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세대 뷰티 커뮤니티 ‘파우더룸’ 매물로…300만 회원 보유해 글로벌 기업도 ‘군침’
‘사람 가는 곳에 돈 모인다’…M&A 시장에 등장한 화장품 커뮤니티
[한경비즈니스=김영은 기자] 사람이 모이는 곳에 돈이 모인다. 불특정 다수가 아니라 비슷한 목적과 취향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하면 그 힘은 제곱이 된다. 인터넷이 탄생하고 나서부터 그런 사람들을 한데 모을 수 있는 곳이 생겼다. 바로 ‘온라인 커뮤니티’다.



포털 사이트의 ‘카페’나 ‘디시인사이드갤러리’ 등 커뮤니티 사이트 탄생의 목적은 서로 정보를 나누고 그저 ‘재미’를 공유하는 데 있었다. 하지만 이제 커뮤니티의 영향력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커뮤니티는 소비자들의 리뷰를 나누고 기업과 협업을 진행하는 데서 더 나아가 이제는 인수·합병(M&A) 매물로 나오기까지 했다.
‘사람 가는 곳에 돈 모인다’…M&A 시장에 등장한 화장품 커뮤니티
◆화장품 커뮤니티 인수·합병 매물로


최근 국내 1위 뷰티 커뮤니티 ‘파우더룸’이 M&A 시장에 매물로 나와 업계를 놀라게 했다. 파우더룸 측은 “자세한 매수가나 내용은 말할 수 없지만 글로벌 뷰티 브랜드뿐만 아니라 국내 몇몇 유통 대기업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파우더룸은 1세대 뷰티 커뮤니티로는 유일하게 뷰티 커머스 플랫폼 1위로 발돋움했다. 카페 회원 수 186만 명, 파우더룸이 운영하고 있는 8개 채널 회원을 모두 합하면 300만 명 정도다. 이 때문에 그동안 뷰티·패션업계와의 협업이 꾸준히 이어져 왔다.


특히 회원들이 기업 제품을 직접 써보고 리뷰를 남기는 체험단이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이런 영향력 덕분에 지금까지 파우더룸에서 체험단을 진행한 브랜드는 약 3200개에 달한다. 또 파우더룸이 매년 선정하는 어워드에서 상위권에 오른 제품은 공신력을 얻는다.


커뮤니티는 배너 광고나 콘텐츠 광고를 진행할 수 있는 마케팅 플랫폼일 뿐만 아니라 소비자와 소비자를 연결해줄 수 있는 매개체다. 소비자들의 생생한 정보를 공유하는 창구가 되면서 입소문을 내 제품이나 기업의 인지도를 크게 끌어올릴 수 있다. 소비자는 다양한 분야에서 후기를 참고한 뒤 자신에게 맞는 제품을 구매할 수 있다. 기업이 커뮤니티에 눈독을 들이는 이유다.


심상민 성신여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인터넷 초기부터 3C(Commerce·Content·Community)가 주목받았다”며 “커뮤니티는 유튜브·네이버·카카오 등 업계를 리드하는 거대한 인터넷 채널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갖춘 하나의 소비자 그룹으로서 강력한 파워를 갖게 됐다”고 말했다.


사실 커뮤니티가 투자 대상이 된 것은 오래전의 일이다.
국내 최대 온라인 중고 거래 장터 ‘중고나라’는 2003년 네이버 카페에서 첫선을 보인 후 현재까지 1660만 명이 가입했다. 우리 국민 3명 중 1명은 중고나라 회원인 셈이다. 이들은 하루 10만 건이 넘는 게시물을 올리며 필요한 물건을 사고판다.


웬만한 중고 물품은 이곳을 통해 거래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성장 잠재력을 높이 평가받아 2015년 유안타증권과 슈프리마 인베스트먼트 등으로부터 80억원을 투자 받았다.


중고나라는 이제 네이버 카페 커뮤니티를 넘어 어엿한 회사로 자리 잡았다. 중고나라 운영자였던 이승우 큐딜리온 대표는 안전 거래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론칭을 위해 2014년 커머스 커뮤니티 회사 ‘큐딜리온’을 설립했다.


큐딜리온은 현재 중고나라를 비롯해 모바일 고물상 ‘주마’, 미디어 커머스 ‘비밀의공구’, 안심 중고차 거래 ‘중고나라 인증 중고차 딜러’ 등의 플랫폼을 운영 중이다. 2016년엔 중고나라 모바일 전용 앱을 론칭하며 출시 첫해 대형 유통 기업과 소셜 커머스를 제치고 앱 마켓 쇼핑 카테고리 1위에 오르기도 했다.


2004년부터 네이버 부동산 직거래 카페로 명성을 얻은 ‘피터팬의 좋은방 구하기’도 새로운 활로를 개척하고 있다. 이곳은 200만 명 이상의 회원들을 보유한 국내 최대 규모의 부동산 직거래 커뮤니티다. 피터팬의 좋은방 구하기는 지난해 모바일 앱 두꺼비세상과 합병하며 기존 온라인 카페뿐만 아니라 앱을 통해서도 시장 지배력을 확장하겠다고 나섰다.


특히 작년 퍼스트아메리칸(부동산 권리 보험 전문회사)으로부터 1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며 ‘안심 직거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다른 부동산 O2O 앱 거래가 대부분 공인중개사를 통해 이뤄지고 있는 것과는 차별화된 전략이다.


커뮤니티의 파급력 때문에 브랜드는 커뮤니티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일부 기업은 소비자와의 소통을 위해 커뮤니티를 직접 만들기도 한다. 대표적인 곳이 삼성카드다.


◆기업이 직접 커뮤니티 만들기도


삼성카드는 네 가지 테마로 만들어진 관심사 기반 커뮤니티를 운영하고 있다. 각각의 서비스를 보면 2016년 1월 업계 처음으로 출시한 커뮤니티 앱 ‘베이비스토리’는 아이의 성장 기록을 만들고 가족·친구와 공유할 수 있는 서비스다. 출시 이후 10개월 만에 가입자 수 18만 명을 돌파하는 등 현재까지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다.


이후 지난해 4월 육아 교육 관련 콘텐츠를 제공하는 ‘키즈곰곰’을 선보인데 이어 9월 반려동물 양육 정보를 제공하고 이용자 간 공유할 수 있는 ‘아지냥이’, 올 1월 중·장년층을 겨냥해 자신의 삶을 정리해 지인과 나누는 ‘인생락서’ 등을 잇달아 출시했다.


삼성카드는 소비자들에게 소통의 장을 열어주는 대신 카드사에서 제공하는 광고나 연계 마케팅은 진행하지 않고 있다. 이용자들이 중심이 되는 환경을 보장하기 위해서다.


심 교수는 이와 관련해 “기업이 직접 커뮤니티를 인수하거나 운영할 때 지나친 상업주의를 경계하고 커뮤니티 특유의 비판 정신과 중립성을 최대한 보장해 주는 식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kye0218@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186호(2018.08.20 ~ 2018.08.26)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