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 끝내고 수익성 확보로 궤도 바꾼 ‘도료 빅5’…노루페인트의 경쟁력 ‘으뜸’
[정리=한경비즈니스 이홍표 기자]
먼저 도료 수요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 단기적인 부침은 있겠지만 국내 도료 수요는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판단된다. 건축용 도료는 아파트 신규 분양 물량의 변동성을 상업용 건축물과 재도장 시장이 상쇄해 주고 있다. 선박용 도료는 2017년부터 시작된 신규 수주 회복이 시차를 두고 도료 수요로 연결될 것으로 예상된다. 자동차용 도료는 수입차 판매 호조에 힘입어 고급 보수용 도료 시장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마련 중이다. 철강용 도료는 국내 컬러 강판 시설 증설과 고부가가치화 바람을 타고 수익성이 개선되고 있다.
◆하반기 판매가 인상 예정
판매가 인상도 시작됐다. 도료사들이 시장점유율을 높이는 전략에서 수익성을 높이는 전략으로 궤도를 수정하고 있다. 2015년 이후 종합 도료사들은 주택 경기 호조로 수요가 늘어난 건축용 도료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이를 통해 각 사의 매출은 늘어났지만 수익성은 급격하게 나빠졌다.
최근 원재료 가격 상승과 국내외 환경 규제로 생산원가가 급등하면서 도료사들이 다시 판매 가격 인상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지난해와 올해 각각 한 차례씩 제품 가격을 인상했고 하반기에도 추가 인상할 계획이다.
또한 도료사들은 고부가가치 제품으로의 전환을 빠르게 추진하고 있다. 휘발성유기화합물(VOCs) 저감 정책으로 도료의 유기용제 사용량을 줄이려는 노력이 강화되고 있다.
건축용 도료에서는 2017년 건축자재에 대한 사전 적합 확인 제도가 도입된 가운에 친환경 도료 판매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공업용 도료에서는 물을 용제로 사용하는 수혜 도료, 용제를 쓰지 않는 분체 도료와 UV 도료의 적용 분야가 확대 중이다. 이런 변화들은 도료의 고부가가치화와 연구·개발(R&D)의 설비투자 여력을 갖춘 종합 도료사의 경쟁 우위 강화를 촉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분체도료·UV도료 등 고급 제품 인기
DB증권은 노루페인트·조광페인트·강남제비스코·삼화페인트 등 종합 도료사 4개를 분석했다. 종합 건축자재 기업인 KCC를 포함해 5대 종합 도료사는 국내 도료 시장의 약 80%를 점유하고 있다. 이 중에서 DB증권은 자동차·조선·철강용 도료에서 강력한 경쟁력을 가지고 있고 사업 전 부문에서 고르게 성장하고 있는 노루페인트를 최선호 종목으로 제시한다.
노루페인트는 어려운 업황에서도 영업망 확대와 신제품 대응 능력을 바탕으로 두 자릿수 매출 성장을 시현 중이다. 건축용 도료 시장에서도 B2B와 B2C 양 시장에서 모두 점유율을 높여 가고 있다. 원가율 통제도 종합 도료사 4사 중 가장 뛰어나다. 전 사업 부문의 매출 신장으로 판가 인상 과정에서 노루페인트가 가격 결정권을 발휘할 가능성이 높다. 안양 공장 이전 이슈와 맞물려 토지 자산 가치가 높아질 수도 있다는 점 역시 매력적이다.
조광페인트는 선박용 도료를 생산하는 관계사 조광요턴의 실적 기여도가 크다. 조선업 신규 수주가 늘어나면 실적이 크게 개선될 수 있다. 건축자재와 가전 도료의 친환경 바람을 타고 유기용제가 필요 없고 생산성이 우수한 분체 도료와 UV 도료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2017년 기준 UV 도료를 포함한 특수 도료 및 기타 부문 매출이 총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45%에 이른다. 다만 단기 수익성 저하와 설비투자 지속으로 재무 안전성은 다른 종합 도료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다. 음성 공장의 증설로 차입금도 늘어날 여지가 있다.
강남제비스코는 종합 도료 4사 중 가장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자랑한다. 강남제비스코는 1000억원에 달하는 순현금을 보유 중이다. 또 강남화성·강남에이피아이와 같은 우량 관계사에서 꾸준히 지분법 이익이 발생하고 있다. 장부가치 724억원에 이르는 토지 자산이 주가 움직임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대규모 설비 증설로 현금이 다소 소진됐고 지난해 자동차 고객사의 클레임이 매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 불확실성으로 작용한다,
삼화페인트는 건축용 도료의 실적 민감도가 상대적으로 높다. 모바일 기기 도료를 생산하는 베트남 법인의 폭발적인 성장에 힘입어 2012년부터 2014년 사이에 높은 성장률을 보여 줬다. 하지만 이후 베트남 법인 매출 감소와 주력 사업부문인 건축용 도료 경쟁 심화로 4사 중 유일하게 2년 전 대비 매출액이 감소했다. 실적이 개선되기 위해서는 건축용 도료의 점유율 회복과 베트남 법인 정상화가 매우 중요하다. 어려운 환경에서도 매출액의 4% 정도의 R&D에 투자할 만큼 기술력에 공을 들이고 있다는 점이 역전의 발판이 될 수 있다hawlling@hankyung.com
[용어 설명]
UV 도료 : 자외선 램프와 전자빔으로 빛을 가해 경화시키는 도료를 의미한다. UV 도료는 열로 경화시키는 일반 도료에 비해 에너지를 절감할 수 있고 열에 약한 목재·PVC·종이 등에 적용하기가 쉽다. 또 경화 반응이 순간적으로 이뤄져 생산성이 뛰어나다. 반면 가격이 비싸고 컬러 표현이 제한되며 굴곡이 있는 표면에는 적용하기가 어렵다.
분체 도료 : 가루 형태인 분체 도료는 제조 과정에서 공업용 폐수가 발생하지 않는 친환경 제품이다. 모양이 복잡하거나 대면적인 곳에 쉽게 칠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최근 자동차 휠과 수도용 파이프 등의 코팅 수요 증가로 분체 도료 판매가 늘어나고 있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186호(2018.08.20 ~ 2018.08.26)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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