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날 사람은 떠나기 마련…부하를 ‘사랑’하는 상사보다 ‘성공’하도록 돕는 상사 돼야
[신현만 커리어케어 회장] Q.= 최근 들어 직원 몇 명이 회사를 떠났습니다. 평소에도 직원들의 이직에 신경이 쓰였는데 이번에 떠난 직원들은 구성원들로부터 유능하다고 평가받아 왔기 때문에 몹시 속상합니다. 그동안 직원들의 이직으로 힘들어 하던 선배 본부장들을 볼 때마다 “대수롭지 않은 일 가지고 왜 저러는지 모르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제가 본부장을 맡고 보니 직원이 이직할 때마다 본부장들이 왜 그렇게 낙담했는지 이해가 됩니다.
저는 “직원의 이직은 회사를 떠나는 것이 아니라 상사를 떠나는 것”이라는 말을 자주 들었습니다. 이 때문에 본부장을 맡은 이후 직원들의 이탈을 막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해 왔습니다. 가능하면 직원들의 자율성을 존중했고 업무에 몰입할 수 있도록 업무 환경을 꾸준히 개선해 왔습니다. 또 직원들과 자주 소통하면서 회사의 비전과 현재 상황을 공유하려고 애썼습니다. 그런데도 조직에서 중추적 역할을 하던 직원까지 회사를 떠나고 있습니다. 제 리더십이나 조직 운영 방식에 무슨 문제가 있는 걸까요. A.= 직원이 회사를 떠나면 조직의 책임자는 물론이고 선배와 동료들까지 우울해집니다. 한동안 마음에 상처를 입고 업무 의욕을 잃는 사람도 있습니다. 특히 조직원들의 이탈 규모가 크거나 조직의 핵심 인재가 이직하면 조직 책임자는 자신의 리더십이나 조직 운영 방식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의문을 갖게 됩니다. 갑자기 자신감을 상실해 무기력해지기도 하고 심한 자책감에서 벗어나지 못해 활동에 어려움을 겪기도 합니다. 아무리 탁월한 리더십으로 조직을 잘 이끌더라도 조직원의 이탈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조직 책임자는 거의 없을 겁니다.
직원의 이직에 상사가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세계적으로 그동안 많은 연구를 통해 입증됐습니다. 갤럽연구소가 세계 직장인 100만 명과 관리자 8만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유능한 직원들이 회사를 떠나는 가장 큰 이유는 직장 내 인간관계 갈등이었습니다. 각종 연구 조사를 보면 이직자 중 절반 이상이 상사와의 관계 때문에 직장을 그만두는 것으로 나타납니다. 직원이 떠나거나 남는 이유의 상당 부분이 상사와 관련돼 있다는 뜻입니다.
◆상사의 리더십과 이직률 연관성 없다
귀하가 들은 대로 직원들은 회사가 아니라 상사가 싫어 이직한다는 것이 기업 경영자들에게 거의 상식으로 통합니다. 이 때문에 기업들은 유능한 직원을 떠나보내지 않으려고 항상 관리자의 리더십을 어떻게 강화할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기업이 구글입니다. 구글은 ‘직원이 사직서를 낸다면 그것은 회사를 떠나는 게 아니라 나쁜 관리자를 떠나는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여러 차례 체계적인 실험과 분석을 한 결과 최고의 관리자 밑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최악의 관리자를 모시는 직원들에 비해 좋은 성과를 거둘 뿐만 아니라 이직률도 낮다는 사실을 발견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직원이 떠나는 게 모두 관리자의 잘못 때문만일까요. 유능한 관리자가 이끄는 조직에서는 직원의 이탈이 없을까요.
라비 가젠드란과 디파크 소모야 일리노이대 교수가 다국적 정보기술(IT) 기업 직원 7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는 전혀 다른 시각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조사에서 리더가 훌륭하든 나쁘든 상관없이 직원들은 비슷한 비율로 회사를 떠났습니다. 상사의 리더십과 직원의 이직은 큰 관련이 없었던 겁니다. 수미타 라그후람 펜실베이니아대 교수가 인도의 글로벌 IT 회사 직원 722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왔습니다. 이 조사에서 상사의 리더십이 좋더라도 직원의 이직을 막을 수 없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리더십이 훌륭한 상사 밑에서 일하고 있는데도 직원들이 회사를 떠나는 데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하나는 좋은 상사 밑에서 일하면 유능한 직원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는 겁니다. 업무 역량이 빠르게 커진 직원들은 다른 기업들로부터 영입 제안을 많이 받게 됩니다.
또 하나는 상사의 지원과 격려 덕분에 직원들이 더 큰 역할과 더 많은 연봉이 주어지는 것에 도전하려는 꿈을 꾸게 됩니다. 그런데 이런 생각을 하는 직원들은 대부분 그 도전의 대상을 회사 밖에서 찾습니다. 훌륭한 리더십을 갖춘 상사는 이렇게 부하 직원들로 하여금 더 큰 물에서 놀고 싶다는 희망을 품게 만듭니다. 좋은 상사 밑에서 교육 훈련을 받아 역량이 커진 직원들이 더 넓은 세상에 나가 자신의 역량을 발휘하고 가치를 확인받고 싶은 소망을 갖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이 연구 조사들이 발표되자 세계의 수많은 관리자들은 일단 가슴을 쓸어내렸습니다. 관리자들은 그동안 직원의 이직을 모두 자기 탓으로 생각해 왔기 때문입니다. 대부분의 경영진도 이직의 책임을 관리자에게 돌려 왔습니다. 조직의 책임자들은 직원들의 잦은 이직 때문에 가슴에 ‘주홍글씨’를 달고 직장 생활을 해야 했는데, 이 연구 조사가 주홍글씨를 없애준 셈이니 얼마나 가슴이 후련했겠습니까. 직원을 이직하게 만든 자신을 나쁜 관리자라고 생각했는데 좋은 관리자도 직원을 그만두게 한다니 큰 위로가 된 겁니다.
◆관리자가 직원 이직을 결코 못 막아
이렇게 어떤 관리자가 조직을 이끌더라도 직원들의 이직은 막기 어렵습니다. 나쁜 관리자는 직원들에게 지속적으로 퇴출 압력을 높이지만 좋은 관리자 역시 직원들에게 더 넓은 세상에서 더 높은 곳에 도전하려는 욕구를 자극해 이탈 압력을 끌어올립니다. 관리자가 아무리 뛰어나도 조직원들이 느끼는 답답함을 해소해 주기 어렵습니다. 다시 말해 기업이나 사업이 직원의 꿈과 희망과 열정을 담아낼 수 없다면 관리자가 아무리 노력해도 직원들의 이직을 막을 수 없는 겁니다.
그런 점에서 직원의 이직에 관리자가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분명하지만 직원 이직의 책임을 전적으로 관리자에게 돌리는 것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직원의 이직 사유가 때로는 관리자의 리더십 범위를 벗어난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귀하도 직원의 이직에 대해 너무 자책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직원들이 나쁜 관리자로부터 벗어나려고 도망치듯이 회사를 떠난 것이 아니라 더 높은 곳에 도전하기 위해 회사를 떠난 것이라면 귀하의 리더십이나 조직 운영 방식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닐 테니까요.
더구나 귀하가 몸담고 있는 회사나 사업이 업종이나 직무의 특성상 이직률이 높은 곳이라면 귀하가 직원의 이직에 그렇게 마음을 쓰지 않아도 됩니다. 일반적으로 제조업이나 유통업처럼 조직 지향성이 강한 곳에서는 조직원의 이직이 그리 많지 않습니다.
그에 비해 변호사·의사·약사·변리사·회계사·컨설턴트처럼 직무 지향성이 강한 사람들이 모인 곳에서는 직원들이 이직을 쉽게 결정합니다. 또 팀으로 일하기보다 혼자 일하는 곳에서, 안정보다 성과를 놓고 경쟁이 치열한 곳에서 조직원들의 이직이 더 잦습니다.
이 때문에 직원의 이직 문제를 다룰 때 회사의 사업적 특성과 기업 문화를 충분히 감안해야 합니다. 특히 ‘누가 회사를 떠났고 왜 떠났는지’보다 ‘얼마나 많은 직원이 이직했는지’에 관심을 두는 것은 이직 문제를 해결하는 데 큰 도움이 안 됩니다. 떠나는 사람이 많아도 핵심 직원들이 남아 있다면 큰 문제가 되지 않을 수도 있고 한두 명이 나가도 그가 조직에서 중추적 역할을 하는 사람이라면 걱정할 수밖에 없으니까요.
많은 관리자들은 직원의 이직 때문에 마음을 씁니다. 하지만 직원의 이직은 자연스러운 현상이고 막을 수도 없습니다. 따라서 관리자는 직원의 이직에 너무 연연해하지 말고 자신감을 갖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조직을 이끌고 성과를 창출해 나가야 합니다.
저는 가끔 기업에서 관리자들이 일 잘하는 사람들을 붙잡아두고 그들이 자신을 위해 일하도록 만들기 위해 그들의 마음을 사려고 애쓰는 모습을 볼 때가 있습니다. 역량이 출중한 인재, 조직이 성과를 창출하는 데 중심적 역할을 하는 직원을 잡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은 존경스럽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안쓰럽기도 합니다. ‘저렇게 한다고 직원이 조직에 남는 것도 아닌데’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습니다.
◆관리자는 조직을 목표로 이끄는 사람이다
관리자가 갈등을 피하기 위해 마땅히 가져야 할 소신을 굽히면 리더십을 발휘하기 어려워집니다. 관리자가 조직의 핵심 가치와 자신의 조직 운영 철학을 지키면서 계획했던 성과를 거두려면 갈등 상황을 피하지 말아야 합니다. 특히 관리자가 피해야 할 것 중 하나는 모든 직원을 만족시키려는 것입니다. 어떤 관리자도 모든 조직원을 만족시킬 수 없고 모든 조직원의 지지를 받을 수도 없습니다. 만약 모든 조직원을 만족시키겠다는 목표로 조직을 운영하면 조직 관리자는 예스맨이 되고 맙니다. 예스맨인 관리자가 계획한 대로 조직원을 목적지까지 이끌고 가는 것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조직원들은 뿔뿔이 흩어지고 마지막에는 혼자 남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 때문에 관리자라면 목적지를 향해 나아가는 과정에서 내부 갈등이 벌어지거나 일부 직원들이 이탈하는 것도 감수해야 합니다. 모든 직원을 다 목적지로 이끌겠다고 욕심을 부리다가 목적지에 도착하기도 전에 조직 전체가 중도 하차하는 일이 벌어지면 안 되니까요.
‘경영의 그루’라고 불리는 피터 드러커는 직장인들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당신은 상사를 좋아하거나 존경할 필요가 없다. 상사를 증오할 필요도 없다. 단지 상사가 당신의 업무 성취와 완수 그리고 개인적 성공의 근원이 되도록 관리하면 된다.”
저는 관리자들도 같은 방식으로 직원을 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당신은 부하를 좋아하거나 사랑할 필요는 없다. 다만 직원이 당신의 업무 성취와 완수 그리고 개인적 성공의 근원이 되도록 관리하면 된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185호(2018.08.13 ~ 2018.08.19)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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