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정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 “4차 산업혁명 관련주, 투자 비율 높여라”
[경제 재편기 투자전략③ 박희정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

[한경비즈니스=이정흔 기자] 키움증권은 금융투자업계에서 ‘차별화된 성장 스토리’를 지닌 회사다. 2000년 점포 없는 증권사로 출범해 온라인에 특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모회사는 정보기술(IT) 기업인 다우기술이다. 태생적으로 ‘벤처 DNA’를 갖고 있는 셈이다. 키움증권의 리서치센터 또한 이와 같은 특성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IT 부문과 스몰캡 분석에 강한 면모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특징답게 박희정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경제 재편기 투자 전략을 위한 키워드로 ‘4차 산업혁명’을 가장 먼저 꼽았다.

무엇보다 정부가 중소형 혁신 기업 강화와 코스닥시장 활성화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만큼 ‘4차 산업혁명 관련주’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증시, 바닥 확인하는 과정…”

최근 미국의 금리 인상 기조와 함께 미국과 중국 간 무역 전쟁이 격화되면서 코스피가 맥을 못 추고 있다.

7월 11일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13.54포인트(0.59%) 내린 2280.62로 마감됐다. 코스닥지수도 9포인트(1.03%) 하락한 804로 거래를 마쳤다. 국내 증시의 위기감이 커지는 이유다.

하지만 박 센터장은 2018년 하반기 증시 전망에 대해 “불확실성이 남아있긴 하지만 아주 나쁘게만 볼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물론 6∼9개월 후 경기 흐름을 예측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한국 경기선행지수(CLI)가 경기 판단 기준선인 100을 밑돌고 4월 수출이 마이너스로 전환됨에 따라 경기 불황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세 가지 호재’가 하반기 경기 확장을 견인할 것으로 보고 있다.

먼저 선진국 수요의 증가다. 한국 수출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은 선진국 경기다. 그중에서도 미국의 산업 생산은 한국 수출 흐름을 판단하는 데 결정적이다.

미 소비지출이 안정적으로 늘어남에 따라 미 산업 생산도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다. 그 결과 한국의 하반기 수출 증가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둘째는 원자재 가격 상승이다. 유가가 상승하면 물가 불안 가능성이 높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유가 상승은 한국의 선박 수출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원유 가격 상승을 계기로 탱커와 액화천연가스(LNG)선 등의 수주 증가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셋째는 대중 관계 개선이다. 2016년 이후 국내 경기의 양극화가 심화된 것은 중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보복’으로 인해 관광객이 급격하게 감소한 영향이었다. 중국 관광객이 회복되면서 내수 경기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이다.

이를 감안했을 때 박 센터장은 하반기 코스피 상단을 2700선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재 코스피 주가순자산배율(PBR)은 0.95배 정도로, 역사적 평균(1.10배)을 밑돌고 있다.

바닥을 확인하는 과정인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박 센터장은 “기존의 외환 위기나 리먼 사태 때만 해도 PBR이 0.7배까지 갔었다”며 “저점이 깨지고 있지만 과거 같은 시스템 리스크로 확대될 우려는 낮아 보인다”고 설명했다.

◆“중국 소비 관련주·중소형주에 관심”

박 센터장은 현시점에서 투자자들이 고려해야 할 가장 큰 변화 요인으로 ‘무역 분쟁 이슈’를 꼽았다. 박 센터장은 적어도 11월까지 관련 이슈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 의회 중간선거를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갈등을 더욱 고조시킬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미국으로서는 중국의 첨단 제조업 육성 정책인 ‘제조업 2025’가 가져올 차세대 성장 산업에서의 경쟁력 강화를 제어할 필요가 절실하다.

박 센터장은 “이처럼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지만 현재 한국 증시의 1년 후 추정 주가수익률(12개월 FWD PER)은 8.73배에 그치고 있어 시장 펀더멘털이 양호한 상황”이라며 “이와 함께 2분기 유가증권시장의 영업이익이 52조4000억원으로 지난 분기 말(47조4000억원)에 비해 상향 조정되고 있다는 점도 우호적”이라고 말했다.

이를 감안할 때 실적 상향 조정세가 뚜렷한 IT(72.1%), 은행(70.1%), 보험(57.9%), 기계(52.4%), 화장품·의류·완구(50.9%), 증권(46.1%) 업종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가운데 실적 호조가 지속되고 있는 IT 업종은 시장 비율보다 높게 가져가는 것이 좋다. 대표적인 글로벌 인터넷 기업들은 시장점유율이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어 이에 대한 투자가 지속될 수밖에 없다.

박 센터장은 “미국의 글로벌 IT 기업들이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고 있다면 우리는 이를 뒷받침하는 반도체 등 부품 제조업에서 높은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며 “국내 IT 업체들 중에서도 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제조업체들이 많은 만큼 IT를 쉽게 포기할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박 센터장은 삼성전자·삼성SDI 등을 추천 종목들로 꼽았다.

이와 함께 ‘고물가·고성장’ 국면에는 상대적으로 내수 기업의 성과가 돋보이는 경향이 있다. 이를 감안해 화장품·건강관리 등 중국 소비 관련주나 중소형주가 강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키움증권은 지난 4월 중소기업 특화 증권사로 선정됐다. 또 7월 중소기업 특화 증권사 6곳 가운데 3곳을 선정하는 ‘코스닥 기업 분석 보고서’ 발간 사업의 최종 사업자로 낙점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스몰캡 부문에 신규 애널리스트를 채용하는 등 팀 전력을 강화해 나가는 중이다.

박 센터장은 “코스피·코스닥 통합지수를 비롯해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코스닥 활성화 정책의 최대 수혜주는 ‘4차 산업혁명 관련주’가 될 가능성이 높다”며 “지난 6월 2일 국내 연기금 중에서는 처음으로 우정사업본부가 코스피·코스닥 통합지수인 KRX300을 도입하기로 한 만큼 서서히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약력: 1965년생. 연세대 경영학 석사. 1993년 쌍용투자증권. 1999년 굿모닝증권. 2002년 한화증권. 2006년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현).

viva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