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놀로지]
-아마존 고, X무인슈퍼, 타오카페 등 ‘유통+IT’ 혁신에 글로벌 기업 각축
리테일테크, 유통산업의 판도를 바꾼다
[전승우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현재 정보기술(IT) 융·복합이 가장 활발하게 일어나는 분야는 바로 쇼핑이다.

특히 인터넷과 모바일 인프라가 발전하면서 온라인으로 상품을 검색하고 구입하는 비율이 크게 높아졌다.

글로벌 유통산업의 강자로 떠오른 아마존이나 알리바바 등은 온라인 쇼핑의 폭발적 성장세에 힘입어 거대 기업으로 부상할 수 있었다.

하지만 오프라인 쇼핑의 영향력 또한 무시할 수 없다. 신선식품이나 패션 등 제품의 유형과 특징에 따라 온라인보다 실제로 보거나 체험하고 구입하는 비율이 여전히 높기 때문이다.

기술의 발전으로 생생한 이미지 등 풍부한 제품 정보를 제공할 수 있게 됐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오프라인 쇼핑을 선호한다.

오프라인 매장을 통해 제품을 살펴본 후 구입은 온라인으로 하는 ‘쇼루밍’이라는 독특한 쇼핑 트렌드도 등장하고 있다.
리테일테크, 유통산업의 판도를 바꾼다
◆IT 결합해 오프라인 쇼핑 혁신

많은 유통 기업들도 오프라인 쇼핑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기업들은 전통적인 오프라인 쇼핑 비즈니스를 답습하는 대신 새로운 시도를 추진하고 있다.

바로 IT를 결합해 오프라인 쇼핑을 새롭게 바꾸는 것이다. 이들은 IT를 기반으로 그간 오프라인 쇼핑의 한계로 지적되던 고질적인 문제점을 개선하는 한편 고객의 편의성과 생산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새로운 비즈니스 전략을 실험하고 있다.

이와 같이 오프라인 쇼핑과 IT의 융·복합을 지칭하는 말이 소매를 뜻하는 리테일(retail)과 기술(technology)을 합성한 리테일테크(retailtech)다.

제품을 오프라인으로 판매한다는 개념 자체는 기존과 동일하지만 상품 수요 파악, 재고 관리, 배치, 판매·결제, 배송 등 쇼핑 비즈니스 전반에 걸쳐 첨단 IT를 접목하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 온라인은 물론 오프라인 쇼핑 전반에 걸쳐 모바일, 빅데이터 분석,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등 각종 IT가 적용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런 추세가 지속되면서 미래에는 유통 기업의 핵심 역량에서 IT가 차지하는 비율이 더욱 높아질 것이라는 주장도 등장하고 있다.

리테일테크가 각광받게 된 배경은 고객들의 취향과 구매 트렌드가 빠르게 변화했기 때문이다.

과거와 달리 이제 고객은 제품의 선택과 구매 과정에서 능동적 주체로 떠오르고 있다. 기업이 대량으로 제품을 제조하면 매장에서 수동적으로 구입하던 과거와 달리 고객들의 취향이 매우 세분화되고 있고 각종 정보를 꼼꼼하게 파악하고 구매를 결정하는 등 쇼핑 행태도 한층 다양해지고 있다.

게다가 인터넷과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중심의 제품 사용 후기 공유가 판매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 때문에 많은 유통 기업들은 과거와 동일한 판매 방식으로는 고객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어렵다고 인식하게 됐다.
리테일테크, 유통산업의 판도를 바꾼다
◆무인 매장 ‘아마존 고’의 등장

달라진 소비 트렌드에 대응하기 위해 기업들은 첨단 IT를 적극적으로 도입하기 시작했다. 과거 제한적인 역할에 머물렀던 IT는 새로운 기술 등장과 인프라의 발전으로 여러 분야에 적용되고 있다.

시장 세분화, 물류, 재고 관리는 물론 고객의 제품 니즈와 쇼핑 정보 분석, 결제·배송 기술 등 여러 리테일테크가 활발하게 사용되고 있다.

유통산업의 생산성을 개선하기 위해 리테일테크를 활용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유통 비즈니스는 제품의 조달부터 최종 판매에 이르기까지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한다.

이 과정에서 시간과 노동력 등 많은 자원이 소요됐고 각 단계별 체계적 관리 역시 쉽지 않았다.

이전에는 IT가 제한적으로 도입됐고 그 역할도 한정적이었다면 새롭게 등장하는 리테일테크는 유통산업 전반에 걸쳐 과거 비효율적 요인들을 빠르게 제거하고 생산성 개선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다수 글로벌 유통 기업을 중심으로 리테일테크를 비즈니스에 적용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강점인 IT를 접목한 새로운 오프라인 쇼핑 실험을 거듭하면서 기존 유통 기업들의 아성에 도전하고 있다.

대표적 사례가 바로 아마존의 무인 매장 ‘아마존 고(Amazon Go)’다. 아마존 고에서는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고른 후 계산 과정 없이 바로 나갈 수 있다. 계산이 끝날 때까지 줄을 서며 기다리던 풍경이 사라진 것이다. 매장에 설치된 카메라와 센서가 고객과 물건의 위치와 이동 상황을 실시간으로 인식하고 AI 시스템이 수집한 상황 정보를 분석해 고객이 매장을 나가는 순간 바로 결제를 처리한다. 제품 구매 과정이 신속하게 이뤄지면서 고객들이 통상적 오프라인 쇼핑에서 느꼈던 불편함이 최소화될 수 있는 것이다.

중국에서도 다수 전자 상거래 기업들이 리테일테크를 무기로 오프라인 쇼핑 혁신에 뛰어들고 있다. 징둥은 아마존 고와 같이 점원의 개입 없이 제품의 선택과 결제가 신속하게 이뤄지는 ‘X무인슈퍼’라는 실험 매장을 선보였다. X무인슈퍼에서는 제품에 전자 태그(RFID)를 적용해 제품의 특징과 가격·원산지 등 여러 정보들을 제공한다. 또한 사전에 정보를 등록한 고객이 감지 카메라를 바라보면 바로 출입과 결제가 이뤄질 수 있도록 안면 인식 시스템을 구축해 고객들의 제품 구매 시간을 최소화했다.

알리바바 역시 리테일테크의 잠재력에 주목해 신선식품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허마셴성’을 열었다.

허마셴성에서는 고객들이 판매 공간에 부착된 QR코드로 제품 관련 정보를 확인할 수 있고 현금 대신 알리바바의 자체 결제 수단인 알리페이로 가격을 지불한다.

또한 매장 자동화 기술을 기반으로 매장에서 3km 이내 거주 고객들에게 30분 이내에 배송할 수 있는 서비스를 시행해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

알리바바는 또한 아마존 고나 X무인슈퍼와 같은 무인 편의점 ‘타오카페’를 개장하는 등 리테일테크를 활용한 오프라인 쇼핑 경쟁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의 주요 격전지

다수 전문가들은 미래 리테일테크의 성장성을 긍정적으로 바라본다. 지금보다 훨씬 많은 기술이 유통과 접목될 여지가 크기 때문이다.

첨단 IT의 등장과 확산 속도가 유례없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리테일테크 수준 역시 현재를 뛰어넘을 가능성이 높다.

고객을 안내하거나 음식을 제조·배송하는 로봇, 음성으로 주문·결제가 편리하게 이뤄지는 AI 서비스 등 유통 비즈니스 혁신 아이디어는 무궁무진하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리테일테크를 다방면으로 적용하는 사례가 더욱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리테일테크는 유통산업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 아마존 등 유통 신흥 강자들의 거센 추격에 맞서기 위해 월마트 등 기존 유통 기업들도 이들에 버금가는 수준의 IT 투자에 나서고 있다.

과거 대부분의 유통 기업들이 입지 선정과 충성 고객 확보에 주력했다면 향후에는 IT 역량을 확보하고 이를 토대로 자사 비즈니스를 혁신하는 활동에 매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뿐만 아니라 첨단 기술 역량을 보유한 다수 IT 기업들 역시 최근 리테일테크의 부상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유통산업은 다가오는 4차 산업혁명의 주요 격전지가 될 전망이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리테일테크의 트렌드와 잠재력을 주시하고 리테일테크와 주력 비즈니스 간 시너지 창출을 위한 미래 청사진을 그리는 것이 미래 유통산업에 도전하는 많은 기업들의 주요 과제로 부상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