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재편기 투자전략①] 양기인 신한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
-"반도체 슈퍼 호황, 내년 1분기까지 유지”
"남북 경협은 또 하나의 신흥시장 열리는 것”
[한경비즈니스=이정흔 기자] 미 중앙은행(Fed)은 6월 13일 정례 회의를 마친 후 기준금리를 1.75~2.00%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미 기준금리 상단이 2%대에 진입한 것은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10년 만이다. 올해 금리 인상 전망 횟수도 총 네 차례로 상향 조정했다.

미국의 금리 인상 속도가 빨라지면서 세계 금융시장에 미치는 파장 역시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당장 ‘신흥국 6월 위기설’이 현실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위기설에 불을 지피는 요인은 이것뿐만이 아니다. 지속되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 이탈리아 정치 불안에 따른 유로존 붕괴 공포 등 변수가 혼재돼 있다.

이럴 때일수록 정확하고 깊이 있는 분석을 바탕으로 투자 전략을 제시해 줄 길잡이의 역할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한경비즈니스는 국내 대표적인 증권사들의 리서치센터장들과 릴레이 인터뷰를 준비했다. 첫 순서로 양기인 신한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으로부터 ‘하반기 투자 전략’을 들었다.

◆“위기설, 지금은 아니다”

양 센터장은 먼저 최근 불거지고 있는 위기설과 관련해 “지금은 아니다”고 일축했다. 현재 위기설의 진원지로 일컬어지는 이른바 이탈리아·터키 그리고 PIGS(포르투갈·아일랜드·그리스·스페인) 국가들은 말하자면 ‘만년 문제 국가’다. 더구나 국내의 외화보유액 등만 해도 과거의 금융 위기 때와 비교해 보면 그 양상이 매우 다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5월 한국의 외화보유액은 3948억 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양 센터장은 “국내 증시는 기업 이익이 계속 증가하고 있는데다 저평가 매력도 있어 10~15% 추가 상승 여력이 있다”며 “하반기 코스피지수는 2350~2800 사이에서 등락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이 5월 발표한 ‘2017년 기업 경영 분석’에 따르면 국내 기업들(자산 120억원 이상 외부감사 대상 비금융 기업 2만3145개)의 매출액 영업이익률은 7.4%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중 반도체 수출 증가에 힘입어 기계·전기전자(연매출 증가율 2016년 마이너스 1.8%→2017년 18.6%)의 매출이 크게 뛰었다. 특히 반도체 제조 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매출 합산액은 전체 기업의 11.4%, 제조업의 13.3%를 차지하며 ‘위력’을 증명했다.

양 센터장은 “2019년 1분기까지 반도체 슈퍼 호황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 1분기 반도체 수출 증가율은 45.9%로 전체 수출 증가를 견인했다. 반도체 이익 추정치 흐름도 양호하다. 유가증권시장의 연초 이후 12개월 선행 주당순이익(EPS)이 3% 감소한데 비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각각 4.6%, 14.7% 증가했다. 이익 증가세와 대비해 주가 상승률은 1.3 수준에 불과해 저평가 매력이 크다.

◆경협, 밑그림 먼저 나와야

주주 친화 정책의 강화, 남북 해빙 무드, 제4차 산업혁명 등 최근 주식시장에는 국내외를 막론하고 투자 환경에 급격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양 센터장은 이 중에서도 2018년 하반기 투자 전략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이슈로 ‘남북 해빙 무드’를 꼽았다.

양 센터장은 “북한의 지정학적 위험이 완화되면서 한국 5년 신용 부도 스와프(CDS) 프리미엄은 40bp(1bp=0.01%포인트) 수준에서 안정화될 것”이라며 “최근 신흥국 위기 논란에도 불구하고 한국 증시가 상대적으로 양호할 수 있었던 이유”라고 설명했다. CDS 프리미엄은 한국 정부가 외국에서 발행하는 외화표시채권에 대한 부도 보험료를 뜻한다. 이 수치가 높으면 해당 국가나 기업의 부도 위험이 높다는 의미다. CDS 프리미엄 40bp대는 2016년 9월 역대 최저 수준인 39.47bp와도 큰 차이가 없는 수준이다.

중·장기적 관점에서 북한 개발과 경제협력에 따른 기대감이 매우 크다. 남북 경협이 본격화되면 실물 수요의 증가에 따라 ‘인프라 투자 관련 업종’의 추가 상승을 기대해 볼 수 있다. 그는 “남북 경협은 한국과 가장 가까운 지역에 또 하나의 신흥 시장이 열린다는 점에서 잠재력이 매우 크다”며 “향후 남북 경협주의 상승 추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러시아 가스관과 유라시아 철도 연결 등을 주목해야 할 프로젝트로 꼽았다.

다만 현재 관심을 모으고 있는 남북경협주는 ‘테마주’에 가깝다는 게 그의 경고다. 6·12 북·미 정상회담 이후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가 철회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북한의 단계별 비핵화 추진이 실행된 이후에야 논의가 가능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9월 예정된 유엔 총회를 계기로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될 것이라는 예측이다.

양 센터장은 “남북 경협에 대한 구체적인 밑그림이 나온 뒤 본격적인 옥석 가리기가 진행될 것”이라며 “아직은 밑그림도 나오지 않은 시기인 만큼 섣불리 남북 테마주라고 뛰어들기보다는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정학적 리스크 완화와 함께 최근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가의 의결권 행사 강화 지침) 도입 등 주주 친화 정책의 강화도 긍정적이다. 국내 증시 디스카운트의 원인 중 가장 큰 부분이 낮은 배당성향과 지배구조의 불투명성이다. 일례로 대만 상장 기업들의 배당수익률이 5% 이상인 것과 비교해 유가증권시장 상장기업들은 2% 초반에 그치고 있다. 신흥국 내에서도 국내 증시가 저평가 받는 이유다.

그는 “대기업을 중심으로 지배구조가 개선되고 스튜어드십 코드 등이 도입되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완화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viva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