준법 경영을 도모하기 위해 각 계열사들의 관련 업무를 자문·지원한다. 컴플라이언스위원회 위원장은 이홍훈 전 대법관이 맡게 될 예정이다.
한화그룹은 경영기획실 해체, 커뮤니케이션위원회와 컴플라이언스위원회 신설·운영을 통해 각 계열사에 대한 합리적인 지원 기능이 보다 강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밖에 한화그룹은 경영 쇄신안에 계열사 이사회 중심 경영과 주주 권익 보호라는 사회적 요구에 부응하기 위한 방안도 담았다. 사외이사의 독립성을 강화하기 위해 그룹 출신 사외이사 임명 대신 개방형 사외이사 추천 제도를 도입해 영입 경로를 다양화할 계획이다.
또한 주주 권익 보호 담당 사외이사 제도도 도입한다. 주주 권익 보호 담당 사외이사는 이사회에 참석해 주주 관점에서 의견을 제시하게 된다. 즉, 주주들의 의사 전달이나 각종 소통 창구 역할을 수행하는 셈이다.
주주 권익 보호 담당 사외이사는 개방형 사외이사 추천 제도를 통해 선임된 사외이사 중에서만 선임할 방침이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경영 쇄신안에 담긴 방안들을 이행하는 과정에서 주주 및 시장과 적극적으로 소통할 것”이라며 “일감 몰아주기를 완전 해소하고 준법 경영과 사회적 책임 완수에 앞장서는 기업으로 도약하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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