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전략]
-‘고객 4.0 시대’ 매크로 밸류 마케팅으로 고객 감동을 창조하라
애플이 ‘애플빠’를 만드는 방법
(사진)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7월 27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열린 ‘주요 기업인과의 호프 미팅’에서 손경식(오른쪽부터) CJ그룹 회장, 구본준 LG 부회장, 함영준 오뚜기 회장과 담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경비즈니스 칼럼=전창록 IGM 세계경영연구원 교수] 지난해 7월 문재인 대통령이 기업의 기를 살리겠다며 주요 기업인을 청와대로 초청해 ‘호프 미팅’을 열었다. 당시 이날 행사 장면을 담은 한 장의 사진이 큰 화제를 모았다.

손경식 CJ그룹 회장, 구본준 LG 부회장 등 한국의 내로라하는 대기업 총수들이 문 대통령과 담화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 사진에서 단연 눈에 띄는 이는 문 대통령의 바로 옆에 자리한 함영준 오뚜기 회장이다.

지난해 봄부터 인터넷에는 오뚜기와 관련한 미담이 돌았다. ‘상속세를 다 납부했다더라’, ‘대형마트 파견 직원들도 정규직이라더라’, ‘제품의 가성비가 좋다’ 등의 내용이었다.

미담은 한 소비자의 경험담이 발단이 됐다. 오뚜기 라면을 구매한 이 소비자는 액상 스프가 터져 있는 것을 보고 회사 측에 불만을 제기했다. 오뚜기는 해당 고객의 불만에 대해 라면 20개와 정중한 사과 편지를 보내왔다.

여기에 감동받은 소비자는 관련 글과 사진 등을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에 올려 화제가 됐다. 이 글을 공유한 또 다른 네티즌의 퍼온 글만 조회 수 4000개 이상을 기록하며 관심을 받을 정도였다.

이후 미담을 접한 소비자들이 오뚜기의 다른 사연을 찾고 찾으면서 좋은 얘기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됐다. 오뚜기는 ‘갓뚜기’가 되고 결국 청와대 호프 미팅에 초청받아 문 대통령 바로 옆에서 얘기하게 된 것이 사진의 뒷이야기다.

이 이야기의 메시지는 무엇일까. 첫째, 이제는 고객의 힘이 세졌다는 것이다. 초연결성 시대가 되면서 고객 한 명 한 명이 세상과 연결돼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시대라는 뜻이다. 더 이상 예전의 힘없고 고립된 고객은 없다.

둘째, 이렇게 강해진 고객을 움직이는 힘은 감동이라는 것이다. 영국의 신경학자 도널드 브라이언 칸은 “이성은 결론을 낳지만 감성은 행동을 낳는다”고 했다. 감동한 고객만이 공유하고 추천하는 시대다.

셋째, 감동은 점염성이 강하다는 것이다. 자신의 감동 스토리는 SNS에서 다른 사람을 감동시키고 결국 세상을 감동시킨다. 연결된 고객을 움직이는 힘은 진정성에 기반한 감동밖에 없다.

◆‘진실의 순간’을 정확히 파악하라

감동의 창조와 관련해 고객의 기대가 없을 때 작은 가치의 제공을 통해 ‘서프라이즈’를 만드는 마이크로 밸류 마케팅이 있다. 그 기대를 훌쩍 뛰어넘는 큰 가치의 제공을 통해 ‘초감동’을 만드는 매크로 밸류 마케팅도 존재한다.

매크로 밸류 마케팅은 고객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순간과 본질적 가치 경쟁의 순간에 고객의 기대를 훨씬 뛰어넘는 ‘초감동’의 가치, 즉 맥시멈 가치를 전달함으로써 고객을 감동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매크로 밸류 마케팅은 마이크로 밸류 마케팅에 비해 훨씬 어렵다. 왜냐하면 많은 고객이 기대하고 있고 이미 경쟁사들이 치열하게 경쟁하는 바로 그 순간, 그 영역이기 때문이다. 완전히 새로운 관점과 시각을 가지고 찾아야 하기 때문에 훨씬 어렵고 험난한 여정이다.

하지만 그 여정에서 성공하는 회사들은 예외 없이 그 보상으로 ‘위대한 기업’이 됐고 고객들은 그 브랜드를 화인(火印)과도 같은 러브마크로 인식하게 되는 것이다.

매크로 밸류 마케팅의 첫째 과제는 그 상품과 서비스에 대해 고객이 생각하는 ‘진실의 순간’을 찾는 것이다. 진실의 순간은 원래 스페인 투우에서 소의 목에 마지막 칼을 찔러 넣는 순간을 의미한다. 삶과 죽음이 결정되는 결정적 순간이 바로 진실의 순간이다.

이 진실의 순간을 마케팅에서는 제품에 대한 구매, 더 나아가 브랜드에 대한 고객의 태도가 결정되는 순간이라고 한다. 만일 고객의 인식 속에 우리 브랜드나 제품의 속성과 관련해 진실의 순간이 없다면 고객의 인식 속에 우리 브랜드만의 진실의 순간을 만들어야 한다.

서울 가로수길에 한 브랜드의 첫째 한국 내 공식 매장이 1월 오픈했다. 오픈 당일 특별한 선물이나 이벤트가 없음에도 많은 소비자가 밤새워 줄을 섰고 첫 입장 고객은 19시간을 기다려 들어갔다.

전 세계에서 팬이 가장 많은 브랜드, 보석 브랜드 티파니의 평당 매출보다 두 배 이상을 파는 전 세계에서 소매를 가장 잘하는 브랜드, 시가총액이 5월 7일 기준 사상 최고치인 9450억 달러를 기록했고 곧 인류 기업 역사상 최초로 1조 달러 시총을 눈앞에 둔 브랜드. 바로 애플이다. 무엇이 애플을 특별하게 만들었을까.
애플이 ‘애플빠’를 만드는 방법
(사진) 1월 25일 열린 애플스토어 가로수길점 프리뷰 행사에서 참가자들이 제품을 체험하고 있다. /연합뉴스

애플의 최고경영자(CEO)였던 고(故) 스티브 잡스는 “우리 모두는 우주에 흔적을 하나 파놓으려고 이 세상에 왔다. 그게 아니라면 다른 어떤 이유가 있단 말인가”라고 말했다. 잡스 전 CEO의 말대로 애플은 진실의 순간에 정말 완전한 경험의 우주 하나를 만들었다.

브라이언 솔리스 알티미터그룹 수석 애널리스트는 ‘무엇이 비즈니스의 미래인가’라는 책에서 고객의 경험과 관련해 ‘4번의 진실의 순간’이 있다고 얘기한다. 첫째는 웹에서 제품을 검색하는 순간이고 둘째는 매장에서 제품을 보고 첫인상을 형성하는 순간이다. 셋째는 상품을 만지고 냄새 맡고 느끼고 때로는 맛보는 순간이며 마지막은 타인과 경험을 공유하는 순간이다.

애플은 넷째와 첫째를 루프처럼 연결하면서 세 번의 진실의 순간을 만들었고 이 각각의 순간에 경쟁자를 압도하는, 아니 차원을 달리하는 감동을 창출했다. 이것이 소비자의 마음속에 애플을 러브마크로 만들었다.

애플이 아이패드를 마케팅할 당시로 돌아가 보자. 애플은 2014년 소비자가 처음으로 아이패드를 만나는 첫째 진실의 순간에 제품의 스펙이나 가격을 나열하기보다 이런 질문을 던졌다. “어떤 시를 쓸래?(What will your verse be?)” 동시에 많은 사람이 애플의 아이패드로 만든 경험을 공유하게 했다. 관점을 완전히 바꿔 버린 것이다.

제조사 관점의 스펙과 가격 얘기가 아닌 소비자 관점의 활용의 얘기, 너의 얘기를 물은 것이다. 이것이 애플의 첫째 진실의 순간이다.

둘째 진실의 순간은 매장에서 고객이 아이패드를 대면하는 순간이다. 애플 매장에는 그들의 제품만큼이나 세밀한 디테일이 숨어 있다. 애플스토어에 전시된 아이패드 화면의 각도는 고객의 시선에 맞춰진다. 고객이 제품을 만지는 순간 그 제품은 인터넷에 완벽히 연결되고 주소록과 사진함, 동영상 등 모든 것이 꽉 차 있어 친구의 제품을 잠시 보는 것처럼 계속 탐험하게 만든다.

매장 안은 심플함과 청결함으로 가득 차 단 하나의 얼룩이나 집중을 방해하는 요소가 없다. 고객은 기다림 없이 그 자리에서 바로 결제할 수 있고 주변에는 판매가 아닌 고객에게 솔루션을 주기 위한 직원이 항상 대기 중이다. 이 매장에서 주인은 바로 고객이다. 고객 스스로 최적의 경험을 할 수 있게 설계돼 있다. 고객 경험 중심의 매장 그것이 애플의 매장이다.

◆‘언패킹의 마법’ 실현한 애플

셋째 진실의 순간은 구매 후 고객이 집으로 제품을 가져와 처음으로 포장을 여는 언패킹의 과정이다. 유튜브에 애플의 언패킹 동영상이 약 780만 개가 올라와 있을 정도로 애플은 고객의 언패킹 경험을 완전히 바꿔 놓았다.

이 경험의 변화가 얼마나 지난한 과정이었는지는 포천의 애덤 라신스키 정보기술(IT) 선임기자가 ‘인사이드 애플’이라는 책에서 패키징 디자이너를 인터뷰한 글을 보면 알 수 있다.

“패키징 디자이너가 몇 달 동안 작업실에서 했던 일은 상자 윗부분의 보이지 않는 스티커의 어느 지점을 소비자가 잡는 게 좋은지를 표시해 주는 탭을 만들고 시험하는 일이었다. 작업실은 수백 개의 상자와 무수한 화살표와 탭으로 가득 차 있었다.”

애플 전까지 언패킹은 그냥 제품 박스를 뜯는 과정이었다. 애플은 이 번거롭고 귀찮기만 한 과정을 경이와 감동으로 가득 찬 과정으로 만들었다. 수많은 언패킹 동영상을 소비자들이 유튜브에 올리게 만든 이유이자 언패킹과 관련 ‘비포(Before) 애플’, ‘애프터(After) 애플’이 있다고 말하는 이유다.

이 세 번의 진실의 순간에 애플은 제조사 관점의 제품 판매가 아닌 고객 관점의 경험을 판매함으로써 위대한 경험의 우주를 창조했고 경쟁사를 저만치 따돌린 위대한 브랜드가 됐다.

매크로 밸류 마케팅은 어렵다. 모든 브랜드가 가장 노력을 기울이는 그 지점에서 차이를 극대화하는 것이기 때문에 힘들고 지속할 수 있을지 두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