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포커스]
-‘1세대’ 팔도도시락·초코파이 이어 비비고 만두·불닭볶음면 ‘인기몰이’
세계에서 더 잘나가는 K푸드…‘2세대’ 떴다
[한경비즈니스=최은석 기자] ‘K푸드’로 불리는 한국 식품이 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로 영토를 확장하고 있다.


국내 냉동 만두 시장을 평정한 비비고 만두는 해외에서도 인기다. K푸드의 대명사로 꼽히는 농심 신라면은 지난해 약 2600억원의 글로벌 매출을 거뒀다. 팔도는 도시락으로 지난해 러시아에서만 23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롯데칠성음료의 밀키스와 레쓰비도 ‘러시아 국민 음료’로 통한다. 오리온 초코파이는 베트남의 제사상에 오를 정도다.


◆해외 매출 5000억 돌파한 ‘비비고 만두’


국내 1위 식품 기업인 CJ제일제당은 ‘비비고 만두’로 세계시장에 ‘K만두’ 열풍을 불러일으킨다는 각오다. CJ제일제당은 2016년 미국 만두 시장점유율 11.3%, 연매출 1000억원을 돌파하며 1위로 올라섰다. 지난해에는 전년보다 70% 성장한 1750억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비비고 만두는 만두의 종주국으로 불리는 중국 등에서도 인기를 얻으며 지난해 글로벌 매출 5000억원을 돌파했다.


비비고 만두의 글로벌 성공 비결은 현지 생산 기지를 통한 ‘맞춤형 제품’ 덕분이다. 미국에서는 닭고기를 선호하는 식문화를 반영해 ‘치킨 만두’를 선보였고 중국에선 프리미엄 제품 ‘비비고 교황’을 출시했다.


농심은 미국·중국·일본·호주 법인을 통해 신라면을 100여 개국에 판매하고 있다. 신라면의 활약은 미국에서 특히 돋보인다.


농심은 1971년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지역에 라면을 수출한 이후 2005년 LA공장을 가동하며 미국 시장 공략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신라면은 지난해 6월 미국 내 4692개 월마트 전 매장에 입점한 최초의 한국 식품으로 기록되기도 했다.


삼양식품은 지난해 사상 최대인 2050억원의 수출 실적을 기록하며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불닭볶음면이 전체 수출액의 85%인 1750억원의 수출 실적을 거두며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한 데 따른 결과다. 이 제품은 중국·동남아·미주·유럽 등 60여 개국에 수출되고 있다.


불닭볶음면은 2016년 하반기부터 해외시장에서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유튜브 등의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에서 불닭볶음면을 접한 소비자들이 중독성 강한 극한의 매운맛에 호기심을 느끼고 직접 맛보는 관련 영상을 연이어 업로드하면서부터다.


팔도 ‘도시락’은 러시아 용기면 시장점유율 60%의 부동의 1위 제품이다. 도시락은 1990년대 초 부산항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를 오가던 보따리상 등으로부터 인기를 끌었다. 사각 형태의 도시락은 기존 둥근 컵라면과 달리 흔들리는 배나 기차에서도 먹기 편한 제품으로 입소문을 탔다.


러시아 수요가 늘어나는 것을 감지한 팔도는 1997년 현지 사무소를 열었다. 하지만 곧바로 위기가 닥쳤다. 극심한 재정난을 겪던 러시아 정부가 1998년 모라토리엄(지급유예)을 선언한 것이다. 투자 초창기였던 터라 매몰비용이 적었던 팔도는 경쟁사들과 달리 잔류를 결정했다.


위기는 오히려 기회가 됐다. 블라디보스토크를 넘어 시베리아·우랄 지역 등 비어 있던 시장을 빠르게 점유할 수 있었던 것이다. 러시아 소비자들이 팔도를 ‘의리를 지킨 기업’으로 기억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동원F&B와 대상은 김으로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동원F&B는 1989년부터 ‘양반김’ 제품을 일본 등 20여 개국에 수출 중이다. 일본인들이 술안주로 김을 선호한다는 점에 주목해 2004년 일본 맥주 회사 아사히와 손잡고 ‘김치맛김’과 ‘와사비맛김’을 발매해 ‘대박’을 쳤다. 2014년엔 김에 아몬드·통밀·메밀 등을 넣은 ‘양반 스낵김’을 출시하면서 미국과 러시아 등으로 수출 시장을 넓혀 가고 있다.


대상은 중국과 미국 등 23개국에 김 제품을 수출 중이다. 지난해 수출 실적은 133억원으로 2014년 대비 100% 성장했다. 대상은 할랄 푸드(무슬림이 먹을 수 있도록 허용된 식품) 시장 진출에 특히 공을 들이고 있다. 2012년 재래김·햇김·파래김을 시작으로 스낵김 등 총 9개 품목의 인도네시아 울라마협의회(MUI) 할랄 인증을 받은 상태다.
세계에서 더 잘나가는 K푸드…‘2세대’ 떴다
◆중앙아시아 식사 자리의 필수품 ‘프리마’


동서식품은 커피 크리머인 프리마로 지난해 ‘7000만 달러 수출의 탑’을 수상했다. 홍콩·말레이시아·러시아 등 20여 개국에 수출 중이다.


프리마는 지난해 기준 키르기스스탄 100%, 타지키스탄 86%, 카자흐스탄 82% 등 중앙아시아 지역에서 평균 82% 이상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할 정도로 특히 사랑 받고 있다. 오랜 유목 민족의 역사를 지닌 이들 지역 소비자가 커피와 차에 우유를 넣어 마시는 점에 주목해 공격적 마케팅을 펼쳤던 게 주효했다.


오리온은 초코파이로 60여 개국에 이른바 ‘파이 로드’를 구축한 상태다. 중국·러시아·베트남 현지 생산 기지 등을 바탕으로 지난해 3020억원의 글로벌 매출을 기록했다. 차를 즐겨 마시는 중국인의 특성을 겨냥한 제품 등 국가별 현지화 전략으로 어필하고 있다.


한국인의 감성 코드이자 초코파이의 핵심 브랜드 가치인 ‘정’을 각 나라 고유 정서에 접목하는 마케팅 전략도 꾸준한 인기 비결이라는 게 오리온의 설명이다.


식음료업계의 활약도 빼놓을 수 없다. 롯데칠성음료는 지난해 전년 대비 약 55% 증가한 124만 상자 분량의 밀키스를 러시아에 수출했다. 날씨 때문에 과일을 맛보기 어려운 현지 특성을 감안해 바나나 등 총 10가지 과일 맛 제품을 선보인 게 주효했다.


레쓰비는 지난해 기준 90.6%의 점유율로 러시아 ‘캔커피 한류’를 주도하고 있다. 러시아의 추운 날씨를 겨냥한 온장고 지원 마케팅 등으로 현지인의 손길을 사로잡았다는 게 롯데칠성음료의 설명이다.


빙그레는 바나나맛우유와 메로나로 글로벌 영토를 넓혀 가고 있다. 10여 개국에 수출 중인 바나나맛우유는 중국에서 특히 인기다. 2008년 현지 가공유 시장을 개척한 이후 지난해 200억원의 수출 실적을 기록했다.


20여 개국에 진출한 메로나는 지난해 미국에서만 60억원의 매출을 거뒀다. 빙그레 관계자는 “작년 7월부터 ‘루체른 푸드’와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미국 현지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며 “유통망을 북남미 전역으로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choies@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185호(2018.08.13 ~ 2018.08.19)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