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호 드라마앤컴퍼니 대표…국내 1위 명함 앱 ‘리멤버’ 새 수익 모델 구축
“온라인 명함첩으로 숨은 인맥 찾아드려요”
[한경비즈니스=이명지 기자] 지난 7월 30일 방문한 드라마앤컴퍼니 사무실. 한쪽에 자리 잡은 수십 개의 택배 박스가 눈에 들어왔다. 이날은 드라마앤컴퍼니가 애플리케이션(앱) ‘리멤버’의 가입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무료 스캔 이벤트’의 마지막 날이었다.


리멤버는 명함을 스마트폰으로 촬영해 보내면 정보를 입력해 주는 서비스다. 이벤트는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갔다. 가입자들이 갖고 있는 명함을 드라마앤컴퍼니 사무실로 보내면 대신 스캔하고 정보를 입력해 준다. 택배도 착불이었는데 그마저도 귀찮은 이들을 위해 방문 수거까지 실시했다.


참여 열기는 무척 뜨거웠다. 하지만 최재호 대표를 포함한 드라마앤컴퍼니 직원들에겐 다소 고생일 터. 그럼에도 불구하고 리멤버가 이벤트를 실시한 것은 오로지 ‘사용자’만을 생각해서다.


“리멤버가 가장 만족스러운 명함 앱이 되려면 우리 스스로가 ‘비서’ 역할을 해야 한다고 봐요. 그 시작은 사용자가 느끼는 사소한 불편함도 바로바로 없애는 거죠”


-‘리멤버’의 누적 가입자가 지난 6월 200만 명을 돌파했습니다.


“200만 명은 다운로드 횟수가 아닌 가입자 수예요. 다운로드만 하고 앱을 사용하지 않는 이들이 아니라 실질 가입자 수가 증가했다는 것은 그만큼 리멤버를 열심히 쓰는 이들이 많다는 것이겠죠.


재방문율도 높아요. 기본적으로 사용자들이 어느 서비스를 다시 찾는다는 것은 만족도가 높고 대체할 만한 서비스가 없다는 것을 경험했기 때문이겠죠.”


-리멤버의 서비스 만족도가 높은 이유는 뭘까요.


“우선 정확한 명함 정보 기입이 핵심이죠. 전화번호나 메일 주소는 한 글자라도 틀리면 연락이 되지 않죠. 리멤버와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앱들은 광학 문자 인식(OCR) 기술을 사용했어요.


그런데 명함은 회사마다 폰트나 크기가 제각각이라 이 기술로는 정확한 데이터 인식이 어려웠어요. 그래서 리멤버는 ‘수기 입력’을 택했어요. 초반에는 우리 직원들이 일일이 가입자들이 올리는 명함 정보를 입력했는데, 최근엔 리멤버의 타이피스트 500명이 입력하고 있죠. 여기에 머신 러닝 기술을 접목해 자동 입력 기능을 더했어요.


또 OCR도 함께 활용하고 있어요. 시간이 지날수록 우리가 갖고 있는 데이터가 쌓여 가능했습니다. 정확도는 99.9%에 달하고 7월 기준 누적 처리 명함이 1억 장에 이르렀어요.”


-명함 데이터를 보관하고 있다면 혹여 개인 정보 유출에 대한 우려가 있지 않나요.


“리멤버는 타이피스트가 누가 어떤 명함을 찍어 올리는지 전혀 알 수 없는 구조예요. 타이피스트 한 분이 명함 한 장에 대한 정보를 모두 올리는 게 아니에요.


이름 따로, 메일 따로, 휴대전화 번호 따로 각기 다른 타이피스트가 입력한 후 합치는 거죠. 명함 이미지를 ‘파편화’한다고 할까요. 또 우리가 갖고 있는 데이터베이스는 암호화해 보관하고 있어요.”
“온라인 명함첩으로 숨은 인맥 찾아드려요”
-‘리멤버’의 사용층은 사원·대리보다 부장급 관리자가 더 많다고 들었습니다.


“리멤버 사용층을 보면 모든 연령대로 골고루 분포돼 있어요. 2030의 사용률이 높은 다른 앱들과는 조금 다르죠. 직군은 사원과 대리급이 15%의 점유율을 차지하는데 부장·임원·대표는 각각 20%로 비율이 더 높아요. 또 영업·마케팅·기자 등 외근이 잦은 직군이 많이 사용해요.


물론 요즘 가입자의 분포를 살펴보면 하위 직급이나 연령대로 번지고 있어요. 아마도 팀장이나 임원들이 입소문을 낸 게 아닐까 싶어요. 회사 차원에서도 리멤버 가입을 독려한다고 해요.


특히 사람을 만나는 영업팀의 명합첩은 곧 자산이나 다름없어요. 팀끼리 명함을 공유할 수도 있고요. 명함 관리가 곧 ‘업무’인 직군들엔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좋은 방법이죠.”


-리멤버의 수익 모델은 어떻게 구축하고 있나요.


“명함 관리 자체로는 수익을 내고 있지 않아요. 앞으로 명함첩을 만들어 놓고 개개인이 필요한 비즈니스 네트워크를 찾으려고 할 때 수익을 낼 수 있는 모델을 찾으려고 해요.


예를 들어 광고를 제작하고 싶은 회사라면 광고 대행사 직원의 연락처가 필요하겠죠. 이처럼 자신의 신상 정보가 남들에게 읽히길 원하는 직군에서 수익을 창출할 수 있을 거라고 봐요.


B2B(Business to Business) 거래도 마찬가지죠. 이러한 모델은 지난해 이미 테스트를 마쳤어요. 비즈니스에서 생길 수 있는 ‘숨겨진 네트워크’를 찾아주는 게 주목적이에요.”


-첫 해외 진출 시장으로 일본을 택한 이유가 있나요.


“6월 일본에서 리멤버 서비스가 ‘마이브릿지’라는 이름으로 출시됐어요. 일본은 한국과 비슷하면서 더 엄격한 명함 예절을 갖고 있어요. 한 가지 예로, 한국에서 일본 지사로 파견된 경력자에게 명함 예절을 다시 교육시켰다고 해요. 신입도 아닌 7년 차 직원인데도요.


일본에서는 명함을 주고받지 않는 미팅은 존재하지 않고 받은 명함도 상당히 신경 써 관리하는 편이에요. 이런 문화적 배경 때문에 일본에서 ‘리멤버’ 서비스가 강점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향후 리멤버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저는 한국의 ‘링크트인’으로 리멤버가 자리 잡기를 원해요. 서구권에선 일상적인 링크트인 서비스가 아시아권에서는 활발하지 못해요. 그 이유는 문화적 차이예요. 이력서를 기반으로 자신을 어필하는 것에 아직 익숙하지 않죠. 누군가가 자신의 프로필을 열람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는 것도 부담스러워 해요.


그 대신 한국에서는 명함 문화가 보편화돼 있어요. 직급을 중시하고 명함을 주고받는 게 비즈니스의 예절이기 때문이죠. 따라서 이력서가 아닌 명함 기반의 비즈니스 네트워크 구축이 한국에서 필요하다고 봐요.


리멤버는 더 많은 사용자를 확보하는 데 주력할 계획이에요. 비즈니스 네트워크를 모아 두는 데 그치지 않고 사용자가 필요한 사람을 바로바로 찾을 수 있는 플랫폼으로 진화하는 거죠. 아예 새로운 인맥도 형성할 수 있고요. 한국의 모든 직장인들의 ‘리멤버’를 쓰는 날을 꿈꾸고 있어요.”


mjlee@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185호(2018.08.13 ~ 2018.08.19)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