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포화에 인력난까지 겹쳐…피트니스센터·간병시설 설치도
매출 꺾인 日편의점, 생존 해법 찾기 ‘안간힘’
[한경비즈니스=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 대학원 교수] 편의점의 변신은 무궁무진하다. 나날이 진화를 반복하며 치열한 경쟁에서 생존을 모색한 결과다.


일본 편의점이 채택한 서비스는 고정관념을 완전히 파괴했다. 성장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선 기존 체제로는 어렵기 때문이다. 승승장구하던 매출은 지난해 10년 만의 감소세로 접어들었다. 위협적인 경쟁 때문이다. 약국·통판(인터넷)은 확대되는데 인구 감소로 고객 규모는 줄어들었다.


◆혁신적 서비스 필요하지만 부족한 일손


당장 경쟁 상대의 도전이 매섭다. 기존 점포는 새롭게 오픈하는 신규 라이벌이 부담스럽다. 코앞에 새로운 편의점이 개점해 100m 안에 2~3개가 일반적이다. 우후죽순 늘어나는 편의점 개점 행렬뿐만 아니라 이종 점포의 도전장도 잦다. 드럭스토어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약뿐만 아니라 다양한 상품을 파는 대형 점포의 신규 출점이 대표적이다.


사실상 슈퍼마켓처럼 여러 가지를 내다 파는 무서운 라이벌이다. 편의점의 주력 상품인 도시락에 특화된 가게는 물론 신선식품을 강조한 소매 점포도 적지 않다.


매일 편의점을 찾던 단골손님도 사라지고 있다. 손님 뺏기에 성공한 곳은 인터넷 쇼핑이다. 저가 공세와 배달 편리에 힘입어 일상 용품을 인터넷으로 주문하는 이가 늘어났다. 당장 필요한 게 아니면 편의점은 선호하는 구매 장소가 아니다.


신규 서비스를 선보이려고 해도 일손 부족이 장벽이다. 가령 점원이 직접 조리해 바로 제공하는 먹거리는 높은 인기에도 불구하고 확장하기 어렵다. 조리 상품을 늘리면 인터넷에 비해 상당히 매력적이지만 일손 부족이 뒷덜미를 잡는다.


편의점은 현재 5만7000개가 넘는다. 4만 개를 돌파하며 거센 포화 논쟁을 불러왔던 2000년대 이후에도 꾸준한 확장세다. 한쪽에선 폐점하고 다른 곳에선 신규 개점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 결과적으로 시장이 성장했다.


하지만 편의점업계는 위협적인 상황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3만~4만 개까지는 기업의 노력으로 넘어설 수 있다지만 그 이상 증가하면서 사실상 난립 상태란 게 공통적인 평가다. 입지가 좋은 곳이라면 이미 거의 모두가 출점한 상태다. 그 와중에 일손 부족마저 겹치자 존립 자체가 어려워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편의점의 존재 가치는 충분하다. 시대의 변화를 발 빠르게 읽고 대응했다. 그 결과 고객들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역으로 알려주는 장소로 인식된다. 관건은 변화의 대응력이다. 버블 붕괴 이후 백화점·슈퍼마켓과 달리 매출을 늘리며 지속 성장을 꾀한 경쟁력을 가졌다.


향후 인구구조는 생각보다 드라마틱할 것으로 전망된다. 단순한 저출산·고령화뿐만 아니라 인구 감소와 맞물린 여성 경제력의 증진 등이 예상된다. 이 변화를 어떻게 주도할지가 관건이다. 변화의 일선에 몰린 대응 전략에 다른 업계가 관심을 갖는 이유다.


일례로 패밀리마트는 2018년 2월 24시간 피트니스센터 병설 점포(Fit&Go)를 개점했다. 편의점처럼 일상생활에서 손쉽게 운동하자는 취지다. 월 7900엔을 내면 24시간 365일 운동할 수 있다. 운동 전후 필요한 아이템뿐만 아니라 음료 등도 구비한다.


강사 옵션도 제공하며 전용 애플리케이션(앱)만으로 따라할 수 있도록 했다. 주간에는 1명의 트레이너를 배치하고 야간에는 매뉴얼대로 운동할 수 있다. 2층이 없는 교외 점포엔 주차장 등 별도 공간을 만들어 최대 고민인 집객 효과를 극대화한다. 2040세대의 운동 수요를 자극하면 고객 확대에 청신호가 켜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매출 꺾인 日편의점, 생존 해법 찾기 ‘안간힘’
◆고령화·해외진출·무인점포, 미래 편의점의 모습


세븐일레븐은 자전거 공유 모델(Hello cycling)로 신사업 출사표를 던졌다. 소프트뱅크와 협업한 자전거 대여·반납 주차장을 편의점에 설치하기로 했다. 2017년 11월 시작했는데 올해 안에 1000개 점포, 5000대 자전거로 확대할 예정이다.


앱으로 검색하면 자전거의 이용 예약·결제까지 한 번에 가능하다. 15분에 60엔이고 자전거에 위성항법장치(GPS) 기능을 탑재해 어디서든지 편리하게 사용하도록 했다. 수록된 위치 정보를 토대로 편의점에서 사용할 수 있는 쿠폰을 배포해 매출로도 연결시킨다.


직접적인 매출 증대뿐만 아니라 환경보호, 지역 활성화, 건강 증진 등의 가치 창출도 강조된다. 회사에 따르면 공유 자전거 거점 점포는 내방객이 평균 2% 정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3위 로손의 위기는 더욱 심각하다. 로손은 고령사회의 확대 기조에 편승해 간병 시설을 점포 내부에 도입했다. 전문 업체와 제휴, 간병 상담이 가능한 케어 거점 병설 점포(케어로손)라는 승부수다. 2015년 1호점 오픈 이후 30개 이상으로 확대 중이다. 고령화와 건강 지향성이 높아지면서 간병 편의점을 차세대 비즈니스 모델 후보로 삼았다.


그뿐만 아니라 지역 주민의 교류 장소로 살롱 공간을 설치해 자연스레 간병 수요를 자극한다. 간병식과 간병 용품 등에 특화된 진열 전략도 세웠다. 중간 평가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 등 기존 창구의 높은 행정 문턱과 달리 물건 사듯 간단하게 들를 수 있어 효과가 좋고 동네 사랑방처럼 여겨져 이벤트 개최 등에도 유리하다.


편의점업계의 공통적인 생존 키워드는 가계 금융자산의 60%를 독점한 60대 이상 ‘고령 인구’다. 고령 인구의 파워풀한 구매 확대에 힘입어 새롭게 형성된 ‘편의점=고령자’의 등식이다. 30년 전 한 자릿수도 안 되던 50대 이상 고객이 지금은 30~40%까지 높아졌다. 어른의 눈높이에 맞춘 상품·서비스가 대거 진열되면서부터다.


‘해외’라는 키워드도 대안으로 급부상한다. 블루오션을 찾자면 적어도 포화 논쟁이 없는 해외시장이 제격이기 때문이다. 일본산 특유의 고품질 경쟁력도 해외에선 먹힌다.


일손 부족 해소 차원에서는 ‘무인화’가 거론된다. 계산 직원이 없고 손님이 직접 상품 바코드를 찍고 결제하는 형태다. 점원은 계산대가 아닌 다른 곳에 배치된다. 신선 재료를 직접 조리해 제공하는 음식 담당이다. 포장마차처럼 차별 서비스를 제공하자는 판단에서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185호(2018.08.13 ~ 2018.08.19)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