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발 공급과잉 ‘직격탄’…삼성 ‘플렉시블’ LG ‘대형 패널’ 집중 투자
중국 공세에 LCD 내준 한국, ‘최후 보루’ OLED를 지켜라
[한경비즈니스=이명지 기자]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에 지난 2분기는 ‘악몽’이었다. 중국 기업들이 액정표시장치(LCD) 생산량을 대폭 늘리면서 가격 하락세가 지속됐다. 스마트폰 시장이 정체되면서 중소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의 수요 또한 시원하지 않았다.


한국의 디스플레이 산업은 사실상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가 이끈다. 반면 중국은 ‘빅2’로 불리는 BOE와 차이나스타(CSOT)를 비롯해 10여 개의 제조사가 있다. 중국 기업들은 정부를 든든한 뒷배경으로 두고 설비투자에도 아낌없이 나서고 있다. 이미 LCD는 중국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는 이야기기까지 나온다.

◆LCD 가격 하락이 실적에 악영향


2분기 삼성디스플레이의 매출액은 5조67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6.5%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1400억원으로 무려 91.8% 감소했다.


중소형 OLED 시장의 1위 업체인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해 애플이 출시한 OLED 탑재 스마트폰 ‘아이폰 X’에 패널 전량을 공급했다. 하지만 1분기부터 아이폰 X의 생산량이 급감하며 OLED 패널 공급이 줄었다.


물론 OLED는 하반기 애플의 신형 아이폰이 출시된다면 수익 회복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LCD는 상황이 심각하다. 중국 업체들이 공격적으로 생산량을 확대하며 공급과잉 현상이 이미 벌어졌기 때문이다.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 BOE는 지난 3월부터 10.5세대 LCD 패널 공장을 가동했다. 시장조사 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BOE의 지난해 출하량 점유율은 21.5%로 LG디스플레이(20.2%)를 이미 앞질렀다. 여기에 CSOT와 폭스콘 등도 10.5세대 LCD 공장을 가동할 예정이다.


최권영 삼성디스플레이 상무는 “대형 패널은 중국의 10.5세대 투자 확대로 갈수록 어려운 상황에 처할 것으로 우려된다”며 “기존의 생산량 경쟁에서 탈피해 양보다 질 위주의 경쟁 우위를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LG디스플레이는 2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LG디스플레이의 2분기 매출액은 5조611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 감소했다. 영업손실 2281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LG디스플레이 측은 “LCD 패널 판가의 급격한 하락과 함께 세트 업체들의 구매 감소로 적자 폭이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LG디스플레이의 LCD 판매 비율은 90%에 달한다. 중국 기업들의 공세가 LG디스플레이엔 직격탄일 수밖에 없다. 시장조사 기관 위츠뷰에 따르면 올 1월 220달러였던 LCD TV용 패널 평균 가격은 6월 183.7달러까지 떨어졌다.


이미 BOE에 시장점유율 1위를 빼앗긴 LG디스플레이는 OLED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은 지난 1월 “현재 OLED의 판매 비율이 10% 정도인데 2020년까지 40%로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2분기 적자 전환에도 불구하고 2017년부터 2020년까지 약 20조원을 OLED 설비에 투자한다는 기존의 계획을 그대로 유지하고 그 대신 LCD 투자는 축소할 예정이다. 중국의 공세가 만만치 않다는 판단에서다.
중국 공세에 LCD 내준 한국, ‘최후 보루’ OLED를 지켜라
◆턱밑까지 쫓아온 中 디스플레이 산업


중국은 이른바 ‘산업굴기’를 통해 반도체·배터리·디스플레이 등 전자 산업 전반의 대대적인 육성을 꾀하고 있다. 이 중 디스플레이 산업에서 중국의 성장 속도가 상당히 가파르다. 매출액 기준으로는 이미 2012년 일본을 추월해 세계 3위 생산국으로 부상했다.


한국·일본·대만에 비해 시장 진입은 늦었지만 방대한 내수 시장을 기반으로 급성장했다. 자본 집약 산업인 디스플레이의 특성상 중국 정부의 대대적 지원도 큰 힘이 됐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지난해 낸 보고서 ‘중국 디스플레이 산업 성장에 따른 시사점’에 따르면 중국은 정부 차원의 지원 정책에 힘입어 디스플레이 산업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의 글로벌 LCD 시장점유율은 한국을 턱밑까지 추격했다. 심지어 중국은 한국이 전체 점유율의 90%를 차지하고 있는 6세대 플렉시블 OLED 시장도 공략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12차 5개년 계획’에서 디스플레이 산업을 7대 전략적 신흥 산업 중 ‘차세대 정보기술 산업’ 분야에 포함했다. △보조금 지원 △세제 혜택 △수입관세 △시장 진입 제한 등을 통해 디스플레이 산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하고 있다.


LCD 패널 공장 설립 시 중국 각 지방정부들이 공동투자 방식으로 자국 기업에 보조금을 지원한다. 중국 정부는 BOE 베이징공장의 지분 50%, 허페이공장에는 58%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또 LCD 패널 제조를 첨단 기술 산업으로 인정해 법인세를 25%에서 15%로 인하했다. LCD 설비의 자급률을 확대하기 위해 중국 내에서 생산된 LCD 관련 설비를 도입한 기업에는 12% 수준의 환급 혜택을 부여한다. 외국 기업의 중국 내 시장 진입을 제한하기 위해 8세대 이상의 LCD 신규 투자에 대해서는 국가발전개혁위원회의 사전 승인을 받도록 했다.


중국의 손길은 LCD를 넘어 OLED까지 뻗고 있다. LCD의 생산과잉과 글로벌 OLED 패널 수요 확대에 따라 기존 LCD에서 OLED로 디스플레이 육성 전략을 전환한 것이다.


KDB산업은행 경제연구소 산업기술리서치센터에 따르면 중국 내 디스플레이 제조사들의 동시다발적인 신규 생산 라인 건설로 2020년 글로벌 디스플레이 생산능력은 LCD가 2017년 대비 30%, OLED는 110%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어규진 이베스트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BOE를 비롯한 중국 LCD 패널 업체들은 2~3년 전부터 리지드 OLED(휘어지지 않는 OLED) 패널에 대한 투자를 진행해 왔고 플렉시블 OLED(휘어지는 OLED) 패널 투자도 최근 들어 시작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공세에 LCD 내준 한국, ‘최후 보루’ OLED를 지켜라
◆OLED로의 전환, 서둘러야


OLED 기술력은 아직 한국 기업이 앞선다는 게 시장의 평가다. 하지만 LCD의 사례에서 보듯 결코 안심할 수 없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은 아직 시간이 있다는 것이다. BOE는 올해 1분기 이후 순차적으로 6세대급 플렉시블 OLED 패널 신규 라인 가동을 계획했지만 본격적 양산은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다.


중국 기업들이 OLED 시장까지 좌우하기 전에 한국 기업들이 경쟁력을 더 끌어올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직은 LCD가 시장을 주도하고 있지만 OLED가 플렉시블 디스플레이(휘어지거나 접히는 디스플레이)와 투명 디스플레이에 본격 사용되면 시장이 급성장할 것이기 때문이다.


중소형 OLED 강자인 삼성디스플레이는 ‘고부가 하이엔드 전략’을 통해 플렉시블 OLED에 중점을 두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대형 OLED의 독점 사업자로서의 영향력을 발휘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디스플레이의 전략은 ‘고품질’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8월 8일 ‘180 조원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삼성은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글로벌 경쟁사의 대량 물량 공세에 대응하기 위해 고부가·차별화 제품에 대한 투자를 확대할 예정이다.


특히 화면을 접을 수 있는 ‘플렉시블 OLED 패널’이 기대를 모은다. 김현수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성장 정체에 따른 스마트폰 시장의 패러다임을 전환시키기 위해 폴더블 스마트폰을 준비하는 상황에서 폴더블 OLED 패널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혔다.


폴더블 스마트폰이 아니라 기존 정보기술(IT) 기기에서도 두께를 얇게 구현하려면 플렉시블 OLED 패널을 탑재해야 한다. 이베스트투자증권은 2019년 중소형 플렉시블 OLED 패널 출하 면적이 전년 대비 34.4% 증가하며 2018년 성장률 42.9%에 이은 고성장세를 이어 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LG디스플레이는 ‘OLED TV’로 반등을 꾀하고 있다. OLED TV는 기존 LCD 패널보다 응답 속도가 1000배 빠르고 검은색을 가장 완벽하게 표현하는 장점을 갖고 있다.


여기에 프리미엄 가전 시장의 성장으로 OLED TV의 수요는 지난해 159만 대에서 2022년 1400만 대까지 연평균 54% 증가할 전망이다. LG전자에 이어 도시바·소니·파나소닉 등 글로벌 TV 제조사들이 연이어 OLED TV를 내놓고 있다. 반면 LCD TV의 하락세는 이어지고 있다. 이미 지난해 LCD TV 출하량은 2억1400만 대로 전년 대비 3.6% 감소했다. 전체 TV 시장에서 LCD의 침투율도 이미 99.2%에 달한다.


LG디스플레이는 OLED TV 패널의 단독 공급자로 시장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 OLED TV가 하반기 LG디스플레이의 실적을 견인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증권가에서는 OLED TV 판매량의 증가로 3분기 LG디스플레이가 흑자 전환할 것으로 보고 있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상반기 대형 OLED 판매 실적이 130만 대를 돌파했다”며 “전년 동기 대비 판매 실적 60여만 대와 비교할 때 두 배 넘게 판매량이 증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LG디스플레이는 OLED 패널에 대해 공격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 내년 하반기에는 8.5세대 중국 광저우 OLED 공장이 완공된다. 이 공장이 완공되면 현재 월 7만 장 규모의 생산량이 월 13만 장까지 늘어난다.


또 LG디스플레이는 POLED(플라스틱 OLED) 생산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어규진 이베스트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아이폰의 플렉시블 OLED 패널에 대한 삼성디스플레이 의존도가 절대적인 만큼 애플로서는 LG디스플레이의 중소형 POLED 투자가 절실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LG디스플레이는 2017년 E5 라인을 시작으로 현재 E6-1까지 총 3만 장의 중소형 FOLED 라인을 가동 중이다. 지난 2분기 실적 발표에서 LG디스플레이는 중소형 POLED, 자동차 디스플레이 등 OLED 기술을 활용한 다양한 영역에서 돌파구를 찾겠다는 계획을 내놓기도 했다.
특히 중소형 POLED 패널은 후발 주자이기 때문에 생산력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춘다는 전략이다.


◆용어 설명


LCD(Liquid Crystal Display) : 액정표시장치. 전기신호에 따라 빛의 굴절 패턴을 바꾸는 액정 소자를 사용한다. 액정 자체는 빛을 내지 못해 액정 패널에 빛을 공급하는 후방 조명이 탑재돼야 한다.


OLED(Organic Light-Emitting Diode) : 유기발광다이오드. LCD와 달리 후방 조명이 필요하지 않다. 형광성 유기화합물을 기반으로 한 발광 소자의 일종으로 자체적으로 빛을 발산할 수 있다. 따라서 제품 두께가 LCD보다 얇아질 수 있고 구부리거나 휠 수도 있다.
중국 공세에 LCD 내준 한국, ‘최후 보루’ OLED를 지켜라
◆폴더블 기술 확보에 박차 가하는 디스플레이 기업들


삼성전자를 비롯한 세계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화면을 접었다 펼 수 있는 ‘폴더블 스마트폰’의 ‘최초’ 타이틀을 거머쥐기 위한 경쟁을 지속하고 있다.


고동진 삼성전자 IM(IT·모바일) 부문장은 갤럭시 노트9 공개 다음 날인 8월 10일 미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그동안 내구성과 품질 문제 때문에 말을 아꼈지만 (폴더블폰을 공개할) 시기가 머지않았다”고 밝혔다.


여기에 중국의 화웨이도 올해 11월 폴더블폰을 출시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과연 어떤 스마트폰 제조사가 처음으로 폴더블폰을 내놓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폴더블 스마트폰은 화면을 접어 스마트폰으로 사용하다 펼치면 태블릿 PC로 이용할 수 있다. 휴대성을 향상시킨 동시에 스마트폰과 태블릿 PC의 기능을 모두 소화할 수 있다. 고도의 디스플레이 기술이 필요하다.


디스플레이 기업들은 이와 관련한 기술을 확보하는 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허청이 지난 8월 19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디스플레이 장치에 관한 특허 출원 중 폴더블 디스플레이와 관련된 출원이 크게 늘었다. 최근 3년간 특허 출원 건수가 219건으로 직전 3년 66건에 비해 2.2배 증가했다.


출원인별로는 LG디스플레이가 94건(34.1%)으로 가장 많은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뒤이어 삼성디스플레이 80건(29.0%), 삼성전자 23건(8.3%), LG전자 17건(6.2%) 순으로 나타났다. 기술별 출원 동향은 디스플레이를 접고 펴는 기술, 내구성 관련 기술, 폴딩 상태에 따라 사용자 환경(UI)을 구현하는 기술 등이 대부분이었다.


김종찬 특허청 디스플레이기기심사팀장은 “수만 번 이상의 반복적인 폴딩에도 흔적이 남지 않도록 내구성을 유지하는 기술이 상용화의 관건”이라며 “핵심 기술에 대한 특허권을 우선 획득해 시장에서 우위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mjlee@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187호(2018.08.27 ~ 2018.09.02) 기사입니다.]