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폴 크루그먼의 경고 : 제주포럼 특별 대담]
“한국, 무역전쟁에 취약…역내 교역 강화해야”
/이승재 기자

[한경비즈니스=정채희 기자]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는 그의 무역 전쟁 시나리오에서 한국이 무역 전쟁의 패자에 설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나라일수록 무역 전쟁 발발 시 취약할 수밖에 없다는 게 이유다. 크루그먼 교수는 이날 약 20분에 걸친 강연을 마친 후 박태호 서울대 명예교수(전 통상교섭본부장)와의 대담을 진행하며 미래 전망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눴다.

- 국제 교역량이 상당히 줄어들 것으로 예측했다. 국가들마다 파장이 다를 텐데 어떤가.

"경제 규모가 큰 국가들은 파장이 그리 크지 않을 것이다. 정확한 수치는 다시 조사해야 하겠지만 아마 수입·수출량의 20% 정도가 위축될 것이다.

하지만 한국은 그 수치의 2배가량 피해가 예상된다. 수출 주도의 경제 체계를 갖고 있는 국가들이 (무역 위기에) 취약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무역 전쟁 시 상당히 취약한 국가가 사실은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이다."

-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나.

"역내 교역량이 이런 현상의 완충장치(buffer) 역할을 해줄 것이라고 본다. 지역 내 무역 체계를 통해 충격을 어느 정도 흡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만약 아시아 국가의 지도자라면 역내 연대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무역 전쟁이 벌어져도 충격을 흡수할 수 있도록 말이다.

예컨대 미국과 유럽연합(EU)의 경우 무역 전쟁이 벌어졌을 때 가장 덜 취약한 구조를 갖고 있다. 프랑스가 독일과의 무역 전쟁을 걱정하겠는가.

아시아도 유럽을 모범 삼을 필요가 있다. 물론 지역 블록화는 바람직하지 않지만 최근 다자간 무역 체계가 무너지고 있기 때문에 (생존을 위해) 그렇게 할 수도 있을 것이란 얘기다."

- 중국의 무역정책은 어떻게 평가하는가.

"사실 중국은 지금 세계경제에서 악당이다. 중국은 세계적 무역 시스템의 지속 가능성에 기여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경제 규모에 마땅한) 책임을 다하지 않고 있다.

지식재산권(IP)을 보호하지 않고 있고, 이는 선진국을 갉아먹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따라서 미국이 강경책을 펴 중국에 대응하는 것은 옳다고 본다.

특히 지재권은 제재가 필요하다고 본다. EU·일본·한국 등 다른 선진국들 역시 중국과의 교역에서 동일한 문제를 안고 있다면 마찰이 일어나는 것은 당연하다.

따라서 이들이 연대해 (미국과 같은 보호무역주의 강화 대신) 중국이 교역국으로서 합의된 게임의 규칙을 지키라고 유도해야 한다.

다른 국가들 역시 중국이 규칙을 악용하고 있다고 주장하기 위해서는 게임의 법칙을, 규범을 지킨다는 것을 모범적으로 보여줘야 할 것이다. 특히 미국이 말이다."

- 앞으로 한국과 같은 중견국가들이 교역 거버넌스에서 해야 할 역할이 있다면.

"사실 나는 지금의 이러한 (새로운) 과정을 완전히 이해했다고 보지는 않는다. 최근 북·미 정상회담 이전에 열린 ‘G7’ 회담은 제대로 개최되지도 못했다. 아니 최악이었다.

하지만 앞으로 많은 국가들이 모일수록 (무역 전쟁 완화에) 도움이 될 것이다. 특히 중견국가들이 이 시스템에 참가한다면 도움이 될 것이다. 선진국의 파트너가 중견국이기 때문이다."

poof3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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