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입주 물량 폭탄 ‘시장 관망해야’” vs “저평가 주택 다시 봐야 ‘지금이 기회’” [한경비즈니스=최은석 기자] 의식주는 인간 생활의 세 가지 기본 요소로 꼽힌다. 이 중 유독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투자 또는 투기의 대상으로 주목받는 것이 있다. 바로 주택이다. 집값에 대한 관심은 늘 뜨겁다. 그만큼 전문가가 많고 흔히 얘기하는 ‘짝퉁’이 많은 곳도 부동산 시장이다.
최근 국내 부동산 시장에서 떠오르는 전문가 집단이 있다. 증권가 애널리스트다. 김형근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 이광수 미래에셋대우 애널리스트, 이상우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 홍춘욱 키움증권 이코노미스트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호가를 기반으로 한 이른바 ‘카더라’ 분석 위주의 컨설팅 전문가들이 주름잡던 부동산 시장에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합리적 분석으로 새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이들 ‘여의도 부동산 전문가’로부터 한국 부동산 시장의 미래를 전망해 봤다. 투자 의견은 찬성과 반대가 2 대 2로 팽팽히 갈렸다.
◆“‘정부 규제는 피하라’는 투자 격언 명심”
김형근 애널리스트와 이광수 애널리스트는 한국의 부동산 시장을 다소 어둡게 전망했다. 두 사람은 건설사 출신 애널리스트라는 공통점을 지녔다.
김 애널리스트는 “집을 보유하지 않은 무주택자라면 금융자산 범위 안에서 언제든지 마음에 드는 집을 구매하는 것은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며 “다만 투자 목적이라면 지방 도시보다 서울 지역을 눈여겨봐야 하고 국내 부동산 시장의 조정 국면이 마무리되는 2020년 하반기에 투자하는 게 더욱 유리하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의 부동산 추가 규제와 금리 인상, 입주 물량 증가 등을 향후 국내 부동산 시장에 영향을 미칠 주요 변수로 꼽았다. 미·중 무역 마찰과 신흥국 위기,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등 글로벌 정치·경제적 이슈 확산 등의 외생변수도 국내 주택 시장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애널리스트는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영향으로 주택 담보대출 금리도 올라 이자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며 “입주 물량이 증가하는 지방을 중심으로 가격 하락세가 예상되고 하반기에는 경기도에 사상 최고 입주 물량이 예정돼 있어 국내 부동산 시장이 조정 국면에 진입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광수 애널리스트는 “국내 부동산 시장이 현재 역대 최고가를 돌파하고 있다”며 “정부 규제가 시장에서 효과를 내려면 시간이 걸리는 만큼 강력한 규제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시장이 호황을 이어 가고 있지만 ‘정부 규제는 피하라’는 투자 격언을 반드시 기억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최근 서울을 중심으로 한 집값 상승세는 공급 감소, 즉 매도 물량 감소에서 비롯됐다고 진단했다. 양도세 강화로 일시적 매물 감소 현상이 나타나고 있지만 내년부터 금리 인상, 보유세 강화, 전셋값 하락 등의 요인으로 매도 물량이 증가하면서 가격 하락이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이 애널리스트는 “주택 구입 시 미래 불확실성을 줄이려면 무조건 싸게 사야 하는 만큼 지금 상황에서 최고가에 집을 사는 것은 무리한 선택”이라며 “실수요자나 투자자 모두 신중한 결정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인구 감소와 부동산 시장은 무관”
반면 이상우 애널리스트는 국내 부동산 시장을 밝게 내다봤다.
이 애널리스트는 “일반적으로 주택 시장을 내다볼 때 공급과잉이나 정부의 규제 등을 염두에 두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가구 소득의 증가”라며 “대기업 노동자를 중심으로 가구당 평균소득이 늘면서 구매력을 갖춘 사람이 증가하면 집값도 상승하는 게 당연한 이치”라고 말했다. 부동산 시장과 관련해 파워 블로거로 활동 중인 홍춘욱 이코노미스트도 장밋빛 전망을 내놓았다.
홍 이코노미스트는 “2006년 쓴 책 ‘인구변화가 부의 지도를 바꾼다’에서 당시를 기점으로 미국 부동산 시장이 침체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하는 등 의미 있는 내용을 담았지만 ‘인구 변화’에 치중한 나머지 한국도 2016년 생산활동인구 감소로 부동산 등 자산시장이 불황에 접어들 것이라는 틀린 전망을 내놓았다”며 “지난해 사실상의 개정판인 ‘인구와 투자의 미래’로 잘못된 판단을 바로잡았다”고 말했다.
삼성·SK·한화 등 주요 대기업이 연이어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하는 등 향후 경기에 대한 자신감을 보여주고 있는 만큼 경제 상황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부동산 시장의 호황이 지속될 것이라는 게 그의 논리다.
최근 국제 유가가 상승하고 조선업 경기도 조금씩 개선되고 있는 데다 주택 공급이 줄어드는 반면 구입 여력은 높아지고 있어 조정 폭이 점차 줄어들 것이라는 예측이다.
홍 이코노미스트는 “2015년 말 서울 지역을 중심으로 부동산 경기가 바닥을 찍은 이후 3년째 강세장이 이어지고 있다”며 “그 결과 시세를 주도하던 ‘신축·직주근접·대단지’ 아파트 가격은 일부 실수요자만 넘볼 수 있는 수준까지 상승했다”며 “투자자라면 여전히 강세인 시장에 동참하는 게 맞고 특히 사실상 재건축이 어려워진 강남권보다 강북 재개발이 유망하다”고 말했다.
choie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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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186호(2018.08.20 ~ 2018.08.26)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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