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대연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 스마트시티사업단장, “스마트 시티는 수출산업”
“‘U시티’ 배우던 바르셀로나, 지금은 한국 추월했죠”
[한경비즈니스=이명지 기자] 조대연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 스마트시티사업단장은 국내에서 손꼽히는 스마트 시티 전문가다.
그가 몸담고 있는 스마트시티사업단은 국토교통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공동으로 추진하는 스마트시티 국가전략프로젝트 사업단 과제 관리를 총괄하고 있다. 이른바 한국형 스마트 시티의 초석을 다지는 작업이다.
7월 9일 광화문에서 만난 조 단장은 “그동안의 스마트 시티 연구가 에너지·교통 등 각자 분야에서 수직적으로 이뤄졌다면 이제는 수평적으로 통합해야 할 단계”라고 강조했다.
-‘한국형 스마트 시티’를 만들기 위해 중점을 두는 분야는 무엇인가요.
“과거 U시티라고 불렸던 한국의 스마트 시티는 신도시 건설과 함께 진행됐어요. 도시 관제형 모델로 일방향의 정보 전달을 통해 긴급한 상황에 대처하는 게 주목적이었죠.
하지만 스마트폰의 보급과 정보통신기술(ICT)의 발전이 지속되면서 다양한 차원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해졌어요.
이를 위해 올해 초 도시의 성장 단계별로 접근하는 전략을 제시했죠. 세종시 5-1 생활권이나 부산의 에코델타시티와 같은 신도시는 새롭고 도전적인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을 접목해요. 쇠퇴한 지역은 도시 재생과 스마트 시티 기술을 함께 적용할 것입니다.
도시와 진화 단계에 따라 마련된 스마트 시티 모델은 훌륭한 신성장 동력입니다. ICT 플랫폼이나 서비스 솔루션, 개발 모델을 개발도상국이나 선진국에 수출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기 때문이죠.”
-U시티 프로젝트와 지금 스마트 시티 사업의 차이점은 무엇인가요.
“초기 U시티는 교통·안전·행정 등 11개 분야에서 120개가 넘는 서비스 모델을 제시했죠. 하지만 공급자 위주의 접근이었다는 한계가 있었어요. 기술적인 목표는 제시했지만 효과는 검증하지 못했고 서비스에 대한 피드백도 쉽지 않았어요.
따라서 지금 U시티 모델에서는 도시통합관리센터만 남아 있습니다. 미래의 스마트 시티는 ‘오픈 이노베이션’을 추구합니다. 일방향의 공급자 중심 서비스에서 벗어나 양방향, 개인 맞춤형이 빈번해지고 서비스 간 연계 통합도 활발할 거예요.”
-한국의 스마트 시티 조성은 어느 수준까지 이르렀나요.
“스마트 시티의 발전 단계를 5단계로 가정한다면, 한국 대도시는 평균적으로 2.5단계에 머물러 있어요. 에너지·교통·상수도 시스템은 각자 고도화됐지만 이를 유기적으로 연계한 형태는 이루지 못했어요.
각 시스템이 수평적으로 통합돼야만 3단계에 다다르고 4단계는 쌓여진 데이터를 통해 예측된 도시행정을 하는 것입니다. 또 5단계는 경제·사회적으로 최적화된 도시문제 해법을 찾을 수 있는 단계죠.
한국은 2004년 동탄시와 인천 송도에 U시티 모델을 보급한 게 스마트 시티의 최초 형태라고 봐요. 당시엔 CCTV와 지능형 교통 시스템(ITS), 전자 정부 등 도시 통합 관제형 모델이었어요.
지금은 인천 송도가 가장 우수한 형태라고 보는데 3단계 수준이라고 생각합니다. 서울도 3단계 수준이고 부산과 대전이 그 뒤를 잇고 있습니다. 하지만 관점에 따라 수준 평가는 제각각입니다. 스마트 시티의 정의는 세계통신연맹(ITU)에서 발표한 것만 해도 116개로 획일적 모델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에요.”
-스마트 시티가 부동산 과열을 해결할 수 있을까요.
“한국은 신도시 개발에 여전히 환상을 갖고 있죠. 하지만 더 이상 개발할 지역이 마땅하지 않고 인프라도 포화 상태예요. 따라서 스마트 시티 조성은 복합 상업 지역이나 역세권보다 부동산 가격이 높지 않은 쪽에 투자 효과가 크다고 봐요. 직접적 해결은 어렵겠지만 이유 없는 불필요한 부동산 과열을 식히는 것엔 도움이 될 것입니다.”
-세계 각국의 스마트 시티 중 참고할 만한 국가와 도시는 어디일까요.
“도시는 나름대로의 특성과 역사·문화를 갖고 있어 절대적 비교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스마트 시티 조성에서 눈여겨볼 만한 도시는 존재합니다. 네덜란드의 암스테르담은 스마트 시티를 추진한 지 10년 정도 됐습니다. 리빙랩을 통해 암스테르담 시민들의 참여도를 높이고 다양한 솔루션을 적용 중입니다.
스페인의 바르셀로나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매년 11월 스페인에서는 세계 최대 규모의 스마트 시티 엑스포가 열립니다. 바르셀로나의 초기 스마트 시티 모델이 한국의 U시티를 참고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많습니다. 바르셀로나를 보면 아쉬움과 동시에 우리도 진전된 모델을 어서 확보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스마트 시티를 조성하는 것뿐만 아니라 시스템을 수출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수출은 다양한 형태를 고려해야 합니다. 선진국은 인프라가 이미 구축돼 있고 기술 성숙도가 높아 서비스나 솔루션 위주로 접근합니다. 이런 국가에는 소프트웨어의 수출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동남아시아나 기타 개발도상국은 인프라 자체가 취약하기 때문에 도시 개발의 시각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만약 개발도상국에 스마트 시티를 수출한다면 건설 기업과 IT 기업 간의 협력이 필요합니다. 개발도상국 진출은 재원 조달도 문제가 될 수 있어 다자개발은행을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또 민·관합작투자사업(PPP) 방식도 고려해야 합니다.”
m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