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 진정성 있는 콘텐츠로 팬들과 소통…소셜 미디어로 국경 넘어
‘빌보드 차트 1위’ 방탄소년단의 성공 법칙
[한경비즈니스=김영은 기자] “세계 최고의 보이밴드.” 5월 21일 열린 ‘2018 빌보드 뮤직 어워드’에서 사회를 맡은 켈리 클락슨이 방탄소년단을 소개하며 한 말이다.

방탄소년단을 소개하면서 인종이나 국경, ‘케이팝’이라는 부가 설명이 필요 없었다. 세계 최고라는 표현만으로도 방탄소년단을 설명하는데 충분했다.


이날 방탄소년단은 2년 연속 ‘톱 소셜 아티스트’ 부문을 수상했다. 방탄소년단이 호명되자 객석은 환호성으로 터질 듯했고 현지 팬들은 한국어로 ‘떼창’을 열창했다.


방탄소년단은 얼마 지나지 않아 또 새 역사를 써내려 갔다. 5월 27일 방탄소년단의 앨범 ‘러브 유어셀프 전 티어(Love Yourself 轉 Tear)’가 미국의 빌보드 200 차트에서 1위를 차지했다.

앨범이 발매된 지 불과 열흘 만의 기록이다. 빌보드 200 차트에서 아시아 가수가 상을 받은 것은 무려 55년 만에 처음이고 한국 가수가 이 차트에서 1위를 차지한 것은 빌보드 78년 역사상 처음이다.

그동안 수많은 케이팝 그룹들이 영어 가사로 된 노래를 들고 미국 시장을 두드렸지만 성과는 크지 않았다.


방탄소년단은 ‘빌보드 200’에서 1위를 거머쥔 주에 타이틀곡 ‘페이크 러브(FAKE LOVE)’로 ‘빌보드 핫 100’에서 10위에 진입해 미국 시장에서 완전한 성공을 이뤄냈다.


방탄소년단은 한국 가수로서도, 전 세계 보이밴드로서도 전례 없던 기록을 만들어 내고 있다.

방탄소년단의 전 노래 ‘DNA’는 뮤직 비디오 조회 수가 4억 뷰가 넘는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방탄소년단 노래 중 1억 뷰가 넘는 곡이 무려 13개다. 모두 합치면 30억 뷰가 넘는다.

온라인에서의 ‘화력’은 오프라인까지 이어진다. 방탄소년단의 북미·유럽 지역의 해외 투어는 예매 시작과 동시에 전석이 매진됐다.


방탄소년단의 해외 진출이 처음부터 장밋빛은 아니었다. 2014년 방탄소년단의 미국 공연을 담은 엠넷 예능 프로그램 ‘방탄소년단의 아메리칸 허슬라이프’에는 본인들의 공연 전단지를 나눠 주던 방탄소년단의 모습이 담겨 있다.

공연 홍보를 위해 직접 전단지를 돌리며 “두유 노 케이팝(Do you know K-pop)”을 외치던 7명의 소년은 어떻게 세계를 정복할 수 있었을까. 그들은 왜 특별한 걸까.


◆성공 요인① 진정성 있는 콘텐츠


‘빌보드 차트 1위’ 방탄소년단의 성공 법칙


“10대와 20대에게 총알처럼 날아오는 편견과 억압을 막아내고 당당하게 우리 음악과 가치를 지켜내겠다.” ‘방탄소년단’이라는 이름에 담긴 의미다.


새로운 길을 개척해 낸 방탄소년단의 무기는 ‘진정성’이었다. 방탄소년단은 데뷔 당시부터 멤버들이 활발하게 작사·작곡·프로듀싱에 참여해 왔다. 멤버들의 제작 참여는 앨범과 곡이 담고 있는 메시지와 차별성을 높였다. 방탄소년단의 초반 앨범이 ‘학교 3부작’이었던 이유도 멤버들 대부분이 학생이었기 때문이다.

방탄소년단을 프로듀싱한 방시혁 PD는 한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그때는 ‘이제 와서 무슨 학생들의 반항을 콘셉트로 들고 나오느냐, 철지난 콘셉트다’라는 비판도 굉장히 많았다. 그렇지만 그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10대의 시선으로 사회를 바라보고 비판한 학교 3부작 이후 출시된 앨범 ‘화양연화’와 ‘윙스’ 등에서는 N포 세대와 열정 페이, 수저 계급론 등 20대 청춘의 이야기를 담았다. 방 PD는 멤버들에게 자유를 주고 자발적인 참여를 이끌어 냈다.

그 결과 방탄소년단의 음악에 공감하고 위로받는 이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결국 방탄소년단의 정체성은 자신들이 성장하면서 느낀 이야기를 음악으로 풀어내는 과정에서 형성된 것이다.

가수가 되기 전 작가가 되고 싶었다는 방탄소년단의 리더 RM은 가사를 ‘데미안(헤르만 헤세)’, ‘꽃(김춘수)’, ‘1Q84(무라카미 하루키)’ 등에서 따오기도 했다. 가사뿐만 아니라 콘셉트 전반에 해당 문학의 서사 구조를 차용해 이야기를 만들어 냈다.


RM은 한 인터뷰에서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와 젊은 친구들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그런데 세계 어디를 가도 젊은 친구들이 공유하는 동시대의 정서가 있더라”고 말했다.

이처럼 방탄소년단 자신들의 내면을 표현한 메시지가 같은 세대를 살아가고 있는 세계 팬들의 마음에 닿았다.

빌보드닷컴은 “대부분의 케이팝 그룹들은 그들의 음악을 정치화하거나 논쟁적인 주제를 다루는 데 주저하지만 방탄소년단은 여러 차례 정신건강·왕따·자살 등 정치와 문화적 문제를 다뤘다. 이런 비전형적인 접근 방식이 미국에서 방탄소년단의 인기를 높였다”고 평가했다.


음악성도 놓치지 않았다. 미국 음악 잡지 ‘롤링스톤’은 “방탄소년단은 유행에서 한 번도 관심을 놓지 않은 것 같다”며 “미국의 현 메인스트림 팝 시장이 갖고 있는 권태감과 우울감에 대한 집착과 비교하면 이 앨범이 주는 전반적인 느낌은 충격적일 정도”라고 평했다. 이처럼 방탄소년단은 ‘힙합 아이돌’이라면 색안경을 끼고 보는 사람들에게도 인정의 박수를 받아냈다.


◆성공 요인② 소셜 미디어의 확산력

‘빌보드 차트 1위’ 방탄소년단의 성공 법칙

(사진) 방탄소년단 유튜브 영상 조회수가 가장 높은 국가는 미국이다.(2018년 1월~2018년 6월4일 기준)

“우리는 뉴미디어의 혜택을 많이 받은 그룹입니다. 많은 분들이 (소셜 미디어를 통해) 실시간으로 우리의 가사를 각종 언어로 번역해 주셔서 해외 팬들이 우리에게 더 쉽게 유입될 수 있었습니다.”

리더 RM은 한 기자회견에서 해외 팬덤의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그의 말처럼 방탄소년단과 세계를 이어준 것은 소셜 미디어였다.


방탄소년단 멤버는 모두 국내파다. 심지어 서울 출신도 없다. 멤버들의 출신 지역은 부산·대구·광주·경남·일산·과천이다. 영어가 유창한 멤버 RM의 공부 비법은 어머니가 사다 주신 미국 드라마 ‘프렌즈’ DVD였다. 이들은 어떻게 세계와 소통하고 전례 없는 해외 팬덤을 확보했을까.


방탄소년단의 데뷔 초 다른 이름은 ‘중소 아이돌’이었다. 소속사 영향력이 크지 않다 보니 공중파보다는 음악 케이블 TV 위주로 활동을 펼쳤다. 방탄소년단은 이 같은 공백을 채우기 위해 일찍부터 트위터·유튜브 등 소셜 미디어로 눈을 돌렸다.


방탄소년단은 데뷔 전부터 무대 밖 일상을 소셜 미디어로 공유하고 팬들과 활발하게 소통했다. 그들이 공유하는 모든 일상은 팬들에게 ‘덕질’할 맛나게 하는 ‘떡밥’이 됐다.

이처럼 방탄소년단이 올린 콘텐츠는 그 자체로 확산될 뿐만 아니라 팬들을 통해 재생산됐다. 팬들은 스스로 방탄소년단의 영상을 각국 언어로 번역하거나 재미있는 콘텐츠만 모아 콘텐츠를 재가공했다.

팬들이 만들어 낸 번역 영상은 방탄소년단이 언어의 장벽을 뛰어넘을 수 있는 디딤돌이 됐다. 책 ‘디스 이즈(This is) 방탄 DNA’의 저자 김성철 씨는 “방탄소년단이 막강한 소셜 파워와 글로벌 팬덤에 힘입어 싸이보다 더 지속 가능하고 강력한 케이팝 신화를 쓰고 있다”고 분석했다.


방탄소년단 영상을 가장 많이 본 국가는 미국이다(2018년 1월~6월 4일까지 유튜브 공식 통계). 일본·멕시코·베트남·브라질·인도네시아·필리핀이 그 뒤를 잇고 한국은 8위다. 방탄소년단이 글로벌 그룹이라는 것을 입증하는 수치다.


방탄소년단의 위력이 가장 잘 나타나는 소셜 미디어는 트위터다. 현재 방탄소년단의 트위터 팔로워 수는 1500만 명을 돌파했다. 2018년 기네스북은 방탄소년단을 ‘트위터 최다 활동 남성 그룹’ 부문에 등재하기까지 했다.

신희정 트위터 이사는 “트위터의 좋아요·리트윗·해시태그 모두 방탄소년단이 1위”라며 “멤버들 자체가 데뷔 초부터 트위터의 영향력이 크다고 인터뷰했을 만큼 트위터를 잘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성공 요인③ 글로벌 팬덤의 화력
‘빌보드 차트 1위’ 방탄소년단의 성공 법칙
(사진) 해외 팬들이 '2018 빌보드 뮤직 어워드' 레드카펫 행사에 참석하는 방탄소년단을 기다리고 있다. / 연합뉴스

방탄소년단은 팬과 함께 성장했다. 과거 팬들이 일방적인 수용자였다면 지금은 팬들이 아이돌의 성장을 적극적으로 돕는 ‘조력자’다.


그들의 공식 팬클럽 ‘아미(ARMY)’는 방탄소년단의 든든한 지원군이 됐다. 문재인 대통령도 축전을 통해 아미를 일곱 소년들의 ‘날개’라고 지칭했다.


아미에게 방탄소년단이 특별한 이유는 그들이 멀리서 반짝이는 스타가 아니라 서로 건전한 메시지를 주고받는 관계이기 때문이다. 방탄소년단은 데뷔 초부터 소셜 미디어를 통해 팬들과 소통했다. 연습, 녹음 과정, 평범한 일상을 팬들과 공유했다.

팬들은 대형 기획사의 자본 없이 밑바닥부터 올라온 이들의 ‘피땀눈물’을 함께 지켜봤다. 방탄소년단과 아미가 끈끈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방탄소년단은 소셜 미디어뿐만 아니라 가사를 통해 팬들에게 진심을 전달했다. 꿈이 없어도 괜찮다는 위로를 전하고 스스로를 사랑하라는 메시지를 던지고 각종 사회 캠페인에 참여하며 사회적으로 옳은 일에 대한 모범을 보였다.

여성 혐오 가사(‘남자는 담배, 여자는 바람 필 때’)로 논란이 됐을 때는 여성학 교수에게 조언을 구하고 여성학 책을 읽으며 진심으로 반성하는 모습을 보였다. 방탄소년단은 “편지를 제외한 모든 선물을 받지 않겠다”며 ‘조공(팬들의 값비싼 선물)’도 거절했다.


각종 구설이나 열애설이 없다는 것도 팬들이 신뢰할 수 있는 이유가 됐다. 방탄소년단은 음악에서 자유를 얻는 대신 사생활은 스스로 엄격하게 통제했다.


출판사 마케터로 일하고 있는 아미 이진성(26) 씨는 “팬들은 진정성 있게 다가오는 방탄소년단에게 선한 영향력을 받고 있다”며 “팬덤이 강력한 만큼 내부에서 건전한 팬 문화를 만들기 위해 많은 자정 활동이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방탄소년단이 영향을 받았다고 알려진 문학 작품은 판매량이 급증하기도 한다. 어슐러 르 귄의 ‘바람의 열두 방향’은 2014년 나온 개정판이 2쇄에 머물러 있다가 순식간에 6쇄를 찍기도 했다.

새 앨범 ‘러브 유어셀프 전 티어(Love Yourself 轉 Tear)’의 모티브가 된 책 ‘닥터 도티의 삶을 바꾸는 마술가게(원제 Into the Magic Shop)’는 온라인 서점 알라딘 주간 판매 1위에 등극했다. 또한 티저 영상이 노출된 후 판매량이 전주에 비해 510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방탄소년단과 끈끈한 응집력을 보이는 건 국내 팬뿐만이 아니다. 아이돌을 열성적으로 응원하는 국내 팬덤 문화가 방탄소년단의 해외 팬까지도 점염시켰다.


방탄소년단과 싸이의 가장 큰 차이점으로 꼽히는 요인도 ‘팬덤’이다. 방탄소년단이 해외에서 성공을 거두기 전 싸이는 ‘강남스타일’을 통해 한국어 가사로 된 노래를 불러도 글로벌 톱스타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외국인들은 “오빤 강남스타일”을 외치며 말춤을 췄지만 그 이상 지속적인 열풍은 불지 않았다. 팬덤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방탄소년단에게는 전 세계에 퍼져 있는 아미가 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방탄의 인기를 일회적인 돌풍으로 보지 않는다.


홍석경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아미가 놀라운 것은 한류의 팬덤 문화를 전 세계적으로 복제한 것”이라며 “한국 아이돌 팬덤 특유의 조직력으로 화력을 쏟아줄 수 있고 한국식 인간관계와 사회성이 글로벌 팬덤에게 체계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박스기사] 방탄소년단 경제적 가치 1조6000억원…SM 뛰어넘는다
‘빌보드 차트 1위’ 방탄소년단의 성공 법칙

(사진) 넷마블이 BTS IP(지식재산권)로 출시하는 게임 'BTS월드'. / 넷마블 제공

업계에서 방탄소년단의 경제적 가치를 추산하고 나섰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방탄소년단의 가치가 ‘강남스타일’을 앞지를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방탄소년단의 열기가 ‘강남스타일’과 달리 단기간에 식지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방탄소년단은 소속사인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이하 빅히트)의 매출 변화를 이끌어 냈다. 빅히트 소속 가수는 ‘방탄소년단’과 ‘이현’뿐이다.

빅히트의 매출 대부분은 당연히 방탄소년단에게서 발생한다. 2017년 빅히트의 매출은 600억원대로 알려졌다. 2016년의 355억원보다 두 배 가까이 성장한 규모다.

영업이익 325억원, 순이익 246억원으로 이익만 놓고 보면 기존의 빅3 기획사인 SM엔터테인먼트(207억원)·YG엔터테인먼트(319억원)·JYP엔터테인먼트(138억원)를 모두 제쳤다. 4월엔 게임 회사인 넷마블이 방탄소년단의 소속사 지분 4분의 1을 2000억원에 인수했다.

시장에선 이미 빅히트의 가치를 8000억원으로 보고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건 작년 실적에 불과하다.


현재 증권가에서는 빅히트의 가치가 이미 1조원을 훌쩍 넘어섰고 빅히트가 증시에 상장되면 시가총액 1조6000억원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방탄소년단의 경제적 가치는 지식재산권(IP) 사업으로의 확장이 폭발적인 만큼 앞으로 성장 가능성이 더 높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kye021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