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부터 중국 사업 베트남 이전 검토 소문
'빅 마켓' 인도 잡으려 전략 바꿔
노이다 공장의 휴대전화 생산능력은 현재 연간 6000만 대에서 2020년까지 단계적으로 1억2000만 대로 늘어나게 돼 삼성전자의 베트남 박닌·타이응우옌 공장과 함께 세계 최대의 단일 생산 규모를 갖추게 됐다.
이 신공장을 보며 ‘중국’은 긴장했고 ‘베트남’은 아쉬워했다.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는 중국 기업들은 중국 다음가는 ‘빅 마켓’인 인도 시장에 삼성이 대대적인 투자를 진행하자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현재 인도 시장에서는 삼성전자와 중국 대표 전자통신 기업 샤오미가 시장 1위 자리를 놓고 치열한 다툼을 벌이는 중이다.
반면 베트남은 여기저기서 한숨 소리가 새나온다. 지난해부터 베트남 부동산·건설 투자회사 사이에서 삼성전자가 중국 선전 공장을 철수하고 베트남으로 생산 설비를 이전한다는 소문이 돌았다.
실제로 베트남에 진출해 있는 삼성전자 하청업체들은 지난해 생산 설비 증설에 대비해 공장 부지 등을 알아보는 움직임을 보였다. 성미 급한 일부 베트남 투자 기업들은 삼성전자 공장 증설을 염두에 두고 사전에 땅을 매입하기도 했다. ◆ 부지 확보 나섰던 베트남 투자 회사들
선전 공장은 2002년 삼성전자가 지분 95%를, 상하이 종합투자유한공사가 지분 5%를 보유한 유한책임회사로 설립돼 부호분할다중접속(CDMA) 휴대전화를 생산했던 곳이다.
2013년부터는 통신 장비 생산 설비로 전환하고 무선중계기, 음성·데이터 교환 장비, 기업용 통신 교환기 등을 생산해 왔다. 삼성전자의 첫 해외 통신장비 생산 기지였다. 삼성전자는 선전 공장을 통해 화웨이·에릭슨 등 세계적인 통신 장비 업체들과 경쟁을 펼쳐 왔다.
하지만 중국의 견제가 만만치 않았다. 보호무역과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배치에 대한 중국의 보복 조치로 삼성전자의 입지가 갈수록 줄어들었다.
시장조사 업체 IHS마켓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통신 장비 시장에서 중국의 화웨이가 점유율 28%로 1위를 차지했다. 이어 스웨덴 에릭슨(27%), 핀란드 노키아(23%), 중국 ZTE(13%) 등의 순이었다. 삼성전자는 점유율 3%로 5위에 머물렀다.
삼성전자로서는 자존심이 상했다. 결국 중국을 떠나기로 결정하고 새로운 공장을 찾기로 했다. 제1 대안으로 거론된 곳은 베트남이었다.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삼성전자는 중국 내 반도체·스마트폰·가전·통신 부문 등 전 사업 부문을 베트남으로 이전하는 계획을 염두에 두고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무섭게 치고 올라오는 중국에 대한 견제와 빅 마켓인 인도 시장에서 중국 기업들의 성장세가 심상치 않자 전략을 수정하기로 했다. 그 대안으로 나온 것이 인도 공장 증설이다. 인도 시장 방어와 경쟁력 확보에 최선이라는 판단에서다.
움직임은 일사천리였다. 내부적으로 인도 투자 방침을 정한 지난해 중순 삼성전자는 인도 공장 증설을 추진하는 한편 올해 4월 초부터 중국 선전 공장 가동을 중단했고 임직원 퇴직금 지급 등 중국 공장 철수를 단행했다.
삼성전자의 인도 ‘베팅’은 베트남엔 적지 않은 충격을 줬다. 현재 삼성전자는 베트남 박닌성 옌퐁, 타이응우옌성 옌빈 등에 공장을 운영 중이다. 1차 협력업체 30여 곳을 비롯해 2·3차 하청업체까지 100여 개가 넘는 기업들이 인근 지역에 진출해 있다.
이렇다 보니 삼성전자 공장 인근에는 새로 지을 공장 부지와 공급 가능한 인력이 한계를 넘어선 상황이다. 이를 인지한 베트남은 지난해 초 삼성전자의 투자를 대비해 인근 미개발 지역의 물류 환경 인프라를 구축한다는 계획을 세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베트남 내 투자회사들도 움직였다. 베트남 부동산 개발 및 공장 분양 기업들은 삼성전자의 투자와 공장 증설이 이뤄질 것에 대비해 부지 확보에 열을 올렸다. 하지만 삼성이 베트남이 아닌 인도에 투자를 결정하면서 이들 투자회사들은 막대한 손해를 보게 됐다.
베트남 투자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인도 공장 증설로 베트남 투자 기업들 여럿이 막대한 손해를 봤다”며 “확보해 놓은 부지와 공장 등을 헐값에 내놓는 등 어수선한 분위기”라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인도 투자에 베트남 정부도 아쉬워하고 있다. 베트남 기획투자부 관계자는 “삼성전자 덕분에 베트남 외화보유액이 안정되고 고용 측면에서도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며 “이번에도 인도가 아닌 베트남에 투자했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 인도에서 샤오미 제치고 ‘1위’ 탈환
일단 삼성전자의 인도 투자는 대성공이다. 시작부터 분위기가 좋다. 투자 발표를 한 지 2주 만에 인도 스마트폰 시장 1위 자리를 되찾아 왔다.
시장조사 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가 7월 25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해 2분기(4~6월) 인도 스마트폰 시장에서 29%의 점유율을 기록해 샤오미(28%)를 1%포인트 차로 눌렀다. 중국 제조사인 비보(12%)·오포(10%)·아너(3%)가 뒤를 이었다. 애플은 점유율이 1%에 불과했다.
삼성전자가 인도 스마트폰 시장에서 1위 자리를 되찾은 것은 반년 만이다. 지난해 4분기(10~12월) 샤오미에 1위를 내준 뒤 올해 1분기(1~3월)에도 샤오미(31%)에 5%포인트 뒤지며 2위에 머물렀다.
한편 지난해 인도의 스마트폰 판매량은 1억2400만 대다. 중국(4억5000만 대)은 물론이고 북미(1억9000만 대), 중남미(1억5000만 대), 서유럽(1억3000만 대)에 미치지 못한다. 하지만 휴대전화 전체로 눈을 돌리면 2억9000만대의 시장을 갖고 있어 향후 중국에 이은 세계 2위의 스마트폰 시장으로 급성장할 잠재력을 갖추고 있다.
한경비즈니스 차완용 기자 cwy@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183호(2018.07.30 ~ 2018.08.05)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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