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포커스]
-신약 개발 가능성 높이고 리스크 줄이기 위한 전략적 선택
제약사 ‘오픈 이노베이션’ 바람…업계 1·2위도 ‘맞손’
[한경비즈니스=최은석 기자] 제약·바이오업계가 ‘오픈 이노베이션’으로 신약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오픈 이노베이션은 한 기업이 연구·개발(R&D) 중 얻은 아이디어와 기술을 외부에 공개해 기업 간 시너지를 내는 전략을 뜻한다.

글로벌 기업들은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외부의 기술을 공격적으로 사들이고 있다. 국내 기업들도 신약 개발 가능성을 높이고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오픈 이노베이션을 선택하는 추세다.

◆벤처·정부기관·연구소·학교와 협업

유한양행은 최근 10년간 오픈 이노베이션에 약 1500억원을 투자했다. 국내 제약사 중 최고 수준이다.

유한양행은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오스코텍·바이오니어·제넥신·앱클론·파멥신·애드파마·제노스코·네오이뮨텍·이화여대 등에 약 1200억원을 투자하는 등 원천 기술 확보와 파이프라인(신약 후보물질) 확대에 나서고 있다. 2015년에는 미국 항체 신약 개발 전문 회사인 소렌토와 합작 투자회사인 ‘이뮨온시아’를 설립, 면역 항암제 개발에 착수했다.

유한양행은 지난해 개량 신약 전문 기업인 애드파마의 지분을 인수해 최대 주주로 올라서기도 했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오스코텍의 미국 자회사인 제노스코로부터 2015년 기술 도입한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YH25448’에 대한 임상 2상을 올해 안에 완료할 예정”이라며 “오픈 이노베이션의 구체적 성과들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GC녹십자도 바이오벤처에 대한 투자를 이어오고 있다. GC녹십자는 2006년부터 제넥신과 지속형 빈혈 치료제(GX-E2)를 공동 개발 중이다. 양 사는 현재 임상 2상을 진행하고 있다. 레고켐바이오와 함께 개발 중인 항응혈제 ‘GC2107’은 미국 임상 1상을 완료한 상태다.

한미약품은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의 일환으로 라이선스 아웃(기술수출)에 공을 들이고 있다. 상용화 단계의 파이프라인에 대한 글로벌 제약사와의 라이선싱을 통해 신약 개발의 속도를 높이기 위한 선택이다. 스펙트럼·사노피·얀센·이노벤트·아테넥스·알레그로·릴리·제넨텍·아주대 등과 협업 중이다.

동아에스티는 학계 등을 대상으로 한 연구 과제 공모를 통해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고 있다. 연구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국내외 기업과의 협업도 추진 중이다. 올해 초 영국 아스트라제네카와 면역 항암제 공동 연구 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국내 바이오벤처 에이비엘바이오와 면역 항암 기전의 이중 항체 신약 공동 개발, 라이선스 인(기술도입) 계약을 체결했다.

CJ헬스케어는 국내외 벤처를 초청, R&D 정보를 공유하고 제휴 가능성을 타진하는 ‘R&D 오픈 이노베이션 포럼’을 통해 시장성 있는 파이프라인을 도입하고 있다. 2016년 5월 ANRT(현 와이바이오로직스)와 연구 계약을 체결한 이후 면역 항암제를 공동 개발 중이다.

JW중외제약은 C&C신약연구소를 통해 파이프라인을 강화하고 있다. C&C신약연구소는 1992년 JW중외제약과 로슈그룹 산하 주가이제약이 50 대 50 비율로 출자해 설립한 국내 최초 합작 바이오벤처 법인이다. C&C신약연구소는 항암제, 면역질환 치료제, 줄기세포 치료제 등 총 8종의 파이프라인을 보유 중이다.

일동제약은 프로바이오틱스에 ‘마이크로바이옴’ 기술을 접목한 의약품 개발에 나서고 있다. 마이크로바이옴은 인체 미생물의 유전 정보를 일컫는다. 일동제약은 지난해 생명정보 분석 전문 회사인 천랩과 ‘일동-천랩 마이크로바이옴신약연구소(ICM)’를 설립했다.

일동제약은 또한 국내 바이오벤처 올릭스와 황반변성 치료제를, 국립암센터 주관 국가항암신약개발사업단과 표적 항암제 ‘IDX-1197(임상 1상)’을 각각 개발 중이다.

◆유한양행·녹십자, 신약 공동 개발

보령제약도 한국화학연구원으로부터 표적 항암제를 도입하고 국내 바이오벤처 라파스와 치매 치료제 개발에 나서는 등 파이프라인 확보에 공을 들이고 있다. 보령제약은 지난해 가톨릭대 기술지주 1호 자회사인 바이젠셀(현 보령바이젠셀) 지분 52.3%를 확보, 자회사로 편입하기도 했다.

동국제약은 바이오벤처 에스바이오메딕스와 세포 치료제를 공동 개발하고 있고 동화약품은 울산과학기술원과 함께 알츠하이머 치매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SK(주)의 100% 자회사인 SK바이오팜은 지난해 12월 미국 재즈와 공동 개발 중인 수면 장애 치료제 ‘SKL-N05(솔리암페톨)’의 미국 식품의약국(FDA) 신약 승인 신청을 완료한 상태다. SK바이오팜은 올 1월 영국 글라이식스와 희귀 신경계 질환 치료제 개발을 위한 합작 투자 법인을 설립하기도 했다.

최근엔 국내 최대 제약 기업이 의약품 개발을 위해 머리를 맞대 눈길을 끌고 있다. 유한양행과 GC녹십자는 6월 18일 희귀 질환 치료제 등의 공동 R&D를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양 사는 차세대 경구용 고셔병 치료제를 우선 개발하기로 했다.
제약사 ‘오픈 이노베이션’ 바람…업계 1·2위도 ‘맞손’
(사진) 허은철(왼쪽) GC녹십자 사장과 이정희 유한양행 사장은 경기 용인 유한양행 중앙연구소에서 6월 18일 희귀 질환 치료제 공동 연구·개발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이정희 유한양행 사장은 “양 사의 이번 협력은 R&D 분야의 진일보는 물론 ‘누구나 건강할 수 있는 사회’를 지향하는 제약 본업의 뜻을 함께한 본보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허은철 GC녹십자 사장은 “양 사가 각기 다른 R&D 특색을 지니고 있는 만큼 상호 보완 작용의 효과가 클 것”이라며 기대감을 내비쳤다.

choie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