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안 서비스 거점’ 된 편의점…버튼 하나로 괴한에게 쫓기던 여성 구해 [한경비즈니스=최은석 기자] 지난 4월 27일 새벽 1시께 경기도 시흥의 한 CU 편의점에 20대 여성이 울면서 뛰어들어 왔다. 여성은 “처음 본 남성이 흉기를 들고 계속 쫓아온다”며 매장 근무자에게 도움을 청했다.
근무자는 여성을 안심시킨 후 매장 문을 열고 밖을 살폈다. 매장 안을 살피던 한 남성이 황급히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여성이 다시 위험에 빠질 수 있다고 판단한 근무자는 ‘긴급 신고 시스템’을 통해 경찰 출동을 요청, 여성을 무사히 귀가시킬 수 있었다.
전국의 편의점들이 ‘치안 서비스 거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버튼 하나만 누르면 경찰청 등에 즉시 신고가 접수되는 시스템 덕분이다.
편의점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은 지난해 6월 결제 단말기(POS)에 긴급 신고 기능을 추가한 ‘POS 긴급 신고 시스템’을 업계 최초로 도입했다. 전국 1만3000여 개 매장에 적용된 이 시스템은 긴급 상황 발생 시 경찰은 물론 고객센터·가맹점주에게 다중 신고가 가능하다.
BGF리테일은 과거 매장 근무자의 안전을 위해 전화 수화기를 수 초간 들고 있으면 인근 경찰서에 자동 신고되는 ‘한달음시스템’을 운영했다. 하지만 이 시스템은 잘못된 신고 비율이 90%에 달했다. 통화 중이던 근무자가 고객 응대를 위해 수화기를 잠시 내려 둔 사이 신고가 접수되는 사례가 빈번했다.
BGF리테일은 오신고율을 낮추기 위해 경찰청 및 ‘범죄예방환경설계(CPTED)’ 전문가 등과 머리를 맞대 단순·표준화한 신고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었다. 새 시스템 도입 후 불필요한 신고 비율은 80% 가까이 줄었다.
BGF리테일과 경찰청은 매장 근무자에 대한 교육을 통해 오신고율을 한 자릿수로 낮춰 나갈 계획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경찰청과 CU가 함께 구축한 긴급 신고 시스템은 편의점 근무자는 물론 지역민의 안전에도 기여하는 ‘지역사회 안전망’ 구축의 대표적 사례”라며 “전국 모든 편의점에 관련 서비스가 확대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GS리테일(GS25)과 코리아세븐(세븐일레븐)은 한달음시스템 등을 운영 중이다.
◆길 잃은 아이의 부모 찾아주기도
편의점이 미아나 치매 환자 등의 보호자를 찾아주는 사례도 늘고 있다. 지난 7월 18일 오후 6시 30분께 다섯 살 여자 아이가 남동생과 함께 전북 익산의 한 CU 매장에 울면서 들어왔다. 남매는 “길을 잃었다”며 매장 근무자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매장 근무자는 남매에게 사탕을 건네며 안심시킨 후 긴급 신고 시스템으로 112에 신고했다. 결제 단말기에 설치된 ‘미아 찾기 시스템(아이 CU)’을 통해 아이들의 이름과 옷차림 등의 정보를 등록하기도 했다.
신고를 접수한 경찰이 매장을 찾아와 아이들과 대화를 나누는 사이 관련 사항을 파악한 보호자가 도착해 아이들과 함께 무사히 귀가할 수 있었다. CU의 미아 찾기 시스템은 매장 근무자가 미아의 이름과 인상착의 등의 정보를 결제 단말기에 입력하면 관련 정보가 경찰과 전국 CU 매장에 실시간 공유되는 게 특징이다.
김완우 BGF리테일 운영지원본부장은 “만약 아이를 잃어버렸다면 112 신고는 물론 가까운 CU 매장에 들어가 미아 찾기 시스템 정보를 확인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며 “올해 5월 해당 시스템 도입 이후 약 두 달 만에 20명 정도의 어린이와 치매 환자, 지적장애인 등을 보호자에게 무사히 인계하는 성과를 내고 있다”고 강조했다.
BGF리테일은 또한 ‘장기 실종 아동’을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내기 위해 경찰과 협업하고 있다. 지난 6월부터 부산지방경찰청이 제작한 ‘장기 실종 아동 예측 몽타주’를 전국 매장의 계산대 모니터 등을 통해 안내 중이다.
◆‘한강 공원 안전 지킴이’ 자처
편의점 GS25를 운영하는 GS리테일은 한강 인근 매장들을 ‘한강 공원 안전 지킴이’로 바꿔 나가고 있다.
GS리테일은 최근 각 한강 공원에 들어선 6개 점포(한강양화 1·2호점, 한강이촌 1·2호점, 한강잠원 1·3호점)에 위급 상황 시 필요한 자동심장충격기를 설치했다. 또한 ‘심폐소생술 국민운동본부’ 강사를 초빙해 6개 점포 근무자 30여 명을 대상으로 심폐소생술과 자동심장충격기 관련 교육을 실시했다. GS리테일은 여성과 아동 등이 한강에서 위험에 처했을 때 GS25 한강 편의점을 대피처로 이용할 수 있도록 각 매장에 ‘여성 아동 안심 지킴이집’ 안내 스티커를 부착하기도 했다.
각 매장에 무선 비상벨을 만들어 경찰청·지구대와 비상 연락 체계를 구축하고 한강 주변을 살필 수 있는 CCTV를 추가로 설치해 시민들이 안심하고 휴식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는 게 GS리테일의 설명이다.
김재호 GS리테일 상생협력팀장은 “편의점은 과거 24시간 단순 소매점을 넘어 사회 안전망의 허브로 진화해 나가고 있다”며 “사회공헌형 편의점으로서의 역할을 선도해 나갈 수 있도록 앞으로도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choies@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185호(2018.08.13 ~ 2018.08.19)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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