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수년간 수십 회에 걸친 화재 논란에도 미온적 태도를 보여 온 데다 최근 국토교통부의 강제적 리콜 조치, 소비자의 집단소송이 있고 난 후에야 움직인 BMW의 늑장 대응에 소비자들의 실망이 큰 상황이다.
◆ ‘특수 케이스’→‘제작상 결함’ 인정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주행 중 또는 주행 직후 화재가 발생한 BMW 차량은 29대(8월 2일 기준)에 달한다. 29대 가운데 디젤엔진 모델인 520d가 절반 이상인 19대다. 520d는 지난해 국내시장에서 1만5085대가 팔린 BMW의 스테디셀러 모델이다.
하지만 이런 인기와 반대로 BMW코리아가 소비자 안전에 소홀하다는 비판이 높다. 사실 BMW 차량 화재 사고는 2015년부터 제기돼 온 문제다. BMW코리아는 그간 “원인 불명”, “파악 중”이라고 설명할 뿐 정식 조사에 나서지 않았다.
‘화재 사고는 개별 차량마다의 특수한 사례에 불과하다’는 이유에서였다. 당연히 고객 불편에 대한 명확한 사과 표시도 없었다. 하지만 3년여 동안 꾸준히 발생한 화재에 결국 국토교통부가 조사에 나섰다. 소비자들도 집단소송에 돌입했다. 사태가 본격화된 것이다.
이에 따라 BMW코리아는 지난 7월 26일에야 화재에 대해 제작상 결함을 인정하고 자발적 리콜을 결정했다. 화재 사고가 처음 생긴 지 3년 만으로 520d 등 42개 차종 10만6317대가 대상이다.
BMW 측은 “엔진에 장착된 배기가스 재순환 장치(EGR) 결함”이라고 사고 원인을 설명한다. 고온의 배기가스가 냉각되지 않은 상태에서 흡기다기관에 유입돼 구멍이 생기면서 플라스틱 재질의 부품에 옮겨 붙어 화재가 난 것이라는 설명이다.
제작상 결함을 인정한 이후부터는 후속 대응에 적극적이다. BMW코리아는 7월 31일부터 전국 BMW 61개 서비스센터를 주말에도 24시간 운영한다고 발표했다. 8월 1일에는 리콜 대상 차주에게 안전 진단 기간 동안 렌터카를 제공한다는 후속 대책도 내놓았다.
하지만 차주들의 불안은 극에 달하고 있다. 안전 진단을 받기 위해 기다리는 동안 차량 운행을 중단하고 있는 차주들도 상당수다.
2013년식 520d를 보유하고 있는 한 차주는 “차를 타기가 겁이 난다”며 “어쩔 수 없이 타더라도 불이 날까봐 에어컨을 가동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급기야 일부 차주들은 BMW코리아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에 나서기도 했다. 화재를 직접 경험하지는 않았지만 자동차 이용에 제약이 발생해 금전적·정신적 피해를 봤다는 주장이다.
앞으로 BMW 차주들의 소송이 이어질 전망이다. 특히 중고차 가격이 하락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와 관련된 손해배상 소송이 줄을 이을 가능성이 높다.
아우디 폭스바겐 중고차가 ‘디젤 게이트’ 이후 시세가 하락하고 거래량이 줄어든 점을 감안하면 BMW도 중고차 시장 위축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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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184호(2018.08.06 ~ 2018.08.12)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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