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웅 쏘카 대표 혁신성장본부장 선임, ‘5년 난제 풀리나’ 업계 기대감 [한경비즈니스=차완용 기자] 승차 공유 사업은 현행법상 불법일까, 아닐까. 이걸 따지는 것은 나중의 일이다. 불법일 수도, 아닐 수도 있다. 우리가 던질 질문은 따로 있다. 승차 공유가 우리에게 가치 있는 서비스인지, 만약 그렇다면 서비스를 어떻게 기존 제도에 조화롭게 수용할 것인지가 질문의 핵심이다.
◆ 모호한 법이 번번이 발목 잡아
정부와 관련 업계 대부분은 승차 공유업의 활성화가 필요하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승차 공유업이 발달하면 대중교통의 공백을 채울 수 있는 데다 일자리 창출 효과는 물론 교통 데이터 분석 결과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정보통신기술(ICT)업계나 차량 제조 기업 역시 4차 산업혁명으로 요동치는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선 승차 공유업과의 협업은 중요한 과제다.
이 때문에 정부는 해법을 찾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 중이다. 대통령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4차산업위)도 만들었고 기획재정부(기재부)의 혁신성장정책과도 신설했다.
물론 승차 공유업 문제만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진 곳들은 아니지만 혁신 성장을 위한 규제 완화 과제 1호로 승차 공유를 선정할 만큼 비중 있게 다루고 있다.
하지만 모호한 법이 계속 발목을 잡는다. 국내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에는 ‘자가용 자동차를 유상 운송 및 임대 알선을 해선 안 된다’는 규정이 있다. 이 때문에 일반인이 소유한 차량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승차 공유 플랫폼은 항상 법의 테두리에 갇히게 된다.
이를 피하기 위해 승차 공유 서비스 기업들은 법 제재 조항을 교묘히 피해 플랫폼을 출시하고 있지만 번번이 ‘불법’이라는 법적 해석으로 서비스를 중단하고 있다.
이런 사례는 최근에도 벌어졌다. 서울시는 대리운전과 렌터카를 결합한 신개념 승차 공유 서비스 ‘차차’의 영업 중지를 요청하는 국토교통부의 공문을 스타트업 차차크리에이션에 최근 발송했다.
앞서 국토교통부가 ‘위법 영업’이란 판단을 내리고 서울시에 조치를 요청한 데 따른 것이다. 국토부는 차차 서비스가 여객운수사업법 제34조의 ‘렌터카 유상 운송 금지’ 조항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차차는 애플리케이션으로 호출하면 대리운전사가 렌터카를 몰고 와 목적지까지 데려다 주는 서비스다. 대리운전사(차차드라이버)는 하이렌터카라는 렌터카 업체와 장기 임대 계약을 하고 승객과는 단기 렌터카 임대 계약을 하는 식이다. 대리운전·렌터카·택시 등 3가지 사업 모델이 뒤섞인 새로운 개념의 서비스다.
국토부는 차차드라이버가 렌터카를 유상 운송에 활용한 점(여객법 제34조 제1항 위반), 하이렌터카가 렌터카를 활용해 유상 운송한 점(제34조 제3항 위반), 차차차크리에이션이 유사 운송을 알선한 점을 문제 삼았다.
앞서 서울시는 출퇴근 버스 승차 공유 서비스를 제공하는 한 스타트업에도 사업 중단을 요구한 바 있다. 역시 여객운수사업법 위반이란 판단이다. 서울시는 해당 업체가 전세버스운송사업자로 등록하지 않고 사업을 운영했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이런 국내 법망은 글로벌 승차 공유 기업 우버조차 피하지 못했다. 2013년 국내에 진출한 이후 승차 공유 서비스를 잠시 동안 실시했던 우버는 영업용 번호판 ‘노란색’이 아닌 일반 자가용 번호판 ‘하얀색’으로 영업했다는 점을 들어 영업 규제를 당했고 검찰에 고발 조치까지 됐다.
이에 대해 법원은 지난 6월 당시 우버코리아의 최고경영자(CEO)로 재직 중이던 캘러닉 전 CEO에 대해 2000만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연이은 소송·고발에 승차 공유 스타트업들은 ‘나도 언제 당할지 모른다’는 위기감에 떨고 있다. 새로운 사업 모델인 만큼 법 해석에 따라 위법 여부 판단이 달라질 수 있는데, 기존 사업자들에게 치우친 해석이 계속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 한쪽에선 ‘혁신’, 다른 쪽에선 ‘규제’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4차산업위와 혁신성장정책과를 앞세워 지난해부터 ‘규제 샌드박스’ 법안을 준비 중이다. 신사업의 규제 샌드박스 적용을 신청하면 법령 개정 없이도 시범 사업, 임시 허가 등으로 당분간 규제를 면제·유예해 주는 제도다.
현재 해당 법안은 국회에 계류 중이다. 하지만 정치적 이해관계가 얽히고설키며 난항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더해 최근에는 일부 의원들이 승차 공유를 불법으로 규정한 법안까지 발의했다.
현재 국회에 승차 공유와 관련한 법안 2개가 소관 위원회인 국토교통위원회의 심의를 받고 있다. 두 법안은 모두 택시업계의 영업권을 입법 취지로 내세우며 승차 공유의 확대를 막는 것이 골자다.
이찬열 국민의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법안은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상 ‘출퇴근 시간’을 오전 7~9시, 오후 6~8시로 명시적으로 규정했다. 스타트업업계가 요구하는 승차 공유 확대를 막는 법안이다.
역시 국민의당 소속인 황주홍 의원이 대표 발의한 법안은 아예 여객 자동차 운수사업법 제81조 1항 1호를 삭제하는 것이 내용이다.
이 조항은 사업용 자동차가 아닌 자동차를 돈을 받고 운송용으로 제공하거나 임대하거나 이를 알선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면서 같은 법 1호에 예외 규정을 둬 출퇴근 때 승용자동차를 함께 탈 때는 이를 허용하고 있다.
이는 곧 기존 승차 공유까지 중단하도록 하는 것이다. 규제에 맞서 서비스 확대에 나선 스타트업의 도전이 기존에 해온 영업마저 불법이 되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는 처지에 놓인 셈이다.
승차 공유 논란은 지난해 11월 스타트업 ‘풀러스’가 ‘출퇴근 시간 선택제’를 시행하며 촉발됐다. 출퇴근 시간에만 승차 공유를 제공해 온 풀러스가 사실상 24시간 승차 공유인 ‘출퇴근 시간 선택제’를 도입하자 서울시는 즉각 고발에 나섰고 스타트업계는 ‘혁신을 막는 조치’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재웅 쏘카 대표는 최근 자신의 SNS를 통해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이 택시 사업 불황 해결을 목적으로 법을 개정하겠다는 것도 놀랍지만 승차 공유를 금지하면 택시업계의 불황이 해결될 것으로 생각하는 것도 놀랍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 택시업계 반발에 ‘발만 동동’
4차산업위는 택시업계와 승차 공유업계의 갈등을 해소하고 상생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해 12월부터 ‘규제·제도 혁신 해커톤(해킹+마라톤)’을 열고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택시업계를 아직 테이블에 앉히지 못했다. 지금까지 3차례 자리를 마련했지만 택시업계는 참석을 거부했다.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연맹·전국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등 4개 단체로 구성된 택시업계는 승차 공유를 해커톤 의제에서 제외하지 않으면 참석하지 않겠다는 주장을 꺾지 않고 있다.
택시업계의 반발도 이해는 간다. 현재 정부는 택시 감차 정책을 펴고 있다. 택시가 과잉공급돼 수익성이 떨어져 차량 수를 줄이겠다는 것이다. 2013년 ‘택시운송사업의 발전에 관한 법률’이 국회를 통과하며 감차 정책이 시작됐다.
2019년까지 현재 운행 중인 택시의 15%를 줄이는 것이 목표다. 택시업계는 택시도 많아 줄일 판인데 승차 공유 서비스를 도입할 필요가 있느냐고 주장한다.
완강한 택시업계의 반발에 이제 정부는 당사자끼리 만남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8월 2일부터 4차산업위와 기재부는 이재웅 쏘카 대표에게 혁신성장 공동민간본부장 자리를 맡긴 것. 정부와 업계는 이 대표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
4차산업위 관계자는 “이재웅 대표는 한국 1세대 IT 인재라는 대표성을 갖고 있다”며 “그동안 승차 공유 시장은 각개전투를 할 수밖에 없었는데 이 대표가 업계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구심점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승차 공유업계 관계자도 “이 대표가 아무런 해법 없이 혁신성장 민간본부장 자리를 받아들이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택시업계와의 상생안을 가지고 반드시 풀어낼 것”이라는 믿음을 보였다.
이 대표 역시 우버·풀러스와 다른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겠다는 생각을 내비치기도 했다. 그는 “지금까지 이야기를 한 방식이 잘못됐다고 생각한다”면서 “급하게 문제를 풀어달라고 하면 (정부가) 어느 쪽 얘기를 들어줘야 하는 문제가 되지만 새로운 규칙을 제시하면 충분히 사회적 합의를 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cw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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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185호(2018.08.13 ~ 2018.08.19)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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