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포커스]
-백화점, 1인 미디어와 협업해 새 판매 채널 구축…대형마트는 전속 크리에이터 선발
2030 파고드는 유통업계 “크리에이터·인플루언서 모십니다”
(사진)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 영플라자 1층의 신개념 화장품 편집숍 ‘라코’.

[한경비즈니스=최은석 기자] 유통업계가 미래 고객인 20~30대 젊은 층을 붙잡기 위해 크리에이터와 인플루언서를 활용한 마케팅에 공을 들이고 있다.

크리에이터는 특정 플랫폼에서 콘텐츠를 생산하고 소통하는 창작자를 뜻한다. 유튜브 등의 동영상 채널에서 영향력 있는 인물은 파워 크리에이터로 통한다.

인플루언서는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등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에서 수많은 팔로워를 보유한 영향력 있는 개인을 칭한다.

◆롯데백화점, SNS 플랫폼 ‘네온’ 오픈

크리에이터·인플루언서 마케팅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백화점업계다.

롯데백화점은 지난 6월 29일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 영플라자 1층에 화장품 편집숍 ‘라코(LACO)’를 선보였다. 라코의 주 타깃 층은 1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이다. 유튜브로 화장법을 찾아보고 좋아하는 유튜버를 팔로우하며 트렌드를 따라가는 세대다.

롯데는 이 타깃 층을 잡기 위해 독특한 시도를 했다. 화장품 매장 내에 동영상을 촬영할 수 있는 스튜디오 시설을 갖추고 전체 매장의 3분의 1을 ‘트레저헌터 존’으로 꾸몄다.

트레저헌터는 뷰티 관련 동영상을 제작하는 크리에이터(1인 미디어)를 관리하는 기획사다. 롯데와 트레저헌터가 계약하고 김이브·양띵·유깻잎 등 유명 인플루언서가 추천하는 화장품을 라코에서 판매한다. 주말에는 뷰티 크리에이터가 정기적으로 스튜디오를 방문해 메이크업 쇼 등의 볼거리를 제공한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유명 뷰티 크리에이터를 만나고 일반 소비자도 매장 내 방송 장비를 활용해 뷰티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색다른 매장”이라고 말했다.

롯데백화점은 지난해 12월 사내 공모를 통해 국내 유통업계 최초로 ‘인플루언서 커머스 프로젝트팀’을 만들기도 했다. 롯데는 7월 9일 인플루언서 패션 브랜드 온라인 플랫폼 ‘네온’을 오픈했다. 인플루언서의 일상을 공유하고 그들의 브랜드 의류나 패션 잡화를 판매하는 채널이다. 월 3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콘텐츠로 키워 나간다는 목표다.

신세계백화점은 신세계 강남점에서 1회성 이벤트로 진행하던 ‘신세계 브랜드 서울’ 행사를 정례화한다.

신세계 브랜드 서울은 SNS를 통해 관심을 받고 있는 인플루언서 브랜드를 백화점 고객에게 소개하는 행사다. 지난해 9월 첫 행사에 주 타깃 고객인 30대는 물론 20·40대 고객까지 몰리면서 목표 대비 2.5배 이상의 매출을 올렸다.

가능성을 확인한 신세계는 이 행사를 매년 5월과 9월 정례화해 인플루언서 브랜드 및 디자이너의 판로 확대의 장으로 만든다는 목표다. 고객에게 인기가 높은 브랜드를 엄선해 편집숍 입점을 추진하는 등 인큐베이팅도 이어 갈 계획이다.

손문국 신세계백화점 상품본부장(부사장)은 “트렌드에 민감하고 자기 개성을 옷을 통해 표현하는 고객을 사로잡기 위해 차별화한 콘텐츠 발굴에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백화점은 SNS 콘텐츠 공모전 ‘더 현대 팬페스트’를 진행 중이다.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 계정에 2만 명 이상의 팔로워를 보유한 개인을 대상으로 하는 ‘인플루언서 부문’과 누구나 공모 가능한 ‘일반인 부문’으로 각각 진행한다. 7월 15일 접수 마감 후 27일 수상자를 발표할 예정이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SNS 콘텐츠가 대세인 트렌드에 발맞춰 콘텐츠 공모전 형식의 마케팅을 기획하게 됐다”며 “콘텐츠를 선별해 마케팅에 적극적으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2030 파고드는 유통업계 “크리에이터·인플루언서 모십니다”
그래픽=송영 기자

◆이마트, ‘크리이마터’ 선발

대형마트와 T커머스(TV홈쇼핑+인터넷 쇼핑), 편의점업계도 크리에이터 마케팅에 합류했다.
이마트는 7월 27일까지 디지털 콘텐츠를 함께 만들어 갈 전속 크리에이터 ‘크리이마터’를 선발한다. 남녀노소 누구나 이마트와 관련된 것이라면 어떤 것이든 주제로 선정해 콘텐츠를 제작, 지원할 수 있다.

이마트는 7월 중 예선을 통해 9명을 선발하고 이들에게 100만원의 영상 제작비를 지원해 본선을 치른 후 크리이마터 3명을 최종 발표할 예정이다. 크리이마터들에게는 전문가용 영상 촬영 장비 세트와 소정의 활동비, 이마트 모델 기회 등의 혜택이 주어진다.

최훈학 이마트 마케팅 담당은 “동영상에 익숙한 이마트의 잠재 고객인 이른바 Z세대(1990년 중반 이후 출생)와 Y세대(1982~2000년생)들에게 이마트 브랜드 이미지를 제고할 수 있는 다양한 이벤트를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신세계TV쇼핑도 일반인 대상 ‘비디오 커머스 콘텐츠 공모전’을 진행하고 있다. 신세계그룹 브랜드의 제품을 소개하는 1분 미만의 상품 소개 영상을 제작해 지원하면 된다. 공모전 결과는 9월 중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발표된다. 대상과 금상 수상자는 12월까지 3개월간 매달 1편의 커머셜 동영상을 제작하는 신세계TV쇼핑 크리에이터로 활동하게 된다.

김상민 신세계TV쇼핑 모바일기획팀장은 “유통과 미디어가 결합한 T커머스 업태의 차별화 경쟁력을 알리고 톡톡 튀는 아이디어를 가진 1인 크리에이터 발굴을 위해 이번 공모전을 기획했다”고 말했다.

편의점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은 지난해부터 일반인 대상 아이디어 제안 프로그램인 ‘CU덕후’를 운영 중이다. 2~3개월에 한번씩 30명의 ‘덕후(특정 분야에 몰두해 전문가 이상의 지식 등을 지닌 사람)’를 모집하며 현재 CU덕후 9기가 활동하고 있다.

CU덕후가 되면 매주 쏟아지는 CU의 신상품을 출시 전 먼저 맛보고 품평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CU덕후 1기로 활동한 박상민(27) 씨는 “생활 속 가장 친근한 공간인 편의점을 소재로 활동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생생한 아이디어를 도출할 수 있다”며 “제안이 실제 상품 개발 및 마케팅 활동에 반영되는 만큼 개인 커리어에도 유익하다”고 말했다.

choie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