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 이쿼녹스·스파크로 하반기 ‘3위 탈환’ 겨냥, 인력 재배치·생산성 제고 등 숙제
‘다시 달리는 한국GM’…5년간 15종 출시
[한경비즈니스=차완용 기자] 경영 정상화에 본격 돌입한 한국GM이 제자리를 찾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최근 미국 제너럴모터스(GM)가 한국GM의 경영 정상화를 위한 출자 전환 등 재무 개선 절차를 마무리 지은데 이어 잇단 신차 출시로 회생의 행보를 잰걸음 중이다.

물론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도 산더미다. 비정규직 처우 개선과 이쿼녹스와 크루즈 차량 가격 책정 문제 등은 한국GM이 풀어야 할 난제다.


◆ 재무 개선 마무리…3조원 출자 전환

일단 한국GM에 가장 급했던 불인 자금 문제는 어느 정도 해결됐다. GM은 6월 12일 한국GM에 빌려줬던 차입금 총 28억 달러(약 3조209억원)를 출자금으로 전환하는 절차를 마무리 지었다.

운영 자금 조달 목적으로 편성된 8630억원의 GM 측 유상증자 이행도 완료됐다. 일단 이 자금은 희망퇴직 위로금과 성과급 미지급분을 지급하는 등 긴급한 경영 정상화 비용으로 쓰일 예정이다.

이 밖에 현재 한국GM은 신차 개발 등에 쓰일 시설 자금 4045억원을 조달하기 위한 KDB산업은행 측 유상증자도 진행 중이다.

이는 KDB산업은행이 올해 중 지원을 약속한 시설 투자 금액 총 7억5000만 달러(8100억원)의 절반에 해당한다. KDB산업은행은 4045억원의 유상증자 납입을 6월 말까지 마치고 나머지 절반은 연내 투자를 완료할 예정이다.

한국GM 관계자는 “GM이 한국GM의 부채를 해소함으로써 한국 사업을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 번 보여준 것”이라며 “앞으로 경영 정상화와 수익성 확보를 위한 노력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GM은 한국GM의 경영 정상화를 위해 5월 18일 KDB산업은행과 기본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서는 GM이 한국GM 차입금 28억 달러(약 3조원)를 전액 출자 전환하고 KDB산업은행과 GM이 향후 10년간 43억5000만 달러(약 4조7000억원)를 신규 투자한다는 게 골자다.

신규 투자액 중 GM은 대출 등을 통해 36억 달러(약 3조9000억원)를 대고 KDB산업은행은 한국GM 지분율(17%)에 맞춰 7억5000만 달러(약 8100억원)를 지원한다.

신규 투자는 모두 의결권이 없는 우선주로 KDB산업은행 지분율이 희석되지 않고 종전과 같은 수준을 유지하게 된다.

이에 따라 KDB산업은행은 한국GM이 경영에 관한 주요 의사결정을 하거나 총자산 20%를 초과해 제삼자에게 매각·양도·취득할 때 비토권(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한국GM은 GM 사태 이후 무너져 내린 내수 시장에서의 소비자 신뢰 회복과 점유율 제고를 위해 필사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전략은 GM이 가지고 있는 최고 인기 차종의 수입 판매와 차종의 다변화다.

북미 시장에서 성공한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인기 모델 ‘이쿼녹스’를 시작으로 대형 SUV ‘트래버스’, 대형 픽업트럭 ‘콜로라도’를 순차적으로 국내에 들여올 예정이다.

이에 따라 한국GM은 경영 정상화 방안 합의 이후 뉴스파크를 포함해 총 4개 차종에 대한 출시 계획을 내놓은 셈이다. 한국GM은 앞으로 5년 동안 국내에서 경쟁력 있는 신차와 상품성을 강화한 기존 모델 15종을 출시할 계획이다.

데일 설리반 한국GM 영업·서비스·마케팅부문 부사장은 “앞으로 5년간 15종의 신차와 상품성 개선 모델을 내놓을 예정”이라며 “국내에서 생산하는 신차는 SUV와 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량(CUV) 등 2종으로, 나머지는 수입 판매차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GM이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차종은 모두 13종이다. 이 중 군산 공장 폐쇄에 따라 크루즈와 올란도는 단종이 예고된 상태다. 여기에 캡티바 역시 이쿼녹스 수입 판매에 따라 생산이 중단된다.

이렇게 되면 전체 판매 차종에서 수입 판매 차종이 차지하는 비율은 현재 35.71%에서 45.45%로 높아진다. 한국GM은 그동안 판매량이 미미했던 스포츠카 ‘카마로’, 친환경차 ‘볼트(Volt)’, ‘볼트 EV’ 등을 수입 판매해 왔다.

이쿼녹스 출시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이쿼녹스는 부산 모터쇼에서 공개 이후 첫 출시 당일 계약에만 200명 이상이 몰려들었다. 설리반 부사장은 “1차 초도 물량은 7월 중 완판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국GM의 1차 초도 물량은 2000~3000대 수준으로 전해졌다.

한국GM은 이쿼녹스와 최근 출시한 스파크 부분 변경 모델 투입으로, 3위 복귀를 기대하고 있다. 한국GM은 군산 공장 폐쇄 결정 이후 회사 출범 이후 처음으로 3월과 4월 국내 완성차 5개사 ‘꼴찌’를 기록했고 지난 1~4월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48.8%나 급감했다.


◆ 무너진 영업망 재건도 과제


여기에 더해 한국GM에는 풀어야 할 문제가 산더미다. 특히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군산 공장 잔여 인력의 전환 배치 등이 시급한 상황이다.

당장 창원 공장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 발등의 불이다. 최근 고용노동부 창원지청은 특별근로감독 결과 한국GM 창원 공장의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 774명이 모두 불법 파견이라고 결정했다.

고용노동부는 7월 3일까지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 전원을 직접 고용하라는 시정 지시서를 창원 공장에 보냈다. 업계에서는 창원 공장의 사내 하청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데 연간 400억원 이상의 추가 인건비가 소요될 것으로 추산했다.

또한 한국GM은 군산 공장 폐쇄 이후 남은 인력 650여 명의 전환 배치 문제도 풀어야 한다. 부평·창원 공장의 다른 생산 라인에 이들을 배치해야 하는 것이다.

문제는 부평·창원 공장에 빈자리가 이들을 전부 수용할 수 있을 만큼 많지 않다는 점이다. 일부는 휴직을 해야 할 수 있다.

한국GM 관계자는 “군산 공장 폐쇄 과정에서 희망퇴직을 시행하면서 다른 공장에 빈자리가 생기긴 했지만 군산 공장의 남은 인력을 모두 수용할 수 있을 정도는 아니다”고 말했다.

한국GM 노사는 더불어민주당 한국GM대책특별위원회와 함께 휴직을 해야 할 인력들에게 실업수당 등을 지원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군산 공장 폐쇄 이후 남은 부평·창원 공장의 생산성 제고도 두고두고 풀어야 할 숙제다. 전 세계 자동차 공장들의 생산성을 비교한 ‘2016년 하버 리포트’는 한국GM 국내 공장들의 생산성 지표를 모두 하위권으로 평가했다.

한국GM 사태를 겪으며 무너진 영업망 재건도 과제다. 한국GM판매노조에 따르면 영업 사원은 최근 1년 새 22% 줄었다.

cw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