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경제 심층 분석]
-빙산 녹아 항로 개척·자원 개발 가능해져…각국 선점 프로젝트 활발히 추진
북극 개발 둘러싼 ‘글로벌 신영토 경쟁’



[한상춘 한국경제 객원논설위원 겸 한국경제TV 해설위원] 지구촌이 온통 폭염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북극의 얼음이 예상보다 빠르게 녹으면서 북극의 항로와 자원을 개발하기 위한 각국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종전에는 북극의 두꺼운 얼음 층과 빙산 충돌 위험 때문에 북극항로를 이용하고 자원을 개발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최근에는 지구온난화의 가속화로 북극의 빠른 해빙으로 북극해 항로 통과 수송과 함께 자원 개발 가능성이 높아져 북극항로의 상업적 개설이 10년 이내로 앞당겨질 전망이다.


◆북극 통한 해상 수송 수요 급증 전망

현재 각국은 북극의 자원 개발 프로젝트를 활발하게 추진하고 있어 중·장기적으로 북극해 자원 개발로 생산될 자원의 해상 수송 수요가 급격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극항로가 활성화되면 컨테이너 화물 해상 운송 체계의 지각변동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지금까지 세계경제의 공산품 이동을 주도하고 있는 나라는 미국·북유럽·일본·중국 등이다. 컨테이너 화물의 주도적인 생산지와 소비지가 모두 지구 북반구 지역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 컨테이너 화물을 운송하는 선박들이 북극해를 항해할 수 없었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거리 효율이 떨어지는 수에즈 운하를 이용하는 장거리 물류 체계가 형성돼 왔다.

하지만 북극항로가 활성화되면 동북아와 북유럽 지역 간 화물수송 체계가 수에즈 운하를 경유하는 네트워크에서 북극해를 경유하는 북극 네트워크로 전환될 수 있다. 특히 북극항로는 △북극 신흥 광구에서 생산된 자원의 수송량 증가 △해빙으로 사라지는 영구 동토충 위에 설치된 기존의 지상 파이프라인을 대체할 해상운송 물량 증가라는 두 가지 면에서 북극 자원 해상 수송량을 확대할 전망이다.

또한 북극해가 녹는다는 사실은 새로운 해로의 개통은 물론 북극해의 자원 개발이라는 또 다른 이슈를 제기되고 있다. 인류의 마지막 보고라고 말할 정도로 이 지역에는 무한한 자원이 매장돼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2020년 무렵에는 세계 어획량의 37%가 북극해에서 이뤄질 전망으로 에너지·식량 문제에 처한 상황에서 ‘신북극 시대’가 도래할 것으로 예상된다. 해빙과 함께 석유·가스의 탐사와 시추 기술이 발달하면서 북극 지역에 매장된 자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북극 지역에는 전 세계 미발견 석유·가스 자원량의 22%에 해당하는 4120억 배럴이 매장돼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러시아·알래스카·캐나다·북서지역·노르웨이 등 연안국을 중심으로 여러 대형 매장지가 개발돼 생산단계에 진입했다.

북극에는 화석연료 외에도 고부가 가치의 광물자원과 한류성 수산자원이 풍부하다. 2조 달러 상당의 철광석·구리·니켈 등과 함께 금·다이아몬드·은·아연 등 고부가가치의 광물자원이 풍부하고 한류성 어류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그린란드에는 희소금속을 비롯해 매장 광물자원의 종류와 양이 풍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앞으로는 해빙 기간과 지역이 확대되면서 북극 지역 자원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밝혀진 원유 매장량의 84%가 현재 개발이 진행되고 있는 연안이 아니라 먼 바다 지역에 있는 만큼 해빙의 진전 및 과학기술의 발전 등은 유전 부존 지역을 북쪽으로 확대하고 채굴이 가능한 자원도 더욱 늘어나게 할 전망이다.

특히 북극 지역의 원유 생산비용은 배럴당 20~60달러 수준으로 두바이유나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시세를 밑돌아 가격 경쟁력이 있다는 평가다. 이미 미국·캐나다·러시아·노르웨이·덴마크 등 북극 연안 5개 국가는 북극 자원 개발을 선점하기 위해 국가 차원의 개발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북극항로가 가시권에 들어오면서 북극해 인접 국가들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연안국 중 가장 적극적으로 탐사 개발에 참여하고 있는 러시아는 ‘북극 지역 전략 자원 기지 전환(남진정책)’을 공식화했다. 블라디보스토크항과 무르만스크항을 개발할 계획이고 200 8년부터 북극항로 3단계 개발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한·중·일 북극이사회의 정식 옵서버 참여

노르웨이·아이슬란드·독일·덴마크 등 유럽 국가들도 북동항로(NSR) 선점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노르웨이는 북극해 자원 개발과 함께 ‘노르딕 바렌츠’호 운항에 성공해 북동항로의 운항 여건과 경제성 분석 등에 대한 자료를 축적했다.

아이슬란드는 지리적으로 북동항로의 유럽 측 입구에 자리해 있어 유리한 상황으로 허브 항만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중국·일본·한국 3국은 북극이사회의 정식 옵서버국이 되면서 경쟁이 치열하다. 중국은 북극 탐험과 개발 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새로운 쇄빙선 건조를 마쳤다. 일본도 1980년대부터 민간 중심의 북극해 연구가 활발했고 북극권을 자원 개발 중점 지역으로 개발하는 5개년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북극권 개발과 관련된 국제사회의 움직임을 고려하면서 러시아와의 협력 확대를 모색해야 할 시점이 됐다. 즉 △북극항로 개설과 관련한 쇄빙 상선 △항만 정비 등 관련 인프라 건설 △북극권 내 조립주택 사업 등 러시아의 북극권 개발과 관련된 수요 증대에 미리 대비해 나가야 한다.

한국은 2013년 5월 북극 개발을 주도하는 국제기구인 북극이사회의 정식 옵서버 자격 획득에 성공했다. 정식 옵서버 지위는 북극이사회 회의에 참석해 △각종 규범 정립 △북극항로 및 북극 자원 개발 △환경보호 △북극 개발 관련 프로젝트 등에 대해 의견을 개진할 수 있다.

현재 정부는 자원개발·플랜트·해상운송·조선·수산업 등 파급효과가 높은 산업을 중심으로 국내 기업의 북극 개발 참여 기회를 높이려고 노력하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국제협력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연구 활동을 강화해 북극 진출을 준비하고 있고 △북극 공동 연구 확대를 위한 다산기지 규모의 확충 △북극항로 개척 지원 △북극해 연구 진흥 등을 위해 제2의 쇄빙 연구선 건조 등을 검토하고 있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185호(2018.08.13 ~ 2018.08.19)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